현대미술이 난해하고 비싼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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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urizio Cattelan, Comedian, 2019 / Michael craig-Martin, An oak tree, 1973


'미술관에 있으면 다 작품인가?' 싶은 미술 작품들, 아마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벽에 테이프로 붙인 바나나, 미술관 선반에 올려진 물컵. 아, 내겐 너무 어려운 현대미술! 하고 지나가기엔, 어마 어마한 금액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위 사진 속 바나나 작품은 1억 4천만 원에 팔렸고, 선반 위 물컵은 2,500만 원에 팔렸습니다. 누구든 똑같이 만들 수 있는 작품인데, 이 가격이 어떻게 형성된 걸까요? 이해되지 않으면, 난해하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구스타프 클림트가 회장으로 있던, 빈 분리파의 표어입니다.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기존 예술에 저항하며 내놓은 말이죠. 이 표어는 오늘날에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오래된 과거의 예술은 가고,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예술이 자리합니다. 난해하다 여겨지는 현대미술도 우리가 이해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는 것이죠.



Marcel Duchamp, Fountain, 1917


도대체 현대미술은 무엇일까요?

그 시작은 언제였는지 거슬러가봅시다. 시기적으로는 1950년대 이후의 예술을 현대미술이라 부르는데요. 학자들마다 디테일한 기준이 다르지만, 통상적으로는 뒤샹의 <샘> 작품이 등장한 이후 작업들을 현대미술 작품으로 분류해요.

뒤샹의 <샘>은 대표적인 ‘개념미술’ 작업입니다. 개념미술이란, 작가의 아이디어가 곧 예술작품이 되는 사조예요. 때문에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보다, 기발함을 추구하죠. <샘> 이후, 다양한 아이디어가 녹아든 작품들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Andy Warhol, Campbell’s Soup Cans, 1962 © MoMA


이 과정에서 ‘팝아트’ 같은 대중적인 작업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앤디 워홀이 있죠. 화려한 색감에 만화적인 표현이 대표적인데요. 이 역시 작가의 아이디어를 작품화한 것입니다. 당시 사회는 소비주의와 자본주의로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앤디 워홀은 이런 흐름을 비판하고자, 광고 이미지를 차용해 작품으로 만들었죠. 자본주의를 비판하려는 작가의 아이디어는, 광고 이미지를 재료로 해 작품이 되었습니다.




본인 작품을 바라보는 백남준 © Gagosian


또 현대미술 작품 중엔 독특한 재료를 사용한 것이 많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며 전통적인 그림이 아닌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등장했죠. 백남준의 TV 작품들, 아마 미술시간에 한번 쯤 접해본 적 있을 거에요. 전통적인 캔버스를 TV 스크린으로 바꾸며, 전에 없던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백남준을 시작으로 이후에는 TV나 컴퓨터, 아이패드 등 모니터를 캔버스처럼 활용하는 미디어 아트, 큰 건물의 벽을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 등도 등장했죠. 초기 현대미술에 작가의 아이디어가 중요시 됐다면, 이후엔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 되었습니다.


Damien Hurst,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1991 © islingtongazette


이런 흐름 속, 전통적인 주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제시한 작품도 떠올랐습니다.

데미안 허스트의 박제상어. 한번 쯤 보신 적 있을 거에요. 죽은 상어를 거대한 탱크에 담은 작품인데요. 이는 죽음을 관객의 눈 앞에 직접 제시해 충격을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사실 죽음은 오래된 미술 주제였는데요. 데미안 허스트는 이를 시각적으로 제시하며 그 충격의 임펙트를 키웠습니다. 


© Louis Vuitton Foundation

현대미술은 앞서 언급했듯, 작가의 아이디어가 중요시되고, 비전통적인 재료를 활용하는 게 특징입니다.

이런 작품에서 중요한 건, 작품 자체가 주는 ‘이미지’보다 작품 자체의 ‘혁신성’인데요. 이 혁신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매우 다양합니다. 전에 없던 신선한 아이디어를 보여주거나, 기존 방식을 완전히 뒤집거나. 그렇다면 이건 누가 판단할까요?


© Sotheby’s


현대미술에서는 ‘브랜드 파워'가 그 어느 분야보다 강하게 작용합니다. 

유명 컬렉터나 갤러리, 미술관, 경매회사처럼 미술시장에서 권위를 가진 기관이 선택한 작품을 ‘공인된 혁신적 작품'으로 받아들이죠. 동일한 두 개의 작품이 일반 갤러리에서 판매될 때와 유명 갤러리에서 판매되는 상황, 두 가지를 비교해 보면 단연 유명 갤러리 작품이 훨씬 잘 팔립니다. 그리고 이 상황이 반복되면, 특정 작가에게는 브랜드 파워가 생기게 되고요. 일례로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유명 경매회사에서 큰 금액에 낙찰된 작가는 이후 작품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브랜드 파워가 있는 작가는 어떤 작품을 내놓아도 시장이 계속 열광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소수의 선택된 작가만 부를 가져가게 되겠죠. 이는 곧, 우리가 현대미술 작가의 이름을 많이 알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이름이 브랜드 파워를 얻기까지 과정이 매우 고되고, 힘들게 올라온 만큼 반열에 오른 작가들은 시장에서 좀처럼 자리를 내주지 않습니다. 



2013년 765억 원에 팔린 제프쿤스의 풍선 개, 실제 작품은 훨씬 큰 사이즈다. © ArtnetNews


사실 제일 비싼 그림은 인상주의 작업입니다.

인상주의도 당시에는 난해하다 평가받았지만 오늘날에는 가장 비싼 작품이 되었죠. 하지만 인상주의 작업 대부분이 이미 미술관 소장품이 되었거나 개인 컬렉터 소장품으로 시장에 나오지 않습니다. 때문에 인상주의 이후의 예술인 현대미술로 컬렉터들은 조금씩 옮겨가고 있죠. 이미 구하기 어려운 근대미술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큰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는 현대미술로 눈을 돌린 겁니다.

또 미술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이 과거와 달라진 것도 알아둬야 합니다. 오늘날에는 작품이 가진 미학적 가치보다, 작가나 작품의 매력도가 더 중시되는데요. 작가가 가진 작품세계, 세계관 등 요소가 주목받으면서, 이를 잘 설계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Maurizio Cattelan, Comedian, 2019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수집가층이 젊어지는 것도 현대미술의 인기 요인입니다. 젊은 수집가들은 이전의 X세대 수집가들이 근대미술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동시대의 다양한 장르 작품들을 선호하죠. 화려한 색감, 실험적 기법, 독특한 아이디어는 클래식한 근대미술과 다른 매력으로 젊은 컬렉터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습니다.

난해하다 느껴지는 현대미술. 미술은 우리 사회를 반영합니다. 과거보다 장르도 다양하고 작품 세계도 복잡해진 만큼 공부해야 할 것도 많지만, 우리 사회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작업들은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하죠. 현대미술의 가치는, 아는 만큼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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