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 올해 한국 미술시장이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금액입니다. 그리고 이 기대는, 단순히 희망 섞인 전망이 아니에요. 실제로 1조 원까지 갈 수 있는 행사들이 하반기에 진행될 예정이거든요. 다만, 경제 상황이 극악으로 치닫는 요즘. 미술시장이 굳건히 이 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염려도 있는 상황입니다.
01 수치로 보는 상반기 미술시장
한국 미술시장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벌써 상반기 미술시장의 규모가 5,329억 원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작년 상, 하반기를 모두 합친 1년치 미술시장 규모는 9천 1백억 원대. 올해 상반기에만 작년의 58% 수준까지 달성한 거예요.
이게 놀라운 수치인 이유는, 코로나 전까지 우리나라 미술시장 규모가 늘 3천억 원대에서 웃도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작년에 처음 9천억을 돌파하고, 올해 상반기에 작년 시장 절반 이상의 수치를 내면서, 1조 원을 바라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죠.
© The Economic Times
그렇다면 미술시장 안으로 좀더 자세히 들어가 수치를 파악해볼까요. 미술시장 안의 작은 시장은 크게 세가지로 나뉩니다. 경매, 갤러리(화랑), 그리고 아트페어. 이중 경매와 아트페어에 특히 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어요. 경매시장은 위축하고, 아트페어 매출은 크게 늘었다는 것.
보통 경매 매출을 볼 때 우리가 봐야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① 총 출품작 수, ② 낙찰된 작품 비율 (낙찰률), ③ 총 매출. 작년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의 수치를 비교하면, 낙찰률과 총 매출은 비슷한 수준이에요. 그런데, 출품작 수가 줄었습니다. 작년보다 올해 천 점이 덜 나왔다고 해요. 이 말은, 경매에서 팔린 작품들 가격이 작년보다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02 수치로 안 잡히는 소비자 심리
(좌) 니콜라스 파티 (우) 최근 유찰된 파티의 그림 © Christies
수치상으로 보면 '점점 비싼 작품이 잘 팔리나?', '미술시장 여전히 굳건한데?'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소비자 심리는 그렇지만은 않아 보여요. 정성적 지표를 보면, 경매시장은 위축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최근 5월, 6월 메이저 경매사의 메인 경매에 나온 고가 작품들이 줄줄이 유찰되었거든요.
일례로, 서울옥션에서 6월 진행한 경매에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이 대표작으로 나왔는데요. 한국에서 인지도는 매우 높진 않지만, 해외에서 촉망받는 젊은 작가입니다. 이번 경매에서 파티의 작품은 추정가 40억으로 시작했는데요. 대표작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유찰되었습니다. 사실 파티의 작업은 현재 미술시장에서 소위 '잘 먹히는' 화풍을 가졌음에도, 사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죠. 오히려 지금 경매시장에서는 '똘똘한 한 점'에 집중하는 분위기입니다.
03 경매씬을 선도한 작가들
(좌) 이우환 작가 (우) 그의 작품 '선으로부터' ©MoMA
그렇다면 어떤 작가들이 '똘똘한 한 점'일까요? 그간 한국 미술시장에서 블루칩이라 불린 작가들입니다. 이우환, 쿠사마 야요이, 박서보 작가 등이 대표적이에요. 이 작가들은 낙찰 총액 순위에서도, 고가 낙찰 작품 순위에서도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요. 이 말은, 많이 팔렸고, 비싸게 팔렸다는 의미입니다.
특히나 이우환 화백은 우리나라 미술시장 낙찰 총액 1위의 작가인데요. 3년 째 이 순위가 깨지질 않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팔린 작품만 200억 원어치 라고 해요. 또 상반기 고가 낙찰 작품 순위 top 20에서도 이우환 7점, 쿠사마 야요이 5점, 김환기 3점을 가져가며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여주었습니다.
스탠리 휘트니 작가와 그의 작품 © canvastube
눈에 띄는 건, 이 순위의 상위 20위가 대다수 아시아 작가임에도 흑인 작가가 한 명 있다는 거에요. 바로, 스탠리 휘트니죠. 휘트니는 원색에 가까운 컬러를 과감하게 사용해, 사각형 등 도형을 그려낸 추상화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에요. 최근 세계 미술시장에서 흑인작가가 주목받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경매시장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또 세계 미술시장 흐름 중 하나인 젊은 작가도 순위권 내에서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88년생 젊은 작가인 김선우가가 20위를 차지했습니다. 김선우 작가는 도도새를 캐릭터로 내세워 젊은 컬렉터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어요. 휘트니와 김선우 작가 모두, 세계 미술시장 트렌드 키워드에 속한 작가들이지만, 본인들만의 강력한 개성과 브랜딩을 가져가고 있는 작가들입니다. 이러한 작가들은 블루칩 작가들의 선전 속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04 아트페어가 온다
김선우 작가의 작품 © 프린트베이커리
상대적으로 위축된 경매시장과 달리, 아트페어는 폭발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2021 한 해동안의 아트페어 규모는 1,543억 원이었는데요. 올해는 상반기 규모만 1,429억 원입니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165.6% 증가했고, 관람객도 작년 상반기 대비 72% 늘어난 모습이죠.
젊은 컬렉터들이 시장에 많이 진입하면서, 상대적으로 작품 가격도 저렴하고 신진작가 작품도 많은 아트페어로 쏠리는 모습인데요. 올해 상반기, 이런 흐름을 이끈 건 '화랑미술제'와 '아트부산'이었습니다.
화랑미술제는 한국화랑협회에서 진행하는 행사로, 나흘 간 진행되었는데요. 올해 판매액은 177억 원대 라고 해요. 작년의 72억 원과 비교하면, 한 해만에 2.5배가 커진 것이죠. 아트부산은 더 엄청납니다. 부산에서 나흘간 진행됐는데, 총 매출이 760억 원. 작년인 350억 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의 수치입니다.
05 아트페어를 선도한 작가들
아트부산에 걸린 김희수 작가 작품들 © 헤럴드경제
페어를 성공적으로 이끈 기반에는 스타가 사랑한 작가들이 있었습니다. 일례로 김희수 작가를 들 수 있어요. 김희수 작가는 84년생으로, 포스트 박수근이라 불립니다. 굵은 선으로 초상화를 그려내는 게 특징이죠. 대중에게는 BTS RM이 찍은 작가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 아트 부산에서 김희수 작가의 작품은 오픈 두 시간 만에 121점이 모두 완판되었다고 해요.
또 엄유정 작가의 경우, 이전에 가수 장기하, 소설가 김영하 작가의 책 표지 디자인을 맡으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중에게는 익숙한 작가인 셈이죠. 이렇게 이름보다 작품이 유명한 작가들이 아트페어 첫날인 VIP 관람날 모두, 빠르게 팔려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외에는 한국에 분점을 낸 해외 갤러리의 선전도 돋보였습니다. 최근 한남동을 중심으로 타데우스 로팍, 페레스 프로젝트 등 해외 갤러리가 둥지를 트고 있는 모습인데요. 이 갤러리들이 국내 아트페어에도 진출하며, 해외 작가들의 작품들도 빠르게 팔려나가는 모습이었다고 해요.
06 하반기가 주목받는 이유
© Frieze
재밌는 것은, '진짜'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점입니다. 올해 하반기에 정말 큰 아트페어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바로,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죠. 올해 9월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코엑스에서 진행됩니다.
프리즈는 매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진행되는 아트페어인데요. 2003년에 만들어져 2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 역사보다 매출입니다. 런던에서 진행되는 프리즈는 해마다 매출이 약 1조 원 정도가 나온다고 해요. 단 며칠 진행되는 행사에서 경매회사들의 1년 치 매출을 내는 것이죠.
이렇게 잘 되는 아트페어는 프랜차이즈화 해서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는데요. 그간 그 어떤 아트페어도 한국에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 중국 상하이나 홍콩, 일본 도쿄 등에서 진행해왔죠. 그런데 이번에 처음, 한국에서 진행되는 것입니다. 또 이번 프리즈가 우리나라의 최대 규모 아트페어인 '키아프'와 함께 진행될 예정이라, 더 큰 기대가 모이고 있습니다.
💁🏻♀️ Editorial Notes.
© Art Terms
상반기 수치의 선전, 하반기 예정된 대형 행사, 지속되는 대중의 관심까지. 올해 한국 미술시장 규모는 무난히 1조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흐름이 내년이나 후년에도 계속해서 이어질 지는 미지수에요. 경매회사에서 유찰이 이어지는 모습이나, 아트페어도 (잘 된다고 하지만) 스타작가 쏠림 현상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새로운 컬렉터가 계속 시장에 들어오고 있기는 하지만, 기존 구매자들은 사기보다 팔기를 선호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다 보니, 미술시장에서 염려섞인 시선도 보내고 있죠. 더불어 최근 경제 상황이 아주 좋지 않은 것도 분명 곧 영향을 끼칠 테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아트페어에 작품을 구매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오래도록 두고 감상할 작품을 구매하길 추천드려요. 최근 시장에 들어온 컬렉터들은, 작품을 통해 빠른 수익을 얻고자 하는 모습도 보이는데요. 보통 개인컬렉터에게 작품 판매의 텀은 10년 정도를 추천합니다. 시장에 나왔던 작품이 빠르게 2차 시장에 쏟아지게 되면, 우르르 가격이 하락하게 될 위험이 있거든요.
이런 식의 작품 구매가 '존버'는 아니에요.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충분히 있습니다. 그간 우리나라 미술시장 전세계 순위는 15위 정도로, 인도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요. 2021년에 6위로 빠르게 올라섰습니다. 일본도 제치면서 아시아에서 떠오르는 시장이 되었죠. 여전히 국내 미술시장이 저평가되었다는 시선도 있는 만큼, 유망한 작가의 작품을 오래도록 감상하며 소장하는 경험은 한번 쯤 해볼만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1조 원'. 올해 한국 미술시장이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금액입니다. 그리고 이 기대는, 단순히 희망 섞인 전망이 아니에요. 실제로 1조 원까지 갈 수 있는 행사들이 하반기에 진행될 예정이거든요. 다만, 경제 상황이 극악으로 치닫는 요즘. 미술시장이 굳건히 이 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염려도 있는 상황입니다.
01 수치로 보는 상반기 미술시장
한국 미술시장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벌써 상반기 미술시장의 규모가 5,329억 원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작년 상, 하반기를 모두 합친 1년치 미술시장 규모는 9천 1백억 원대. 올해 상반기에만 작년의 58% 수준까지 달성한 거예요.
이게 놀라운 수치인 이유는, 코로나 전까지 우리나라 미술시장 규모가 늘 3천억 원대에서 웃도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작년에 처음 9천억을 돌파하고, 올해 상반기에 작년 시장 절반 이상의 수치를 내면서, 1조 원을 바라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죠.
© The Economic Times
그렇다면 미술시장 안으로 좀더 자세히 들어가 수치를 파악해볼까요. 미술시장 안의 작은 시장은 크게 세가지로 나뉩니다. 경매, 갤러리(화랑), 그리고 아트페어. 이중 경매와 아트페어에 특히 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어요. 경매시장은 위축하고, 아트페어 매출은 크게 늘었다는 것.
보통 경매 매출을 볼 때 우리가 봐야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① 총 출품작 수, ② 낙찰된 작품 비율 (낙찰률), ③ 총 매출. 작년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의 수치를 비교하면, 낙찰률과 총 매출은 비슷한 수준이에요. 그런데, 출품작 수가 줄었습니다. 작년보다 올해 천 점이 덜 나왔다고 해요. 이 말은, 경매에서 팔린 작품들 가격이 작년보다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02 수치로 안 잡히는 소비자 심리
(좌) 니콜라스 파티 (우) 최근 유찰된 파티의 그림 © Christies
수치상으로 보면 '점점 비싼 작품이 잘 팔리나?', '미술시장 여전히 굳건한데?'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소비자 심리는 그렇지만은 않아 보여요. 정성적 지표를 보면, 경매시장은 위축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최근 5월, 6월 메이저 경매사의 메인 경매에 나온 고가 작품들이 줄줄이 유찰되었거든요.
일례로, 서울옥션에서 6월 진행한 경매에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이 대표작으로 나왔는데요. 한국에서 인지도는 매우 높진 않지만, 해외에서 촉망받는 젊은 작가입니다. 이번 경매에서 파티의 작품은 추정가 40억으로 시작했는데요. 대표작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유찰되었습니다. 사실 파티의 작업은 현재 미술시장에서 소위 '잘 먹히는' 화풍을 가졌음에도, 사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죠. 오히려 지금 경매시장에서는 '똘똘한 한 점'에 집중하는 분위기입니다.
03 경매씬을 선도한 작가들
(좌) 이우환 작가 (우) 그의 작품 '선으로부터' ©MoMA
그렇다면 어떤 작가들이 '똘똘한 한 점'일까요? 그간 한국 미술시장에서 블루칩이라 불린 작가들입니다. 이우환, 쿠사마 야요이, 박서보 작가 등이 대표적이에요. 이 작가들은 낙찰 총액 순위에서도, 고가 낙찰 작품 순위에서도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요. 이 말은, 많이 팔렸고, 비싸게 팔렸다는 의미입니다.
특히나 이우환 화백은 우리나라 미술시장 낙찰 총액 1위의 작가인데요. 3년 째 이 순위가 깨지질 않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팔린 작품만 200억 원어치 라고 해요. 또 상반기 고가 낙찰 작품 순위 top 20에서도 이우환 7점, 쿠사마 야요이 5점, 김환기 3점을 가져가며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여주었습니다.
스탠리 휘트니 작가와 그의 작품 © canvastube
눈에 띄는 건, 이 순위의 상위 20위가 대다수 아시아 작가임에도 흑인 작가가 한 명 있다는 거에요. 바로, 스탠리 휘트니죠. 휘트니는 원색에 가까운 컬러를 과감하게 사용해, 사각형 등 도형을 그려낸 추상화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에요. 최근 세계 미술시장에서 흑인작가가 주목받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경매시장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또 세계 미술시장 흐름 중 하나인 젊은 작가도 순위권 내에서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88년생 젊은 작가인 김선우가가 20위를 차지했습니다. 김선우 작가는 도도새를 캐릭터로 내세워 젊은 컬렉터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어요. 휘트니와 김선우 작가 모두, 세계 미술시장 트렌드 키워드에 속한 작가들이지만, 본인들만의 강력한 개성과 브랜딩을 가져가고 있는 작가들입니다. 이러한 작가들은 블루칩 작가들의 선전 속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04 아트페어가 온다
김선우 작가의 작품 © 프린트베이커리
상대적으로 위축된 경매시장과 달리, 아트페어는 폭발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2021 한 해동안의 아트페어 규모는 1,543억 원이었는데요. 올해는 상반기 규모만 1,429억 원입니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165.6% 증가했고, 관람객도 작년 상반기 대비 72% 늘어난 모습이죠.
젊은 컬렉터들이 시장에 많이 진입하면서, 상대적으로 작품 가격도 저렴하고 신진작가 작품도 많은 아트페어로 쏠리는 모습인데요. 올해 상반기, 이런 흐름을 이끈 건 '화랑미술제'와 '아트부산'이었습니다.
화랑미술제는 한국화랑협회에서 진행하는 행사로, 나흘 간 진행되었는데요. 올해 판매액은 177억 원대 라고 해요. 작년의 72억 원과 비교하면, 한 해만에 2.5배가 커진 것이죠. 아트부산은 더 엄청납니다. 부산에서 나흘간 진행됐는데, 총 매출이 760억 원. 작년인 350억 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의 수치입니다.
05 아트페어를 선도한 작가들
아트부산에 걸린 김희수 작가 작품들 © 헤럴드경제
페어를 성공적으로 이끈 기반에는 스타가 사랑한 작가들이 있었습니다. 일례로 김희수 작가를 들 수 있어요. 김희수 작가는 84년생으로, 포스트 박수근이라 불립니다. 굵은 선으로 초상화를 그려내는 게 특징이죠. 대중에게는 BTS RM이 찍은 작가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 아트 부산에서 김희수 작가의 작품은 오픈 두 시간 만에 121점이 모두 완판되었다고 해요.
또 엄유정 작가의 경우, 이전에 가수 장기하, 소설가 김영하 작가의 책 표지 디자인을 맡으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중에게는 익숙한 작가인 셈이죠. 이렇게 이름보다 작품이 유명한 작가들이 아트페어 첫날인 VIP 관람날 모두, 빠르게 팔려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외에는 한국에 분점을 낸 해외 갤러리의 선전도 돋보였습니다. 최근 한남동을 중심으로 타데우스 로팍, 페레스 프로젝트 등 해외 갤러리가 둥지를 트고 있는 모습인데요. 이 갤러리들이 국내 아트페어에도 진출하며, 해외 작가들의 작품들도 빠르게 팔려나가는 모습이었다고 해요.
06 하반기가 주목받는 이유
© Frieze
재밌는 것은, '진짜'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점입니다. 올해 하반기에 정말 큰 아트페어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바로,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죠. 올해 9월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코엑스에서 진행됩니다.
프리즈는 매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진행되는 아트페어인데요. 2003년에 만들어져 2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 역사보다 매출입니다. 런던에서 진행되는 프리즈는 해마다 매출이 약 1조 원 정도가 나온다고 해요. 단 며칠 진행되는 행사에서 경매회사들의 1년 치 매출을 내는 것이죠.
이렇게 잘 되는 아트페어는 프랜차이즈화 해서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는데요. 그간 그 어떤 아트페어도 한국에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 중국 상하이나 홍콩, 일본 도쿄 등에서 진행해왔죠. 그런데 이번에 처음, 한국에서 진행되는 것입니다. 또 이번 프리즈가 우리나라의 최대 규모 아트페어인 '키아프'와 함께 진행될 예정이라, 더 큰 기대가 모이고 있습니다.
💁🏻♀️ Editorial Notes.
© Art Terms
상반기 수치의 선전, 하반기 예정된 대형 행사, 지속되는 대중의 관심까지. 올해 한국 미술시장 규모는 무난히 1조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흐름이 내년이나 후년에도 계속해서 이어질 지는 미지수에요. 경매회사에서 유찰이 이어지는 모습이나, 아트페어도 (잘 된다고 하지만) 스타작가 쏠림 현상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새로운 컬렉터가 계속 시장에 들어오고 있기는 하지만, 기존 구매자들은 사기보다 팔기를 선호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다 보니, 미술시장에서 염려섞인 시선도 보내고 있죠. 더불어 최근 경제 상황이 아주 좋지 않은 것도 분명 곧 영향을 끼칠 테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아트페어에 작품을 구매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오래도록 두고 감상할 작품을 구매하길 추천드려요. 최근 시장에 들어온 컬렉터들은, 작품을 통해 빠른 수익을 얻고자 하는 모습도 보이는데요. 보통 개인컬렉터에게 작품 판매의 텀은 10년 정도를 추천합니다. 시장에 나왔던 작품이 빠르게 2차 시장에 쏟아지게 되면, 우르르 가격이 하락하게 될 위험이 있거든요.
이런 식의 작품 구매가 '존버'는 아니에요.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충분히 있습니다. 그간 우리나라 미술시장 전세계 순위는 15위 정도로, 인도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요. 2021년에 6위로 빠르게 올라섰습니다. 일본도 제치면서 아시아에서 떠오르는 시장이 되었죠. 여전히 국내 미술시장이 저평가되었다는 시선도 있는 만큼, 유망한 작가의 작품을 오래도록 감상하며 소장하는 경험은 한번 쯤 해볼만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