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바젤 홍콩이 4년 만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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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바젤 홍콩 2023 © Art Basel


아트바젤이란?

아트바젤은 1970년 시작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규모로 진행되는 아트페어입니다. 이미 자리 잡은 중견 예술가 급의 작품을 주로 소개하여, 아트페어 중에서도 최고급, 최고가 작품이 모이는 페어죠. 행사가 진행되는 며칠 동안의 판매 수익은 대형 경매회사의 1년 매출과 맞먹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아트바젤은 프랜차이즈화된 페어이기도 합니다. 백만장자들의 휴양지로 알려진 미국 마이애미 비치에서 매년 12월, 아시아 미술의 중심지 홍콩에서 매년 3월에 열리고 있죠. 그리고 지난 3월 21일,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아트바젤 홍콩(ABHK)이 개최됐습니다.



4년 만에 열린 홍콩 아트바젤, 작지만 강한 귀환

아트바젤 홍콩 2023 전경 © Art Basel


아트바젤의 명성 대비, 이번 홍콩 페어는 작은 규모로 이뤄졌습니다. 홍콩은 지난 1월 23일에 방역규제가 풀렸습니다. 실내, 실외 마스크가 해제된 건 3월 1일이고요. 다른 나라보다 늦게 풀린 방역 규제 탓에, 많은 갤러리가 모이진 못했습니다. 32개국에서 177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지난 2019년 아트바젤 홍콩과 비교해 27%가량 줄어든 규모로 진행되었죠.


페어를 찾은 컬렉터도 대부분 아시아인이었습니다. VIP 오프닝이었던 21일 개막날에 중국과 한국, 일본 등 아시아계 컬렉터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는데요. 반면 서구의 컬렉터들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홍콩이 중국 미술시장의 중심지로 여겨지긴 하지만, 중국의 검열 우려가 있는 점, 홍콩 민주화 운동으로 정치적 불안감이 퍼지고 치안이 악화된 점,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홍콩을 많이 떠난 점 등이 염려 이유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미술시장의 2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페어에선 중국계 ‘큰손'을 노린 유명 작가의 신작을 다수 선보여졌습니다.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에서 작품 감상 중인 관객들 © Art Basel


눈에 띄는 것은, 철저히 ‘판매’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었습니다. 지난 9월 한국에서 진행된 프리즈 아트페어에서는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을 통해 미술관급 명작들을 선보이는 갤러리가 많았는데요.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서는 전시나 감상 목적이 아닌, 철저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블루칩 작가들의 신작’이 주를 이뤘습니다. 


세계 탑 갤러리라 불리는 하우저앤워스에서는 조지 콘도, 니콜라스 파티 등의 대작을 선보였고, 페이스 갤러리에서는 알렉스 카츠 대작을 들고 와 판매했죠. 일본의 오타 파인아츠는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조각을 한화 약 45억 원에 판매했고, 페이스갤러리는 이우환 작가의 <Dialogue>를 12억 7천만 원에, 타데우스로팍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그림을 15억 7천만 원에 팔았습니다. 대부분 중국 컬렉터를 중심으로 모두 판매가 이뤄졌고요. 



20대 여성작가가 아트바젤의 선택을 받다

아트바젤 SNS에 올라온 이목하 작가의 작품 ‘Ego Function Error’ © Art Basel


아트바젤 홍콩은 크게 다섯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되었습니다. 메인 섹션인 ‘갤러리즈(Galleries)’, 아시아, 태평양 지역 작가를 소개하는 ‘인사이츠(Insights)’, 작가의 개인전 형식으로 진행되는 ‘카비네트(Kabinett)’, 그리고 신진작가 25명을 소개하는 ‘디스커버리즈(Discoveries)’죠. 


이번 디스커버리즈 섹션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1996년 생의 이목하 작가였습니다. 올해 선정된 25명의 작가 중 유일한 20대였죠. 세계적인 작가들이 손꼽히는 아트바젤 디스커버리즈에 국내 20대 작가가 꼽힌 건 이례적입니다. 


인터뷰 중인 이목하 작가 © 한국경제


이목하 작가는 젊은 여인의 초상 작업을 주로 그립니다. 빛 바랜 사진 같은 그림은 마치 프린터처럼 네 가지 색을 차례로 쌓아 올려 만들어졌습니다. 보라색으로 그림을 그린 뒤 파란색으로 한번 더 덧칠하고, 빨간색을 올리고 검은색으로 마무리하는 식입니다. 물감은 매우 얇게 칠해져, 겹겹이 쌓이며 노스탤지어 가득한 색감을 만들어냅니다. 그림 속 인물들의 모습이 어딘가 애틋해 보이는 것도 기법에서 만들어진 흔적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 방식 탓에 1년에 열 점 남짓한 작품만 선보이는데요. 이번 아트바젤 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해 볼 만한 작가입니다. 


또 이번 홍콩 아트바젤에는 우리나라의 갤러리 12곳이 참여했습니다. 역대 홍콩 아트바젤 중 최대규모라고 해요. 갤러리바톤에서 송번수 작가를, 타데우스 로팍과 리만 머핀에서 이불 작가 작품을, 우손갤러리에서 안창홍 작가 작품, 국제갤러리는 김홍석 작가를, 아라리오 갤러리에서는 정강자 작가를, 갤러리 2에서는 전현선 작가를, 페이스 갤러리에서는 유영국 작가를, PKM갤러리에서는 유영국, 윤형근 작가를, 학고재에서는 정영주 작가를 선보였습니다. 



지금 홍콩에 간다면, 꼭 즐겨야할 것

홍콩 알렉산드라하우스에서 열리는 크리스티 경매 프리뷰 전경  © 한국경제


아트바젤 같은 대형 행사가 열릴 때는 늘 아트위크의 일환으로 다양한 부대 행사가 열립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등 경매회사는 아트바젤 기간 동안 홍콩 경매를 진행하고, 각국 경매 출품작들의 전시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크리스티에서는 뉴욕에서 열릴 경매 작품 일부를 홍콩에서 선보였는데요. 추정가 78억~104억 원의 조지아 오키프, 데이비드 호크니를 비롯해 총 390억 원 상당의 작품 7점을 홍콩에서 전시 중에 있습니다. 유명 갤러리가 밀집한 홍콩 센트럴 퀸즈 빌딩엔 아트페어와 별개로 전시가 진행되고 있고요. 


5월 14일까지 홍콩 M+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쿠사마 야요이 개인전



아시아 최대 규모 현대미술관이라 불리는 M+에서는 쿠사마 야요이의 회고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루이비통과 대규모 콜라보를 진행하기도 했던 만큼, 쿠사마 야요이의 이미지 소비가 많다는 평도 있지만, 미술시장에서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생존작가의 작품세계를 큰 틀에서 집대성했다는 점에 많은 관객을 모으고 있습니다. 


작품 판매와 감상이 교차되는 아트바젤의 아트위크. 코로나와 중국의 사회적 이슈로 잠시 주춤했던 홍콩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로 견고하게 버텨낼 수 있을까요? 행사가 끝나고 난 후, 홍콩이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아트바젤 홍콩 2023 전경 © Art Basel

✍🏻 세계 미술시장의 최근 동향이 궁금하다면, 이 글을 확인해보세요. 쿠사마 야요이를 비롯한 일본 현대미술 작가들의 이야기는 이 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함께 감상해보시길 추천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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