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조각 투자 시장에 냉각기가 찾아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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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파티 전시 전경 © The Modern Institute


올해 초까지 미술시장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건, 조각 투자 시장이었습니다. 2020년 51억 원 규모로 출발해, 21년에는 열 배인 545억 원을 기록하고, 올해 상반기에만 310억 원을 기록했죠. 

하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며, 순식간에 조각투자 시장은 싸늘하게 식었습니다. 평균 수익률 20%를 넘기던 올해 초와 달리,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매각되었죠. 일례로 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호박은 -8%, 니콜라스 파티는 -20%, 알렉스 카츠는 -14%, 이건용 작가는 -11%에 거래됐습니다. 


조각투자 플랫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 <Still Life> © The Modern Institute


이렇게 조각투자 시장이 냉각기를 겪게 된 건,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 올해 4월 금융감독위원회는 ‘조각 투자 소비자 경보 발령 및 가이드라인'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이 여파로 조각 투자에 참여하려는 투자자는 급감했죠. 국내 조각 투자사에서는 한 달에 1건도 모집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늘며, 공동구매 모집 속도가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둘째로, 3분기에 접어들며 미술품 경매 시장의 위축했습니다.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 총액은 작년 대비 절반 이하로 위축되었고, 평균 80%를 넘기던 낙찰률도 60.59%로 하락했죠. 경매회사의 지표는 폐쇄적인 미술시장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표로 여겨지는데요. 미술시장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조각 투자 회사에서는 매입한 작품을 낮은 금액에 매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조각투자 시장이 위축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투자자들입니다. 특히나 조각 투자는 MZ 세대를 중심으로 많은 투자가 이뤄져 왔습니다. 기존 미술품 구매보다 훨씬 이점이 많았기 때문이죠. 1,000원 단위의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 조각 투자 플랫폼에서 작품을 선정하기에 미술품 구매 시 정보 습득 등 과정이 필요 없다는 점, 고가 미술품 매각 시 내야 하는 세금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 보관 및 유지에 드는 보험료에서도 자유로운 점, 미술품 임대 수익 등 부가 수익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 등이 크게 각광받았죠.


국내외 미술시장 블루칩이라 불리는 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호박  © Yayoi Kusama Museum


하지만 동시에 미술시장 내부자들은 염려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미술품 투자의 핵심은 미술품을 감상하고 구매해 소장하며 느끼는 기쁨인데, 조각투자를 통해서는 이를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죠. 플랫폼에 따라 분할 소유권자에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매번 찾아가 감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이기에, 작품에 대한 선택권이 줄어드는 것도 단점이고요. 

둘째로, 미술품은 통상 10년 가량의 장기보유가 전제되어야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대다수의 미술품 조각 투자 기업은 300일가량의 짧은 보유 기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짧은 기간 매각할 경우, 매각 시 들어가는 수수료와 세금 때문에 차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조각 투자 기업은 내부적인 거래 방식으로 수수료를 절감하여 매도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염려는 쉽게 사그라들 수 없었죠.

마지막으로는 조각 투자 플랫폼 전반에 대한 염려였습니다. 음원 저작권 수익에 투자하는 ‘뮤직카우’,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카사’ 등은 혁신금융서비스로 인가받아 운영 중이지만, 대다수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은 금융당국의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지 않아 투자자 보호 장치가 미흡합니다. 미술품의 분할 소유권은 법률로 인정하는 증권이 아니기 때문이죠. 이 소유권은 작품의 시세차익과 임대수익을 나누기 위한 임의적인 증명일 뿐입니다. 이에 조각 투자 기업은 온라인 권리증이나 실물 인증서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예금자보호법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죠.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 © Kaufmann Repetto


우려가 현실이 된 상황 속, 전문가들은 현재의 원금손실 수준이 아닌, 더 부정적인 가능성도 언급합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플랫폼 회사가 파산하는 등 문제가 생겨 투자금을 아예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죠. 냉각기가 찾아온 미술품 조각 투자 시장, 더 현명한 투자 관점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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