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미술관이 얼마나 있을까요?
2020년 기준, 등록된 미술관은 271개입니다. 지금도 계속 새로운 미술관이 생기고 있고, 국가에 등록되지 않은 채 운영되는 미술관은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요.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도 미술관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사실 대부분의 미술관은 적자 운영 중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나라에서 운영을 돕는 공립미술관은 46% 가량이 적자, 사립미술관은 80% 이상이 적자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미술관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늘어나는 관람객수, 예술 향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증가 등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요. 그런데 왜, 미술관 대부분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걸까요? 도대체 어떻게 운영되기에 그렇게나 어려운 걸까요?
© Artnet News
🥲 큰 돈은 안되는 미술관의 파이프라인
미술관이 돈을 버는 대표적인 방법은 '티켓 판매'에요. 보통 티켓 가격은 5천 원~1만 5천 원. 블록버스터급 전시의 경우 최대 3만 원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티켓 판매 비용만으로는 미술관 운영이 쉽지 않아요. 흑자를 보기는 더 어렵고요. 많은 미술관에서 티켓 판매 비용으로 낸 이익은 미술관 전기세를 겨우 충당할 정도라고 이야기합니다.
때문에 미술관에서는 다양한 수익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두었어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건 바로 미술관 내부에 있는 부대시설들 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기념품 샵. 전시를 관람하고 나온 관객이 꼭 한번은 들르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아주 쉽죠. 때문에 많은 미술관에서 이 기념품 샵에 힘을 많이 줍니다. 리움미술관의 경우, 최근 재개관을 하며 카페와 기념품샵을 리뉴얼하기도 했죠.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문화재의 특성을 살린 굿즈 디자인으로 화제를 끌기도 했고요. 매력적인 굿즈 뿐만 아니라 전시회 도록 등도 효자 상품입니다. 진행 중인 전시가 인기를 끌고 있다면, 빠르게 품절되기도 하죠.
반면, 우리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수익 모델도 있어요. 바로 멤버십과 후원. 멤버십의 경우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접해보셨을 수도 있는데요. 생각보다 멤버십은 많은 미술관에서 운영하지는 않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지역별로 다양한 분관이 있기 때문에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금액대 별로 3개의 멤버십을 운영해, 연간 혜택을 제공해요. 전시 무료관람이나 주차할인, 미술관 내 부대시설 할인 등 다양하죠.
© NewYorkTimes
더 접하기 어려운 건 후원인데요. 그간 미술관 후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로 행해지곤 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그 흐름이 조금 바뀌고 있습니다. 콘텐츠 후원 개념 등이 생겨나며 미술관 프로그램 기획, 전시 기획을 후원해 미술관이 스스로 재정을 확보할 수 있게 돕기도 하죠. 또 소액으로 후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만들어 미술관의 재정은 다양한 방식으로 쌓여가고 있어요.
마지막으로는 재단을 통한 예산 확보입니다. 사립미술관 중에서는 기업이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요. 대부분 기업이 직접 운영하기 보다, 기업 산하 재단의 돈으로 운영돼요. 연간 예산을 편성하고, 큰 돈이 들어가는 전시를 진행하거나 자금이 부족할 땐, 추가로 예산을 내기도 하죠. 많은 사립미술관이 적자임에도 계속 운영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 Truthout
🤔 돈을 벌긴 하는데... 왜 자꾸 적자일까
이렇게 미술관의 수익 파이프라인을 살펴보았는데요. 다양한 수입원이 있음에도 미술관 운영의 결과는 두가지 라고 합니다. 적자를 보거나, 더 큰 적자를 보는 것.
그 이유는 전시 기획 자체에 큰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에요. 평균적으로 전시를 열 경우 들어가는 비용은 5-6천만 원 이라고 합니다. 이 금액은 인건비를 제외하고 최대한 싸게 했을 때의 비용이에요. 만약 기획전을 열 경우에는 비용이 더 들어갑니다.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외에 다른 작품을 빌려와 전시한다면 그 임대비용, 운송 과정에서 꼭 들어야 하는 보험료, 전시장 공간 구성에 들어가는 인테리어 비용 등... 늘어날 예산은 끝도 없죠. 만약 블록버스터급 예술가의 전시를 준비한다면, 10억 이상의 예산은 기본이라고 해요.
이처럼 전시 기획에는 욕심을 내면 낼수록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요. 미술관에서 티켓 판매나 기념품 샵 운영 등으로 돈을 버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적자를 보기는 너무도 쉬운 구조입니다. 이는 공립, 사립 할 것 없이 모두 마찬가지에요.
© Observer
💰 새롭게 떠오른 미술관이 돈 버는 방법
우리나라 미술관 재정 상황이 안 좋은 것은 이제 알아보았는데요. 대부분이 적자지만, '재정난'을 언급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런데, 3년 전부터 꾸준히 재정난을 언급한 미술관이 있어요. 심지어 이 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입니다. 바로, 간송미술관인데요. 간송은 작년부터 새로운 수익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우선 재정난의 시작부터 알아볼게요. 간송미술관은 개관 이후, 무료로만 운영해 왔습니다. 또 1년에 딱 두 번만 대중에게 개방했어요. 5월과 10월인데요. 이는 간송미술관이 전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닌, 작품 연구, 보존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운영되다 보니, 미술관의 수익은 전무했습니다. 보통 미술관 가면 카페도 가고, 기념품 샵도 가 굿즈도 사면서 소비를 하기 마련인데요. 1년에 두번 개방하니 이런 부대시설을 통한 꾸준한 수익을 내기 어려웠죠. 티켓 판매 비용은 아예 없었고요.
그래서 간송은 미술관 운영비를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후원을 받아왔는데요. 점차 그 금액도 소진되면서 재정난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간송은 2013년부터 대중전시나 문화사업을 병행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 과정에서 전보다 더 큰 운영 비용이 들어갔다고 해요. 결국, 제 2금융권 대출을 받아가며 미술관이 운영되었습니다.
2021년, 간송이 내놓은 계미명 금동삼존불입상과 금동삼존불감
이후 간송은 두 차례에 걸쳐 문화재 네 점을 내놓습니다. 미술관이 소장품을 내놓는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인데요. 2020년, 간송은 보물 두 점, 금동여래입상과 동보살입상을 경매에 부쳤어요. 당시 두 점 모두 국립중앙박물관이 30억 원 정도에 구입 했었는데요. 이를 통해 당분간의 재정난은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여겨졌죠. 그런데 이후 2021년, 이번에는 국보를 내놓습니다. 국보는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 중 최고 가치로 인정받는 것인데요. 두 점 모두 문화적 가치도 뛰어나고, 보존 정도도 좋아 각각 40억 원 대의 높은 추정가가 책정되었어요.
이전 경매에서도 국립중앙박물관이 보물을 사들인 적 있다 보니, 이번에도 국중박이 나서지 않을까.. 하는 시선이 쏠렸는데요. 안타깝게도 국립중앙박물관의 1년 예산은 약 40억 원 이었습니다. 두 점을 모두 구매한다면 약 80억 원. 국중박 외에도 구매한다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고, 간송이 내놓은 국보 두 점은 모두 유찰되었습니다.
그런데, 극적으로 한 점이 경매 종료 후에 판매되었어요. 구매자는 익명의 수집가 집단, 블록체인 커뮤니티 '헤리티지 다오'였습니다. 이들은 금동삼존불감을 25억 원에 구매하기로 했어요. 추정가(28억 ~ 40억 원)보다 낮은 금액이었는데요. 이 금액에 국보를 팔다니, 간송이 정말 어려운가? 하는 글이 쏟아지던 중,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헤리티지 다오에서 금동삼존불감을 간송미술관에 다시 돌려준 것이죠.
헤리티지 다오는 작품의 소유권 51%도 간송에 넘겨줍니다. 49%만이 헤리티지 다오의 것이 되었죠. 그렇게 간송미술관은, 실물 작품을 돌려받고 소유권도 절반 이상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재정난도 해결할 수 있었죠. 이렇게 간송은 블록체인 세계에 처음 발을 들입니다. 간송미술관의 전인권 관장은 한 인터뷰를 통해 '이런 세상이 있구나' 라며 재정확장을 위한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 간송미술문화재단
그리고 본격적으로 간송의 새로운 수익 파이프라인을 만들어갑니다. 간송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이던 '훈민정음 혜례본 원본'을 NFT로 만들어 판매한 것이죠. 100개 한정이었고, 한 개당 1억 원이었습니다. 국보를 NFT로 판다는 것에 논란도 일었지만, 절반 이상이 판매되며 간송은 약 50억 원의 수입을 올립니다. 이후, 간송 메타버스 뮤지엄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신윤복의 화첩도를 NFT로 발행하기도 했어요.
🖼 미술관의 새로운 수입원, NFT 아트
미술관에서 소장품을 NFT로 만드는 건 간송만의 수입원이 아닙니다. 해외 미술관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오스트리아의 벨베데레 미술관에서는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를 NFT로 발행했습니다. 개수는 무려 1만 개. 개당 한화 약 250만원 정도였는데요. 이를 통해 한화 약 220억 원의 수익을 챙겼다고 해요. 미술관에서 이렇게나 큰 돈을 벌어들인 것은 기념비적입니다.
하지만 비난도 많습니다. 미술관은 작품의 원작자가 아닌 소장자이기 때문이죠. 소장자는 작품의 저작권을 가진 건 아닙니다. 저작권자는 작가, 혹은 작가의 재단이 가지고 있어요. 그럼에도 단지 소장자라는 이유로 NFT를 발행하고, 또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괜찮은지에 대한 의문도 생겨났습니다. 현재는 관련 법안이 없기 때문에, 법적인 분쟁은 피할 수 있지만 이것이 윤리적으로 괜찮은지는 비난 여지가 있죠.
© Belvedere.at
또 작품의 NFT화 그 자체에 대한 비난도 있습니다. NFT의 시작은 디지털로 만들어진 파일이었어요. 기존 예술 작품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지녀서, 새로운 시장처럼 여겨졌는데요. 이 과정에서 기존의 알려진 작가보다는 신진 작가들이 주목받는 것이 컸습니다. 또 시장에서 꾸준히 거래되면서 탈중앙화에 대한 낙관도 생겨났고요. 그런데 이런 시장에 전통적인 작품이 등장하면서, 원본 작품을 단순 디지털화 해 제작해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제작 방식이 NFT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요. 애초의 의도와 너무 다른 NFT가 만들어진다는 것이죠.
소장품의 NFT화를 통해 미술관은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비난 여론은 쉽게 잠잠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미술관은 도대체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 걸까요?
© 아미미술관
🌱 미술관이 건강하게 돈 버는 방법
미술관의 적자 운영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작품을 수집, 관리, 연구하고 전시까지 진행하면서 들어가는 큰 돈. 반면 터무니 없이 적은 티켓 수입과 부대수입. 미술관과 적자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개념이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외부의 지원, 국가나 기업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외에는 특별히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하지만 기존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고, 저작권 이슈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돈을 버는 미술관도 있습니다.
그간의 미술관은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 적은 편이었습니다. 고고하고 우아하게 전시를 진행하고, 자금은 예술의 가치를 아는 이들에게 지원받아 충당하는 사례가 많았죠. 하지만 계속해서 늘어나는 미술관 사이에서, 이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미술관이 필요합니다. 오프라인에서 관객이 '직접' 경험하는 미술관 특성상, 그 현장에서 관객에게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 기대감, 만족감을 주어야 하는 것이죠.
© Mori Art Museum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강력한 오프라인 경험, 그리고 이를 홍보할 수 있는 수단. 이 두 가지를 모두 잡은 미술관은 엄청난 흑자를 내며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충남 당진에 있는 아미미술관이 대표적 케이스입니다. 폐교를 미술관으로 만들어 독보적인 공간 컨셉을 만들었고, 인스타그래머블하게 공간을 꾸며 젊은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죠. 일본에도 이런 사례는 있습니다. 일본의 작은 사립미술관인 모리미술관은 SNS를 활용해 관객이 어떤 전시와 어떤 키워드에 반응하는 지 파악하고, 이를 전시로 구현해냈죠. 기존 미술관이 운영해오던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SNS 운영방식과는 달랐어요.
이제 미술관은 (1) 관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2) 다른 미술관과 다른 독보적인 콘텐츠를 기획해야 하며, (3) 이를 SNS를 통해 홍보하고, 관객이 자발적으로 퍼트릴 수 있게 만들어야 해요. 기존의 전통적인 미술관 운영 방식은 결국 더 많은 미술관을 적자로 만든다는 사실을 새겨야 할 때입니다.
👀 최근 국내 미술시장 이슈 모아보기
❶ 한국 미술시장의 흐름을 바꿔버릴 법, 미술품 물납제도
❷ 세계 3대 경매회사가 한국 미술시장을 정조준하다
❸ 프리즈 아트페어가 서울에 남기고 간 것들
우리나라에 미술관이 얼마나 있을까요?
2020년 기준, 등록된 미술관은 271개입니다. 지금도 계속 새로운 미술관이 생기고 있고, 국가에 등록되지 않은 채 운영되는 미술관은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요.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도 미술관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사실 대부분의 미술관은 적자 운영 중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나라에서 운영을 돕는 공립미술관은 46% 가량이 적자, 사립미술관은 80% 이상이 적자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미술관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늘어나는 관람객수, 예술 향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증가 등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요. 그런데 왜, 미술관 대부분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걸까요? 도대체 어떻게 운영되기에 그렇게나 어려운 걸까요?
© Artnet News
🥲 큰 돈은 안되는 미술관의 파이프라인
미술관이 돈을 버는 대표적인 방법은 '티켓 판매'에요. 보통 티켓 가격은 5천 원~1만 5천 원. 블록버스터급 전시의 경우 최대 3만 원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티켓 판매 비용만으로는 미술관 운영이 쉽지 않아요. 흑자를 보기는 더 어렵고요. 많은 미술관에서 티켓 판매 비용으로 낸 이익은 미술관 전기세를 겨우 충당할 정도라고 이야기합니다.
때문에 미술관에서는 다양한 수익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두었어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건 바로 미술관 내부에 있는 부대시설들 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기념품 샵. 전시를 관람하고 나온 관객이 꼭 한번은 들르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아주 쉽죠. 때문에 많은 미술관에서 이 기념품 샵에 힘을 많이 줍니다. 리움미술관의 경우, 최근 재개관을 하며 카페와 기념품샵을 리뉴얼하기도 했죠.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문화재의 특성을 살린 굿즈 디자인으로 화제를 끌기도 했고요. 매력적인 굿즈 뿐만 아니라 전시회 도록 등도 효자 상품입니다. 진행 중인 전시가 인기를 끌고 있다면, 빠르게 품절되기도 하죠.
반면, 우리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수익 모델도 있어요. 바로 멤버십과 후원. 멤버십의 경우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접해보셨을 수도 있는데요. 생각보다 멤버십은 많은 미술관에서 운영하지는 않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지역별로 다양한 분관이 있기 때문에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금액대 별로 3개의 멤버십을 운영해, 연간 혜택을 제공해요. 전시 무료관람이나 주차할인, 미술관 내 부대시설 할인 등 다양하죠.
© NewYorkTimes
더 접하기 어려운 건 후원인데요. 그간 미술관 후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로 행해지곤 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그 흐름이 조금 바뀌고 있습니다. 콘텐츠 후원 개념 등이 생겨나며 미술관 프로그램 기획, 전시 기획을 후원해 미술관이 스스로 재정을 확보할 수 있게 돕기도 하죠. 또 소액으로 후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만들어 미술관의 재정은 다양한 방식으로 쌓여가고 있어요.
마지막으로는 재단을 통한 예산 확보입니다. 사립미술관 중에서는 기업이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요. 대부분 기업이 직접 운영하기 보다, 기업 산하 재단의 돈으로 운영돼요. 연간 예산을 편성하고, 큰 돈이 들어가는 전시를 진행하거나 자금이 부족할 땐, 추가로 예산을 내기도 하죠. 많은 사립미술관이 적자임에도 계속 운영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 Truthout
🤔 돈을 벌긴 하는데... 왜 자꾸 적자일까
이렇게 미술관의 수익 파이프라인을 살펴보았는데요. 다양한 수입원이 있음에도 미술관 운영의 결과는 두가지 라고 합니다. 적자를 보거나, 더 큰 적자를 보는 것.
그 이유는 전시 기획 자체에 큰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에요. 평균적으로 전시를 열 경우 들어가는 비용은 5-6천만 원 이라고 합니다. 이 금액은 인건비를 제외하고 최대한 싸게 했을 때의 비용이에요. 만약 기획전을 열 경우에는 비용이 더 들어갑니다.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외에 다른 작품을 빌려와 전시한다면 그 임대비용, 운송 과정에서 꼭 들어야 하는 보험료, 전시장 공간 구성에 들어가는 인테리어 비용 등... 늘어날 예산은 끝도 없죠. 만약 블록버스터급 예술가의 전시를 준비한다면, 10억 이상의 예산은 기본이라고 해요.
이처럼 전시 기획에는 욕심을 내면 낼수록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요. 미술관에서 티켓 판매나 기념품 샵 운영 등으로 돈을 버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적자를 보기는 너무도 쉬운 구조입니다. 이는 공립, 사립 할 것 없이 모두 마찬가지에요.
© Observer
💰 새롭게 떠오른 미술관이 돈 버는 방법
우리나라 미술관 재정 상황이 안 좋은 것은 이제 알아보았는데요. 대부분이 적자지만, '재정난'을 언급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런데, 3년 전부터 꾸준히 재정난을 언급한 미술관이 있어요. 심지어 이 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입니다. 바로, 간송미술관인데요. 간송은 작년부터 새로운 수익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우선 재정난의 시작부터 알아볼게요. 간송미술관은 개관 이후, 무료로만 운영해 왔습니다. 또 1년에 딱 두 번만 대중에게 개방했어요. 5월과 10월인데요. 이는 간송미술관이 전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닌, 작품 연구, 보존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운영되다 보니, 미술관의 수익은 전무했습니다. 보통 미술관 가면 카페도 가고, 기념품 샵도 가 굿즈도 사면서 소비를 하기 마련인데요. 1년에 두번 개방하니 이런 부대시설을 통한 꾸준한 수익을 내기 어려웠죠. 티켓 판매 비용은 아예 없었고요.
그래서 간송은 미술관 운영비를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후원을 받아왔는데요. 점차 그 금액도 소진되면서 재정난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간송은 2013년부터 대중전시나 문화사업을 병행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 과정에서 전보다 더 큰 운영 비용이 들어갔다고 해요. 결국, 제 2금융권 대출을 받아가며 미술관이 운영되었습니다.
2021년, 간송이 내놓은 계미명 금동삼존불입상과 금동삼존불감
이후 간송은 두 차례에 걸쳐 문화재 네 점을 내놓습니다. 미술관이 소장품을 내놓는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인데요. 2020년, 간송은 보물 두 점, 금동여래입상과 동보살입상을 경매에 부쳤어요. 당시 두 점 모두 국립중앙박물관이 30억 원 정도에 구입 했었는데요. 이를 통해 당분간의 재정난은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여겨졌죠. 그런데 이후 2021년, 이번에는 국보를 내놓습니다. 국보는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 중 최고 가치로 인정받는 것인데요. 두 점 모두 문화적 가치도 뛰어나고, 보존 정도도 좋아 각각 40억 원 대의 높은 추정가가 책정되었어요.
이전 경매에서도 국립중앙박물관이 보물을 사들인 적 있다 보니, 이번에도 국중박이 나서지 않을까.. 하는 시선이 쏠렸는데요. 안타깝게도 국립중앙박물관의 1년 예산은 약 40억 원 이었습니다. 두 점을 모두 구매한다면 약 80억 원. 국중박 외에도 구매한다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고, 간송이 내놓은 국보 두 점은 모두 유찰되었습니다.
그런데, 극적으로 한 점이 경매 종료 후에 판매되었어요. 구매자는 익명의 수집가 집단, 블록체인 커뮤니티 '헤리티지 다오'였습니다. 이들은 금동삼존불감을 25억 원에 구매하기로 했어요. 추정가(28억 ~ 40억 원)보다 낮은 금액이었는데요. 이 금액에 국보를 팔다니, 간송이 정말 어려운가? 하는 글이 쏟아지던 중,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헤리티지 다오에서 금동삼존불감을 간송미술관에 다시 돌려준 것이죠.
헤리티지 다오는 작품의 소유권 51%도 간송에 넘겨줍니다. 49%만이 헤리티지 다오의 것이 되었죠. 그렇게 간송미술관은, 실물 작품을 돌려받고 소유권도 절반 이상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재정난도 해결할 수 있었죠. 이렇게 간송은 블록체인 세계에 처음 발을 들입니다. 간송미술관의 전인권 관장은 한 인터뷰를 통해 '이런 세상이 있구나' 라며 재정확장을 위한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 간송미술문화재단
그리고 본격적으로 간송의 새로운 수익 파이프라인을 만들어갑니다. 간송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이던 '훈민정음 혜례본 원본'을 NFT로 만들어 판매한 것이죠. 100개 한정이었고, 한 개당 1억 원이었습니다. 국보를 NFT로 판다는 것에 논란도 일었지만, 절반 이상이 판매되며 간송은 약 50억 원의 수입을 올립니다. 이후, 간송 메타버스 뮤지엄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신윤복의 화첩도를 NFT로 발행하기도 했어요.
🖼 미술관의 새로운 수입원, NFT 아트
미술관에서 소장품을 NFT로 만드는 건 간송만의 수입원이 아닙니다. 해외 미술관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오스트리아의 벨베데레 미술관에서는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를 NFT로 발행했습니다. 개수는 무려 1만 개. 개당 한화 약 250만원 정도였는데요. 이를 통해 한화 약 220억 원의 수익을 챙겼다고 해요. 미술관에서 이렇게나 큰 돈을 벌어들인 것은 기념비적입니다.
하지만 비난도 많습니다. 미술관은 작품의 원작자가 아닌 소장자이기 때문이죠. 소장자는 작품의 저작권을 가진 건 아닙니다. 저작권자는 작가, 혹은 작가의 재단이 가지고 있어요. 그럼에도 단지 소장자라는 이유로 NFT를 발행하고, 또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괜찮은지에 대한 의문도 생겨났습니다. 현재는 관련 법안이 없기 때문에, 법적인 분쟁은 피할 수 있지만 이것이 윤리적으로 괜찮은지는 비난 여지가 있죠.
© Belvedere.at
또 작품의 NFT화 그 자체에 대한 비난도 있습니다. NFT의 시작은 디지털로 만들어진 파일이었어요. 기존 예술 작품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지녀서, 새로운 시장처럼 여겨졌는데요. 이 과정에서 기존의 알려진 작가보다는 신진 작가들이 주목받는 것이 컸습니다. 또 시장에서 꾸준히 거래되면서 탈중앙화에 대한 낙관도 생겨났고요. 그런데 이런 시장에 전통적인 작품이 등장하면서, 원본 작품을 단순 디지털화 해 제작해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제작 방식이 NFT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요. 애초의 의도와 너무 다른 NFT가 만들어진다는 것이죠.
소장품의 NFT화를 통해 미술관은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비난 여론은 쉽게 잠잠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미술관은 도대체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 걸까요?
© 아미미술관
🌱 미술관이 건강하게 돈 버는 방법
미술관의 적자 운영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작품을 수집, 관리, 연구하고 전시까지 진행하면서 들어가는 큰 돈. 반면 터무니 없이 적은 티켓 수입과 부대수입. 미술관과 적자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개념이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외부의 지원, 국가나 기업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외에는 특별히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하지만 기존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고, 저작권 이슈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돈을 버는 미술관도 있습니다.
그간의 미술관은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 적은 편이었습니다. 고고하고 우아하게 전시를 진행하고, 자금은 예술의 가치를 아는 이들에게 지원받아 충당하는 사례가 많았죠. 하지만 계속해서 늘어나는 미술관 사이에서, 이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미술관이 필요합니다. 오프라인에서 관객이 '직접' 경험하는 미술관 특성상, 그 현장에서 관객에게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 기대감, 만족감을 주어야 하는 것이죠.
© Mori Art Museum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강력한 오프라인 경험, 그리고 이를 홍보할 수 있는 수단. 이 두 가지를 모두 잡은 미술관은 엄청난 흑자를 내며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충남 당진에 있는 아미미술관이 대표적 케이스입니다. 폐교를 미술관으로 만들어 독보적인 공간 컨셉을 만들었고, 인스타그래머블하게 공간을 꾸며 젊은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죠. 일본에도 이런 사례는 있습니다. 일본의 작은 사립미술관인 모리미술관은 SNS를 활용해 관객이 어떤 전시와 어떤 키워드에 반응하는 지 파악하고, 이를 전시로 구현해냈죠. 기존 미술관이 운영해오던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SNS 운영방식과는 달랐어요.
이제 미술관은 (1) 관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2) 다른 미술관과 다른 독보적인 콘텐츠를 기획해야 하며, (3) 이를 SNS를 통해 홍보하고, 관객이 자발적으로 퍼트릴 수 있게 만들어야 해요. 기존의 전통적인 미술관 운영 방식은 결국 더 많은 미술관을 적자로 만든다는 사실을 새겨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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