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년 만에 발견된 반 고흐 자화상

2022-07-18
조회수 2210


© Scottish National Gallery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자화상이 발견되었습니다. 고흐의 신작을 발견한 건 무려 137년 만이라고 하는데요. 이 발견은 미술계를 비롯해, 관객들에게도 큰 의미와 생각거리를 남깁니다.



👀 반 고흐 신작 발견 비하인드

작품 발견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 14일이었습니다.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에서 여름 전시를 기획하기 위해 작품을 점검하고 있었는데요. 큐레이터가 반 고흐 작품 검수를 위해 X-Ray로 작품을 들여다보던 중, 그림 아래 숨겨진 다른 그림을 발견한 것이죠.

위 작품이 바로 새로운 자화상이 발견된 그림입니다. 반 고흐의 1885년 작, <농부 여인의 초상> 인데요. 작품은 캔버스 위에 판지가 붙어 있고, 그 위에 그림이 그려진 모습입니다. 당시 반 고흐는 우리가 잘 아는 것 처럼 금전적 여유가 없어, 캔버스 위에 판지를 붙여 새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작업을 자주 했죠.



 여인 초상화 아래의 그림과 작품의 뒷면 © Scottish National Gallery



아직 제한적이지만, X-Ray를 통해 보이는 작품 속 요소들이 벌써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림엔 모자를 쓴 남성의 초상화가 있는데요. 여러가지 요소를 미루어 봤을 때, 반 고흐의 자화상일 것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우선, 남성은 반 고흐가 자화상을 그릴 때 자주 볼 수 있던 '모자'를 쓴 모습입니다. 반 고흐는 야외에서 그림 그리기를 즐겼는데요. 낮에는 햇빛을 피하기 위해 모자를 자주 썼습니다. 그리고 밤에는 모자 위에 초를 달아서 그림을 그렸었다고 해요. 그래서 반 고흐의 모자 쓴 자화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 작품에도 그림 속 인물은, 모자를 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X-Ray 사진을 확인한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이 그림 속 남성이 반 고흐일 것이라 주장하며, 고흐의 신작은 자화상일 확률이 아주 높아졌죠.




🤔 자화상이 유독 의미있는 이유


© Van Gogh Museum

반 고흐의 자화상은 매우 귀합니다. 한번 거래되면 재거래되는 일이 거의 없죠. 마지막 시장 거래는 1990년인데요. 당시  8250만 달러에 거래되었습니다. 한화 약 1083억 원의 가치였죠. 이렇게 반 고흐 자화상이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된 데에는, 반 고흐의 네임벨류도 있지만, 자화상 자체가 매우 귀하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반 고흐는 1883년, 서른 살이 되던 해 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890년, 서른 일곱의 나이에 세상을 떠날 때 까지 7년 여의 시간 동안 2천 5백여 점의 그림을 남겼죠. 1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그린 작품 치고는 그 수가 엄청난데요. 반면, 2천 5백 점 중에서, 반 고흐가 남긴 자화상은 총 35점 뿐입니다. 그간 개수가 적어 자화상은 더욱 주목받아 왔는데요. 이번 발견으로 고흐의 자화상은 총 36점이 되었습니다.


반 고흐 뿐만 아니라 화가들의 자화상 작업은 높게 평가받습니다. 화가가 스스로를 그림으로서 가장 본질적인 예술세계를 보여준다고 보기 때문이죠. 그 중에서도 반 고흐는 자화상의 아이콘이라 불릴 정도로 의미있는 자화상 작업을 많이 남겼습니다. 본인 삶에서 시기별로 힘든 일, 시련이 있을 때마다 자화상을 남겼죠. 고흐의 자화상을 쭉 놓고 보면, 삶의 풍파에 따라 변해가는 외모적인 특징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1888년, 귀가 잘린 후에 남긴 초상화가 있죠.




© Van Gogh Museum

또 시기별로 달라지는 작업 스타일도 파악이 가능해, 초상화를 통해 작가의 스타일을 쉽게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반 고흐의 경우는 집 안에 있는 자화상도 자주 그렸는데요. 고흐 뒤편으로 보이는 물건들을 통해 그의 당시 관심사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위 그림 뒤편으로 보이는 건, 일본의 우키요에 그림인데요. 고흐는 우키요에 화풍에 매료되어, 본인 작품에도 선이 강조된 우키요에 스타일의 그림을 많이 남기곤 했습니다.

예술가의 작품세계를 깊이있게,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 자화상 작업. 특히나 반 고흐의 자화상은 그 수가 적어 더 귀하게 여겨지는데요.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 측은 우선 두 작품 모두 보호하기 위해 당장 떼어낼 생각은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원래 작품을 검사했던 이유도 7월 30일부터 진행될 여름 전시를 위함이었기 때문에, 해당 전시가 끝나는 11월 중순 부터 작품 분리 과정에 착수할 것으로 보여요. 대신, 전시될 <농부 여인의 초상> 작품 옆에 이번에 발견된 X-Ray 이미지를 걸어둘 예정이라고 합니다.



🍫 그림 속 그림, 그 신비로움에 대하여

피카소 작품 <맹인의 식사> 아래 숨겨진 그림 X-Ray / 기술을 통해 복원한 모습

이렇게 그림 아래 또 다른 그림이 발견된 건,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입니다. 작년과 올해에도 수 많은 거장의 그림 속 그림이 발견됐죠. 일례로 작년에는 파블로 피카소의 청색시대 작품 중, <맹인의 식사> 아래에서 웅크린 여인의 초상화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영국의 한 기업이 X-Ray를 통해 드러난 작품 이미지에 AI 기술을 활용해 채색하고, 3D 프린터를 이용해 실물로 구현까지 해 화제가 되었죠.

그런가 하면 올해 초, 보티첼리 그림이 경매 직전 X-Ray 검사를 통해 숨겨진 그림을 품고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었던 소더비에 따르면, 성모자상이 그려져 있던 그림을 거꾸로 뒤집어 예수의 초상을 그린 걸로 보인다고 하는데요. 보티첼리가 그림을 그린 패널의 경우, 당시 구하기 쉽지 않았기에 재활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작품은 4,550만 달러 (한화 약 600억 원)에 낙찰되었어요.




© sotheby's

두 작품은 모두 특별한 조치 없이 그대로 소장되었습니다. 그림 아래 숨겨진 또 다른 그림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지라도, 아래 숨겨진 그림을 복원해내는 건 많은 이슈들이 뒤따르기 때문이죠. 기술적 부분 뿐만 아니라, 작품이 복원되는 동안 걸리는 시간, 들어가는 인력, 투입 비용, 그 외 다양한 요소들을 감내하고도 복원할 이유가 있는 지 등의 입장이 정리되어야 합니다. 한편, 그림을 감상하고 소비하는 관객들은 이런 생각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작품 복원은 어디까지 해도 괜찮은가?' ''예술가는 본인이 숨겨둔 작품이 발견되기를 바랄까?'



⚖️ 그리고 이어진 담론들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 Lslington Gazette

데미안 허스트의 박제 상어 작품,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은 제작직후 조금씩 썩어갔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인 상어가 형태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썩자, 허스트는 결국 상어를 다시 구해 재제작했죠. 그렇다면 이 작품은 이전과 동일한 작품일까요? 이전 작품과 다른 별개의 작업일까요?

복원에 대한 담론이 시작된 건 1970년대 쯤입니다. 고대부터 시작된 미술사에 비하면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요. 기술이 발전하고 작품이 다채로워짐에 따라, 작품 복원에 대한 담론은 더 방대해지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 미술품 보존 전문가들 역시 정기적으로 학회를 열어, 복원의 역할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곤 하죠.


이번에 발견된 반 고흐 자화상 뒷면 © Scottish National Gallery

현재까지는 복원가들은 개입을 최소화 해야한다는 데 논조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복원을 어떻게 하는가 보다, 왜 하는지에 집중하고요. 그렇다면 반 고흐의 이번 작품은 어떨까요? 고흐의 이 자화상은 복원 가치가 높다 평가받습니다. 반 고흐 인생에 몇 점 없는 자화상 작업이고, 판넬 형태로 부착해 접착제만 떼어내면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판넬 앞에 붙은 그림도 큰 훼손이 없을 테고요. 아마 시간이 걸릴 테지만, 복원이 완료되면 사료로서의 가치도 클 거라 판단되고요. 많은 기대가 모이는 지금, 반 고흐 자화상의 모습은 언제 어떻게 발견될까요?



🌱 뉴스 요약

① 반 고흐 신작이 137년 만에 발견됐다.

② X-Ray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모자를 쓴 반 고흐의 자화상일 확률이 매우 높다.

③ 이 발견을 통해 고흐의 자화상은 총 36점이 되었다. 

④ 1990년, 고흐의 자화상 마지막 경매 거래 가격은 1,083억 원으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⑤ 그림 속 그림의 분리 작업은 그간 많은 담론을 만들어냈다. 

⑥ 작품은 전시가 종료된 후 11월 중순 부터 분리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 최근 국내 미술시장 이슈 모아보기 

❶ 한국 미술시장의 흐름을 바꿔버릴 법, 미술품 물납제도

❷ 세계 3대 경매회사가 한국 미술시장을 정조준하다

❸ 프리즈 아트페어가 서울에 남기고 간 것들




Market News

예술가가 일으킨 스캔들, 미술 시장의 경매 소식, 예술계 크고 작은 행사 등 지금 가장 뜨거운 현대미술 소식을 정리해, 그 안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인사이트를 다룹니다.



아트뉴스 | 이번 주 가장 이목을 끈 콘텐츠 TOP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