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stav Klimt, Fräulein Lieser, 1917 © Wikipedia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이 100년 만에 돌아와 화제입니다. 오는 4월, 경매를 통해 새로운 주인을 찾을 계획이죠. 추정가는 우리 돈 400억-665억 원. 갑자기 등장한 대가의 그림에 많은 궁금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구스타프 클림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1917년에 만든 작품입니다. 제목은 <리저 양의 초상 Portrait of Fräulein Lieser>. 붉은색 배경 앞에 선 여성을 담고 있는데요. 작품은 세로 140센티, 가로 80센티로 인물의 머리부터 무릎 아래 정도까지를 그려냈어요. 때문에 사람과 거의 1:1 비율로 그려져 있죠.
그림 속 여인, 화인라인 리저는 클림트가 그린 다른 여성들과는 다르게, 매우 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정자세로 정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고, 또 어떤 노출도 없어요. 매우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클림트 특유의 관능미는 느껴지지 않지만, 색감과 묘사에서 클림트의 화려함을 느낄 수 있어요.
클림트의 예술세계
구스타프 클림트 © barberena
클림트는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예요. 작품에 실제 금을 붙여 작업해, 황금빛 화가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요. 때문에 매우 부유하게 살았을 것 같지만, 그렇진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귀금속 세공사였던 덕분에 어린 나이에 장식적 기법에 눈을 떴는데요.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며 궁핍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친척들의 도움으로 미술을 공부했죠.
가족들이 물심양면 도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클림트의 그림실력 때문이었어요. 1884년, 클림트는 빈에 새롭게 들어서는 국립극장과 예술사 박물관 장식화를 맡게 됩니다. 당시 클림트의 나이 스물두 살이었죠. 이 작업으로 오스트리아 황제에게 클림트는 훈장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예술가였습니다.
또 클림트의 별명이 하나 더 있어요. 바로, '빈의 카사노바'. 클림트는 많은 여성과 연애를 즐겼고, 14명의 사생아를 세상에 남겼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연애관계에 있어 클림트는 매우 이분법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거예요. 클림트는 본인 작품의 모델이 된 여성과는 육체적 관계를 맺곤 했는데요. 반면 마음에 우러나오는 사랑을 느낀 여성과는 플라토닉 러브만을 추구했습니다.
이렇게 클림트는 에로스와 플라토닉을 넘나드는 사랑을 하며, 인간의 본능, 감성, 욕망에 관심 갖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걸 황금이라는 소재를 통해 극대화했고요. 1907년부터 1908년에 금박을 활용한 작품을 제작했고,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황금 시기'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클림트는 사랑과 죽음에 대한 그림을 그리며, 때로는 에로틱하고, 때로는 화려한 명작을 남겼어요.
이 그림의 맹점: 소장 이력
Gustav Klimt, Fräulein Lieser, 1917 © Wikipedia
이번에 화제가 된 그림은 의뢰받아 그린 초상화로 여겨져요. 그림 속 여인은 리저 가문의 여성인데요. 리저 가문은 유대인 집안으로, 나치 집권 시기에 박해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아요. 그게 이슈죠. 1925년, 비엔나에서 열렸던 전시에 전시된 이후 한 번도 세상에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전시 때 찍힌 흑백 사진 하나만 남아 전해져 왔죠.
도난당한 것인지 약탈당했는지, 혹은 원래 주인이 전시 종료 후 회수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채로 100년이 흘렀고, 최근 경매시장에 작품이 갑자기 등장했습니다. 갑툭튀 한 작품에 사람들은 진품이 맞는지, 소장 이력이 확실한지 등 다양한 의문을 제기했어요.
임 킨스키 전시 전경 © Im Kinsky
이 작품 판매를 진행하는 오스트리아 경매회사는 임 킨스키(Im Kinsky)입니다. 다른 경매회사보다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오스트리아에서는 두 번째로 큰 경매회사예요. 임 킨스키에 따르면, 1960년대 중반부터 오스트리아의 한 가족이 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었다고 해요. 이후 몇 차례 상속을 거쳐 현 소유주에게 넘어갔다고 하고요. 이번에 경매에 작품을 맡긴 현 소유주는, 2년 전쯤 먼 친척으로부터 작품을 물려받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1925년 전시 후 기간이에요. 전시 후 사라진 작품이 어떻게 1960년대 중반에 이 가족에게 들어갔는지 알 수 없었죠. 임 킨스키는 오스트리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 작품의 비하인드를 확인했지만, 도난이나 약탈 등 어떤 범죄와도 연루된 가능성을 찾을 수 없다고 했어요. 작품의 컨디션도 너무 좋은 편이라, 범죄에 활용되었을 가능성도 낮다고 봤고요.
1960년, 현 소유주의 어른이 작품을 취득하고 나서도 한 번도 작품을 공개 안 한 것 역시 의문을 낳았습니다. 구스타프 클림트라는 대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면서, 판매는 물론이고 전시에 대여해주지도 않은 것을 미심쩍게 보는 시각도 있었죠. 이렇게 작품은 소장 이력에 대한 미스터리를 품은 채로, 올해 4월 24일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에요. 그전까지는 스위스, 독일, 영국, 홍콩에서 월드 투어 전시를 할 예정이고요.
추정가 665억, 합당한가?
Gustav Klimt, Dame mit Fächer, 1918 © wikipedia
임 킨스키는 이 작품의 추정가를 3천만 달러-5천만 달러로 매겼어요. 한화 약 400억-665억 원입니다. 클림트의 다른 초상화 작품과 비교해 보면 무난한 편이에요. 2023년 6월, 불과 6개월 전에 진행된 소더비 경매에서 클림트의 여성 초상화, <부채를 든 여인 Dame mit Taecher>이 판매되었습니다. 당시 가격은 1,440억 원. 유럽에서 진행된 경매 중에서는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이었어요.
두 작품은 비교하기 매우 좋은 편입니다. 우선, 제작 시기가 비슷해요. <리저 양의 초상>은 1917년 작품이고, <부채를 든 여인>은 1918년 작품이죠. 모두 클림트가 죽기 직전에 그린 그림들입니다. 또, 여성의 상반신을 그려낸 초상화라는 점도 동일하고요. 작품 사이즈는 <리저 양의 초상>이 <부채를 든 여인> 보다 조금 큽니다. 세로로 긴 작품이기 때문이죠.
(좌) Gustav Klimt, Fräulein Lieser, 1917 © Wikipedia (우) Gustav Klimt, Dame mit Fächer, 1918 © wikipedia
하지만 크기나 제작 연도 같은 정보보다 중요한 건, 작품에 담긴 내용이에요. 클림트 작품의 가치를 평가할 때 중요하게 작용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섹슈얼함과 화려함이죠. 모두 클림트의 대표적인 작품 특징이에요.
<부채를 든 여인>은 매우 섹슈얼합니다. 여인의 옷고름은 살짝 내려가 있고, 부채로 가슴을 가렸어요. 포즈도 반측면으로 설정해, 어깨 선을 강조하는 관능적인 느낌을 자아내죠. 반면 <리저 양의 초상>은 노출이 거의 없어서 섹슈얼함은 느끼기 어렵습니다. 동세도 매우 정적이고요.
화려함 역시 격차가 있습니다. <부채를 든 여인>은 엄청나게 화려해요. 여인의 뒤편으로도 장식이 가득하고, 여인이 입은 옷도 일본풍의 장식이 가득하죠. 빨간색 부채는 화려함을 더 극대화하고요. 반면 <리저 양의 초상>은 벽면을 빨간색으로 다소 단순하게 그려냈습니다. 붉은 빛깔이 불규칙하게 들어가 있어 독특하지만, 부채를 든 여인처럼 어떤 패턴이 들어가 있지는 않아요.
이렇게 단순하게 처리한 이유는, 클림트가 이 작업을 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미완성 작품인 것이죠. 대신 여인이 두르고 있는 푸른색 로브가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걸 볼 수 있어요. 이 로브는 목부터 발까지 화려한 꽃 장식이 들어가 있습니다. 덕분에 클림트가 계획해 둔 화려함을 엿볼 수 있어요.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있는 작품이지만 <부채를 든 여인>은 가장 최근 경매되어 가격을 참고해 볼 만합니다. <부채를 든 여인>의 추정가는 1,064억 원이었어요. <리저 양의 초상> 추정가인 400억-665억과는 격차가 있죠. 미완성 작품인 탓도 있지만, 주요한 이유는 1925년 전시 이후부터 100년 간의 작품 신원이 명확하지 않은 탓으로 추정돼요.
음모론: 나치의 약탈품이었을 것이다
Gustav Klimt, Portrait of Adele Bloch-Bauer I, 1907 © Public Domain
이 때문에 사라진 100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가장 말이 많은 건 나치의 약탈품이었을 것이란 설입니다. 이 작품이 사라진 시기가 한참 다른 작품이 약탈당해온 195-60년대와 겹치기도 하고, 클림트의 대표작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이 이전에 나치에 약탈당한 적이 있어 근거도 그럴듯해요.
작품의 현 소장자도 이 때문에 작품을 임 킨스키에 맡겼다고 합니다. 임 킨스키는 약탈된 예술품, 나치 시대 압수된 작품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국제적인 역량이 있다 평가받습니다. 세계 2대 경매회사인 소더비나 크리스티보다 뛰어나다고 하는데요. 임 킨스키는 약탈품일 확률은 낮다고 봤어요. 나치 통치 하에 약탈되거나 불법적으로 압수되었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죠.
© Im Kinsky
작품의 소장 이력, 프로비넌스는 작품 거래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프로미넌스가 명확해야 작품의 진위여부 확인도 쉽고, 거래도 수월해지기 때문이죠. 이건희 컬렉션처럼, 유명인이나 네임드 컬렉터가 작품을 소장했을 시엔 동일 작가 작품이라 하더라도 가격이 오르기도 합니다. 때문에 100년이라는 기간 동안 소장 이력이 불분명한 점은 작품의 추후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요. 경매는 4월 24일 진행 예정입니다. 변수를 떠안고 있는 작품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귀추를 주목해보아야 할 것 같네요.
Gustav Klimt, Fräulein Lieser, 1917 © Wikipedia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이 100년 만에 돌아와 화제입니다. 오는 4월, 경매를 통해 새로운 주인을 찾을 계획이죠. 추정가는 우리 돈 400억-665억 원. 갑자기 등장한 대가의 그림에 많은 궁금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구스타프 클림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1917년에 만든 작품입니다. 제목은 <리저 양의 초상 Portrait of Fräulein Lieser>. 붉은색 배경 앞에 선 여성을 담고 있는데요. 작품은 세로 140센티, 가로 80센티로 인물의 머리부터 무릎 아래 정도까지를 그려냈어요. 때문에 사람과 거의 1:1 비율로 그려져 있죠.
그림 속 여인, 화인라인 리저는 클림트가 그린 다른 여성들과는 다르게, 매우 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정자세로 정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고, 또 어떤 노출도 없어요. 매우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클림트 특유의 관능미는 느껴지지 않지만, 색감과 묘사에서 클림트의 화려함을 느낄 수 있어요.
클림트의 예술세계
구스타프 클림트 © barberena
클림트는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예요. 작품에 실제 금을 붙여 작업해, 황금빛 화가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요. 때문에 매우 부유하게 살았을 것 같지만, 그렇진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귀금속 세공사였던 덕분에 어린 나이에 장식적 기법에 눈을 떴는데요.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며 궁핍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친척들의 도움으로 미술을 공부했죠.
가족들이 물심양면 도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클림트의 그림실력 때문이었어요. 1884년, 클림트는 빈에 새롭게 들어서는 국립극장과 예술사 박물관 장식화를 맡게 됩니다. 당시 클림트의 나이 스물두 살이었죠. 이 작업으로 오스트리아 황제에게 클림트는 훈장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예술가였습니다.
또 클림트의 별명이 하나 더 있어요. 바로, '빈의 카사노바'. 클림트는 많은 여성과 연애를 즐겼고, 14명의 사생아를 세상에 남겼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연애관계에 있어 클림트는 매우 이분법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거예요. 클림트는 본인 작품의 모델이 된 여성과는 육체적 관계를 맺곤 했는데요. 반면 마음에 우러나오는 사랑을 느낀 여성과는 플라토닉 러브만을 추구했습니다.
이렇게 클림트는 에로스와 플라토닉을 넘나드는 사랑을 하며, 인간의 본능, 감성, 욕망에 관심 갖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걸 황금이라는 소재를 통해 극대화했고요. 1907년부터 1908년에 금박을 활용한 작품을 제작했고,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황금 시기'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클림트는 사랑과 죽음에 대한 그림을 그리며, 때로는 에로틱하고, 때로는 화려한 명작을 남겼어요.
이 그림의 맹점: 소장 이력
Gustav Klimt, Fräulein Lieser, 1917 © Wikipedia
이번에 화제가 된 그림은 의뢰받아 그린 초상화로 여겨져요. 그림 속 여인은 리저 가문의 여성인데요. 리저 가문은 유대인 집안으로, 나치 집권 시기에 박해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아요. 그게 이슈죠. 1925년, 비엔나에서 열렸던 전시에 전시된 이후 한 번도 세상에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전시 때 찍힌 흑백 사진 하나만 남아 전해져 왔죠.
도난당한 것인지 약탈당했는지, 혹은 원래 주인이 전시 종료 후 회수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채로 100년이 흘렀고, 최근 경매시장에 작품이 갑자기 등장했습니다. 갑툭튀 한 작품에 사람들은 진품이 맞는지, 소장 이력이 확실한지 등 다양한 의문을 제기했어요.
임 킨스키 전시 전경 © Im Kinsky
이 작품 판매를 진행하는 오스트리아 경매회사는 임 킨스키(Im Kinsky)입니다. 다른 경매회사보다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오스트리아에서는 두 번째로 큰 경매회사예요. 임 킨스키에 따르면, 1960년대 중반부터 오스트리아의 한 가족이 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었다고 해요. 이후 몇 차례 상속을 거쳐 현 소유주에게 넘어갔다고 하고요. 이번에 경매에 작품을 맡긴 현 소유주는, 2년 전쯤 먼 친척으로부터 작품을 물려받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1925년 전시 후 기간이에요. 전시 후 사라진 작품이 어떻게 1960년대 중반에 이 가족에게 들어갔는지 알 수 없었죠. 임 킨스키는 오스트리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 작품의 비하인드를 확인했지만, 도난이나 약탈 등 어떤 범죄와도 연루된 가능성을 찾을 수 없다고 했어요. 작품의 컨디션도 너무 좋은 편이라, 범죄에 활용되었을 가능성도 낮다고 봤고요.
1960년, 현 소유주의 어른이 작품을 취득하고 나서도 한 번도 작품을 공개 안 한 것 역시 의문을 낳았습니다. 구스타프 클림트라는 대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면서, 판매는 물론이고 전시에 대여해주지도 않은 것을 미심쩍게 보는 시각도 있었죠. 이렇게 작품은 소장 이력에 대한 미스터리를 품은 채로, 올해 4월 24일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에요. 그전까지는 스위스, 독일, 영국, 홍콩에서 월드 투어 전시를 할 예정이고요.
추정가 665억, 합당한가?
Gustav Klimt, Dame mit Fächer, 1918 © wikipedia
임 킨스키는 이 작품의 추정가를 3천만 달러-5천만 달러로 매겼어요. 한화 약 400억-665억 원입니다. 클림트의 다른 초상화 작품과 비교해 보면 무난한 편이에요. 2023년 6월, 불과 6개월 전에 진행된 소더비 경매에서 클림트의 여성 초상화, <부채를 든 여인 Dame mit Taecher>이 판매되었습니다. 당시 가격은 1,440억 원. 유럽에서 진행된 경매 중에서는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이었어요.
두 작품은 비교하기 매우 좋은 편입니다. 우선, 제작 시기가 비슷해요. <리저 양의 초상>은 1917년 작품이고, <부채를 든 여인>은 1918년 작품이죠. 모두 클림트가 죽기 직전에 그린 그림들입니다. 또, 여성의 상반신을 그려낸 초상화라는 점도 동일하고요. 작품 사이즈는 <리저 양의 초상>이 <부채를 든 여인> 보다 조금 큽니다. 세로로 긴 작품이기 때문이죠.
(좌) Gustav Klimt, Fräulein Lieser, 1917 © Wikipedia (우) Gustav Klimt, Dame mit Fächer, 1918 © wikipedia
하지만 크기나 제작 연도 같은 정보보다 중요한 건, 작품에 담긴 내용이에요. 클림트 작품의 가치를 평가할 때 중요하게 작용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섹슈얼함과 화려함이죠. 모두 클림트의 대표적인 작품 특징이에요.
<부채를 든 여인>은 매우 섹슈얼합니다. 여인의 옷고름은 살짝 내려가 있고, 부채로 가슴을 가렸어요. 포즈도 반측면으로 설정해, 어깨 선을 강조하는 관능적인 느낌을 자아내죠. 반면 <리저 양의 초상>은 노출이 거의 없어서 섹슈얼함은 느끼기 어렵습니다. 동세도 매우 정적이고요.
화려함 역시 격차가 있습니다. <부채를 든 여인>은 엄청나게 화려해요. 여인의 뒤편으로도 장식이 가득하고, 여인이 입은 옷도 일본풍의 장식이 가득하죠. 빨간색 부채는 화려함을 더 극대화하고요. 반면 <리저 양의 초상>은 벽면을 빨간색으로 다소 단순하게 그려냈습니다. 붉은 빛깔이 불규칙하게 들어가 있어 독특하지만, 부채를 든 여인처럼 어떤 패턴이 들어가 있지는 않아요.
이렇게 단순하게 처리한 이유는, 클림트가 이 작업을 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미완성 작품인 것이죠. 대신 여인이 두르고 있는 푸른색 로브가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걸 볼 수 있어요. 이 로브는 목부터 발까지 화려한 꽃 장식이 들어가 있습니다. 덕분에 클림트가 계획해 둔 화려함을 엿볼 수 있어요.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있는 작품이지만 <부채를 든 여인>은 가장 최근 경매되어 가격을 참고해 볼 만합니다. <부채를 든 여인>의 추정가는 1,064억 원이었어요. <리저 양의 초상> 추정가인 400억-665억과는 격차가 있죠. 미완성 작품인 탓도 있지만, 주요한 이유는 1925년 전시 이후부터 100년 간의 작품 신원이 명확하지 않은 탓으로 추정돼요.
음모론: 나치의 약탈품이었을 것이다
Gustav Klimt, Portrait of Adele Bloch-Bauer I, 1907 © Public Domain
이 때문에 사라진 100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가장 말이 많은 건 나치의 약탈품이었을 것이란 설입니다. 이 작품이 사라진 시기가 한참 다른 작품이 약탈당해온 195-60년대와 겹치기도 하고, 클림트의 대표작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이 이전에 나치에 약탈당한 적이 있어 근거도 그럴듯해요.
작품의 현 소장자도 이 때문에 작품을 임 킨스키에 맡겼다고 합니다. 임 킨스키는 약탈된 예술품, 나치 시대 압수된 작품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국제적인 역량이 있다 평가받습니다. 세계 2대 경매회사인 소더비나 크리스티보다 뛰어나다고 하는데요. 임 킨스키는 약탈품일 확률은 낮다고 봤어요. 나치 통치 하에 약탈되거나 불법적으로 압수되었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죠.
© Im Kinsky
작품의 소장 이력, 프로비넌스는 작품 거래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프로미넌스가 명확해야 작품의 진위여부 확인도 쉽고, 거래도 수월해지기 때문이죠. 이건희 컬렉션처럼, 유명인이나 네임드 컬렉터가 작품을 소장했을 시엔 동일 작가 작품이라 하더라도 가격이 오르기도 합니다. 때문에 100년이라는 기간 동안 소장 이력이 불분명한 점은 작품의 추후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요. 경매는 4월 24일 진행 예정입니다. 변수를 떠안고 있는 작품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귀추를 주목해보아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