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폭스(Simon Fox), 프리즈 CEO © Korea Economic Daily
나흘간 수 천억원 대의 작품을 팔아치운 엄청난 아트페어, 프리즈. 행사 시작 전부터 진행 중, 그리고 끝나고 나서도 그 영향력은 여전히 미술계에 미치고 있습니다. 프리즈는 올해 개최된 서울 뿐만 아니라, 영국과 LA, 뉴욕에서도 진행하는데요. 그런데, 이번 프리즈 서울이 본고장인 영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매출을 냈습니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CEO는 이에 대해 “원래는 5년간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더 오랜 기간 프리즈 서울이 지속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죠. 이번 프리즈 서울을 통해 대한민국 미술시장의 가능성을 체감할 수 있었는데요. 오늘은 프리즈 서울 결산을 통해, 한국 미술시장의 가능성과 과제를 짚어봅니다.
프리즈 위크 표지 © Frieze
01 도시 전체의 예술화, 서울도 할 수 있어!
프리즈 아트페어는 단순히 그림만 파는 행사가 아닙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해당 도시 전체를 예술 축제의 장으로 만드는 게 포인트죠. 이번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갤러리가 모여있는 지역인 한남동과 삼청동은 각각 밤 12시까지 갤러리를 열어두는 행사를 진행했어요. (한남 나이트, 삼청 나이트) 그 중에는 파티가 열리거나, 술과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갤러리도 있었고요.
그런가 하면 인천국제공항에서는 국내로 들어오는 예술계 인사들을 위해 공항에 팝업 전시장을 꾸미기도 하고, 서울옥션에서는 아트 위크를 진행하며 다양한 작품을 밤늦게까지 선보였습니다. 이렇게 서울 전체가 예술로 가득한 적은 처음이었죠.
프리즈에서는 이처럼 도시 전체를 예술 행사로 가득 채우는 주간을 Frieze Week이라 부르는데요. 이 주간을 잘 즐기게 하기 위해 잡지를 내거나, 홈페이지에 행사 정보를 정리해두기도 합니다. 프리즈 위크가 진행된 서울 도심 곳곳은 예술 공간 뿐만 아니라 볼 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은 번화가이기도 한데요. 덕분에 방문객들은 아트페어를 즐기며 도시 곳곳의 음식, 패션 등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프리즈를 통해, 서울이 가진 풍성한 예술 인프라와 그 가능성을 볼 수 있었죠.
프리즈 서울 전경 © The Star
02 ‘똘똘한 한 점' 퀄리티 있는 작품 소구 증가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한국 미술시장 규모가 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며 구매율이 뚝 떨어져 위기론이 언급됐죠. 이런 상황 속 진행된 프리즈는 그간 국내 미술시장에 ‘살 만한 작품'이 없었다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프리즈는 키아프와 동시 개최되어, 티켓 구입 시 두 전시 모두 입장 가능하게 했는데요. 대부분의 눈에 띄는 구매는 모두 프리즈에서 있었습니다. 낙수효과를 기대했던 국내 갤러리는 아쉬움을 감추기 어려웠죠. 작품 구매 뿐만 아니라 단순 관람을 위해 찾은 방문객도 프리즈만 보고 가는 등, 키아프에 대한 관심도는 프리즈에 한참 못 미쳤는데요. 구매자와 관람객 모두 소구하는 작품은 ‘퀄리티 있는 똘똘한 작품'임이 이번 행사를 통해 드러났어요.
프리즈를 통한 낙수효과를 얻기 위해선, 국내 미술시장도 그 만큼 볼 만한, 살 만한 작품을 내놓을 필요가 있는 것이죠. 아직까지는 그 정도가 프리즈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프리즈 LA © gatzette-drouot
프리즈 NY © Frieze
03 프리즈가 다가 아니다, 해외 시장의 국내 진출
갤러리, 옥션, 아트페어까지 한국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프리즈에서 꼽은 한국 미술시장이 유망한 이유는 크게 일곱 가지였어요.
① 뛰어난 수준의 예술 인프라: 세계적 수준의 미술관과 300여 개 이상의 갤러리
② 공항, 지하철, 버스 등 편리한 교통망
③ 풍성한 문화유산: 서울 안의 5대 궁궐 등
④ BTS, 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 유행 선도 국가
⑤ 홍콩, 중국, 일본 대비 상대적으로 건전한 정치, 경제 상황
⑥ 빠르게 성장중인 한국 미술시장 규모와 간단한 세금 체계
⑦ 아시아 태평양 지역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이런 이유는 프리즈 뿐만 아니라, 해외 갤러리와 옥션 회사까지 한국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미 해외 갤러리는 국내에 많이 들어와 있어요. 타데우스 로팍, 페이스, 페로탕, 휘슬, 리만 머핀 등 다양하죠. 이들이 아시아 시장 중에서도 한국을 선택한 건 위에 언급한 이유도 있지만, 한국은 같은 아시아 지역인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해외작가를 선호하는 현상이 있어 특히 더 유망한 시장으로 여겨진다고 해요.
베이컨X게니 전시 © Christie's
경매회사 중에서는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살짝 발을 담궜습니다. 크리스티에서는 분더샵 청담에 팝업 전시를 열었어요. 현대미술의 슈퍼스타라 불리는 아드리안 게니, 그리고 프랜시스 베이컨의 전시를 열었죠. 전시는 사전예약 형태로 진행되었는데, 빠르게 매진되며 엄청난 관심을 모았습니다.
소더비에서는 ‘컬렉팅' 수업을 진행했어요. 소더비의 예술경영대학원, ‘소더비 인스티튜드 오브 아트’의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인 ‘프리미엄 컬렉션 코스'를 유료(260만 원)로 대중에게 선보인 건데요. 이 수업에서는 아시아 현대미술의 전문가들이 모여 세계 미술시장, 아시아 미술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미술법, 컬렉팅 등에 대해 교육했다고 해요. 이후 이 수업은 한국에서 꾸준히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프리즈 서울 전경 © Korea Times
이번 프리즈의 국내 진출로 한국 미술시장은 컬렉팅 시장 뿐만 아니라 전시 시장, 교육 시장까지 다양하게 풍성해진 모습이에요. 특히 관객이나, 컬렉터에게는 프리즈와 함께할 앞으로의 5년이 더 즐거워질 것으로 보이고요.
단, 한국 미술시장의 구성원들은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미술시장에서 밥그릇을 빼앗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 작가를 선호하는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컬렉터들은 해외 작가를 좀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거든요.
이런 상황 속, 시장의 경쟁력을 가져가는 국내 기업은 어느 곳이 될 지 주목해보는 것도 관건이 될 것 같네요. 프리즈가 서울에 남긴 것들은 한국 미술시장의 과제가 될까요, 가능성이 될까요? 여러분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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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2022 프리즈 서울, 제대로 즐기는 3가지 팁
② 국내 미술품 세금 계산법
③ 찐 미술품 컬렉터들의 컬렉팅 팁 10가지
© Frieze
사이먼 폭스(Simon Fox), 프리즈 CEO © Korea Economic Daily
나흘간 수 천억원 대의 작품을 팔아치운 엄청난 아트페어, 프리즈. 행사 시작 전부터 진행 중, 그리고 끝나고 나서도 그 영향력은 여전히 미술계에 미치고 있습니다. 프리즈는 올해 개최된 서울 뿐만 아니라, 영국과 LA, 뉴욕에서도 진행하는데요. 그런데, 이번 프리즈 서울이 본고장인 영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매출을 냈습니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CEO는 이에 대해 “원래는 5년간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더 오랜 기간 프리즈 서울이 지속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죠. 이번 프리즈 서울을 통해 대한민국 미술시장의 가능성을 체감할 수 있었는데요. 오늘은 프리즈 서울 결산을 통해, 한국 미술시장의 가능성과 과제를 짚어봅니다.
프리즈 위크 표지 © Frieze
01 도시 전체의 예술화, 서울도 할 수 있어!
프리즈 아트페어는 단순히 그림만 파는 행사가 아닙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해당 도시 전체를 예술 축제의 장으로 만드는 게 포인트죠. 이번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갤러리가 모여있는 지역인 한남동과 삼청동은 각각 밤 12시까지 갤러리를 열어두는 행사를 진행했어요. (한남 나이트, 삼청 나이트) 그 중에는 파티가 열리거나, 술과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갤러리도 있었고요.
그런가 하면 인천국제공항에서는 국내로 들어오는 예술계 인사들을 위해 공항에 팝업 전시장을 꾸미기도 하고, 서울옥션에서는 아트 위크를 진행하며 다양한 작품을 밤늦게까지 선보였습니다. 이렇게 서울 전체가 예술로 가득한 적은 처음이었죠.
프리즈에서는 이처럼 도시 전체를 예술 행사로 가득 채우는 주간을 Frieze Week이라 부르는데요. 이 주간을 잘 즐기게 하기 위해 잡지를 내거나, 홈페이지에 행사 정보를 정리해두기도 합니다. 프리즈 위크가 진행된 서울 도심 곳곳은 예술 공간 뿐만 아니라 볼 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은 번화가이기도 한데요. 덕분에 방문객들은 아트페어를 즐기며 도시 곳곳의 음식, 패션 등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프리즈를 통해, 서울이 가진 풍성한 예술 인프라와 그 가능성을 볼 수 있었죠.
프리즈 서울 전경 © The Star
02 ‘똘똘한 한 점' 퀄리티 있는 작품 소구 증가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한국 미술시장 규모가 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며 구매율이 뚝 떨어져 위기론이 언급됐죠. 이런 상황 속 진행된 프리즈는 그간 국내 미술시장에 ‘살 만한 작품'이 없었다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프리즈는 키아프와 동시 개최되어, 티켓 구입 시 두 전시 모두 입장 가능하게 했는데요. 대부분의 눈에 띄는 구매는 모두 프리즈에서 있었습니다. 낙수효과를 기대했던 국내 갤러리는 아쉬움을 감추기 어려웠죠. 작품 구매 뿐만 아니라 단순 관람을 위해 찾은 방문객도 프리즈만 보고 가는 등, 키아프에 대한 관심도는 프리즈에 한참 못 미쳤는데요. 구매자와 관람객 모두 소구하는 작품은 ‘퀄리티 있는 똘똘한 작품'임이 이번 행사를 통해 드러났어요.
프리즈를 통한 낙수효과를 얻기 위해선, 국내 미술시장도 그 만큼 볼 만한, 살 만한 작품을 내놓을 필요가 있는 것이죠. 아직까지는 그 정도가 프리즈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프리즈 LA © gatzette-drouot
프리즈 NY © Frieze
03 프리즈가 다가 아니다, 해외 시장의 국내 진출
갤러리, 옥션, 아트페어까지 한국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프리즈에서 꼽은 한국 미술시장이 유망한 이유는 크게 일곱 가지였어요.
① 뛰어난 수준의 예술 인프라: 세계적 수준의 미술관과 300여 개 이상의 갤러리
② 공항, 지하철, 버스 등 편리한 교통망
③ 풍성한 문화유산: 서울 안의 5대 궁궐 등
④ BTS, 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 유행 선도 국가
⑤ 홍콩, 중국, 일본 대비 상대적으로 건전한 정치, 경제 상황
⑥ 빠르게 성장중인 한국 미술시장 규모와 간단한 세금 체계
⑦ 아시아 태평양 지역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이런 이유는 프리즈 뿐만 아니라, 해외 갤러리와 옥션 회사까지 한국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미 해외 갤러리는 국내에 많이 들어와 있어요. 타데우스 로팍, 페이스, 페로탕, 휘슬, 리만 머핀 등 다양하죠. 이들이 아시아 시장 중에서도 한국을 선택한 건 위에 언급한 이유도 있지만, 한국은 같은 아시아 지역인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해외작가를 선호하는 현상이 있어 특히 더 유망한 시장으로 여겨진다고 해요.
베이컨X게니 전시 © Christie's
경매회사 중에서는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살짝 발을 담궜습니다. 크리스티에서는 분더샵 청담에 팝업 전시를 열었어요. 현대미술의 슈퍼스타라 불리는 아드리안 게니, 그리고 프랜시스 베이컨의 전시를 열었죠. 전시는 사전예약 형태로 진행되었는데, 빠르게 매진되며 엄청난 관심을 모았습니다.
소더비에서는 ‘컬렉팅' 수업을 진행했어요. 소더비의 예술경영대학원, ‘소더비 인스티튜드 오브 아트’의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인 ‘프리미엄 컬렉션 코스'를 유료(260만 원)로 대중에게 선보인 건데요. 이 수업에서는 아시아 현대미술의 전문가들이 모여 세계 미술시장, 아시아 미술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미술법, 컬렉팅 등에 대해 교육했다고 해요. 이후 이 수업은 한국에서 꾸준히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프리즈 서울 전경 © Korea Times
이번 프리즈의 국내 진출로 한국 미술시장은 컬렉팅 시장 뿐만 아니라 전시 시장, 교육 시장까지 다양하게 풍성해진 모습이에요. 특히 관객이나, 컬렉터에게는 프리즈와 함께할 앞으로의 5년이 더 즐거워질 것으로 보이고요.
단, 한국 미술시장의 구성원들은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미술시장에서 밥그릇을 빼앗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 작가를 선호하는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컬렉터들은 해외 작가를 좀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거든요.
이런 상황 속, 시장의 경쟁력을 가져가는 국내 기업은 어느 곳이 될 지 주목해보는 것도 관건이 될 것 같네요. 프리즈가 서울에 남긴 것들은 한국 미술시장의 과제가 될까요, 가능성이 될까요? 여러분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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