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렐의 경매 회사 '주피터'는 신화를 쓸 수 있을까?

2024-09-10
조회수 656

ⓒ 파라다이스 시티

ⓒ Joopiter



9월 2일 월요일,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가 왔습니다. 2022년 설립한 자신의 경매 회사 주피터(Joopiter) 행사를 위해서였는데요. 주피터는 이번 경매에서 지드래곤의 소장품과 미술품을 선보이기로 했어요. 경매 자체도 많은 기대를 모았고 행사도 엄청난 인기 속에 진행이 되었죠.


유명 연예인이 회사를 세우는 일은 흔합니다. 하지만 경매 회사는 조금 신선해요. 기존 시장이 이미 탄탄하게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퍼렐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요?

 

 

퍼렐이 경매 회사를 만든 이유

ⓒ Joopiter



퍼렐이 주피터를 설립한 동기는, 새로운 세대의 컬렉터들을 겨냥하기 위함이었어요. 기존 경매 회사 주 고객은 베이비붐 세대~X세대였어요. 그리고 판매 품목 역시 이들에게 맞춘 전통적인 것들이 많았죠. 일례로 세계 최대 경매 회사라 불리는 소더비(Sotheby's)는 1744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처음에 책을 팔면서 회사를 시작했습니다. 희귀한 서적과 중요한 문서들을 경매로 판매했죠. 그렇게 책 경매 회사로 명성 쌓다가, 18세기 후반부터 미술품이나 도자기, 귀금속 같은 다양한 수집품으로 경매 물품을 확장해 나갔는데요. 오늘날에는 미술품, 보석, 와인, 고급 시계, 에르메스나 델보 같은 고급 가방, 클래식 자동차 같은 물품들을 경매하며 계속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어요.


많이 다채로워졌지만, 퍼렐은 여전히 경매품 카테고리가 너무 전통적이고 클래식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세대가 경매에 진입하기에도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기존 경매 시장의 아쉬운 점을 파악한 후, 자신의 경매 회사인 주피터를 2022년 론칭합니다. 이때 퍼렐이 첫 경매에 내놓은 물품을 보면, ‘아 기존 경매가 올드 하긴 했구나' 싶어져요.



경매에 출품된 퍼렐의 액세서리들 ⓒ Joopiter



당시 퍼렐은 명품 브랜드와 직접 콜라보 한 액세서리,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명품 가방, 스니커즈, 시계, 다이아몬드로 만든 루믹스 큐브 등을 내놓았는데요. 모두 본인이 직접 사용하던 애장품이었습니다. 이 애장품들은 퍼렐의 음악적,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아이템들이기도 했는데요. 매력적인 아이템들이었고, 퍼렐의 팬이라면 구매하고 싶어질 만한 품목들이었습니다. 당시 추정가 총액은 320만 달러, 한화 약 43억 원 정도였어요.


그리고 경매 종료 후 공개된 최종 낙찰가 총액은 525만 달러, 한화 약 70억 4천만 원이었습니다. 추정가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달성했죠. 게다가 출품작 중 94%가 판매되면서, 새로운 세대를 타게팅 한 새로운 경매가 시장에 통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해냈어요. 그렇게 주피터의 경매는 계속 이어졌고, 올해 우리나라에서 지디와 함께 경매를 진행하기까지 오게 된 거죠.

 

 

퍼렐과 지디의 만남: 출품작 살펴보기

ⓒ Joopiter



이번 경매에는 지드래곤의 개인 소장품들이 출품됩니다. 우선 지드래곤이 직접 그림을 그려 커스터마이징한 의류 품목들이 있어요. 가죽 재킷, 샤넬 양가죽 벨트, 에어조던 운동화 등이죠. 이외에도 지드래곤이 설립한 패션 브랜드 ‘피스 마이너스 원(PEACEMINUSONE)’에서 제작한 다이아몬드 팔찌, 형형색색의 털로 장식된 퍼 코트 등이 공개되었어요. 이외에도 소장하고 있던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 등이 출품되었습니다. 


주피터에서는 단순히 소장품을 경매에 내놓는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경매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보고 기획합니다. 주피터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가장 상단에 ‘큐레이티드 옥션(A Curated Auction of His Art & Archive)’라고 강조해둔 걸 볼 수 있어요. 지드래곤이라는 아티스트가 가진 예술성과 영감의 원천을 선보인다는 걸 강조합니다. 마지 전시 기획하듯, 출품작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큐레이션 한 것이죠. 


그리고 경매 전,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경매 전야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행사엔 퍼렐 윌리엄스와 지디가 직접 참석하기도 했는데요. 9월 5일부터 이어지는 7일 토요일까지는 서울 대림미술관에서 경매 출품작 전부를 선보이는 특별전을 진행되었어요. 경매와 함께 다채로운 행사들이 이어지는 걸 보면, 경매가 얼마나 다채로운 콘텐츠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죠. 이번 경매는 9월 2일부터 10일까지, 주피터의 웹사이트 주피터 닷컴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경매 회사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

ⓒ Sotheby's



경매 회사가 이렇게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주요 수익원은 대부분 수수료에서 옵니다. 출품된 아이템을 구매하는 이, 그리고 판매하는 이 모두에게 수수료를 받고 있죠. 이 수수료는 경매 회사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구매자의 수수료는 약 15%-25%로 높은 편이에요.


일례로 크리스티의 경우에는 25만 달러, 한화 약 3억 3천만 원 이하 금액에는 낙찰가의 25%를 수수료로 부과하고, 25만 1달러부터 4백만 달러, 한화 약 53척 7천만 원 금액대에는 20%를 부과합니다. 그리고 그 이상은 14.5%를 적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판매자도 수수료를 지불하는데요. 일반적으로 10-15% 정도입니다. 이때는 금액 구간별로 수수료를 매기기보다는 작품 가치에 따라 협상하기도 해요. 


이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술시장 불황으로 인해서 경매 회사 매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요. 2023년 기준 세계 3대 경매 회사 수익을 보면 소더비가 80억 달러, 한화 약 10조 7천448억의 매출을 냈고, 크리스티는 62억 달러, 한화 약 8초 3천241억의 매출. 필립스의 경우엔 13억 달러, 한화 1조 7천457억 원의 매출을 냈습니다. 수수료 수익 외에도 컨설팅, 프라이빗 셀링, 자문 서비스 등으로 수익을 내기도 해요. 세 곳 다 20-25% 정도 매출 감소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업계에서는 강력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죠.

 

 

주피터의 강력한 경쟁 상대

주피터 경매 전시 기프트샵 Photo © Gregory Copitet



주피터는 경쟁 상대가 없어 보입니다. 기존 경매 회사가 닿지 못하는 영역을 빠르게 선점한 덕분이죠. 유명인의 명성을 적극 이용한 경매는 웬만해선 실패도 없습니다. 그렇게 작품 판매로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고, 그 외 부대 행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죠. 게다가 주피터는 그 모든 과정을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기획해서, 기존 시장 소비자와는 다른 젊은 컬렉터들을 타겟팅하기에 자신만의 니치 마켓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주피터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도 생깁니다. 매번 스타들의 소장품만 내놓는 것만으론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아무리 신선한 소장품을 내놓고 흥미로운 행사를 주최한다 하더라도, 기존 대형 경매 회사인 소더비나 크리스티에 대항하기엔 한계가 있죠. 이들도 충분히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소더비와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의 경매 사례를 들 수 있는데요.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Artimage 2023



데미안 허스트는 1991년, 상어를 푸른색 용액에 담근 작품을 선보인 예술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파격적인 작품만큼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곤 하는 작가인데요. 가장 대표적인 게 소더비와 콜라보로 진행한 경매였어요.


사건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데미안 허스트는 그 상어 작품 덕에 잘나가는 작가 반열에 이미 올라있었던 상태였는데요. 1997년에 레스토랑을 하나 오픈하기로 해요. 가게 이름은 약국(Pharmacy)였습니다. 그리고 콘셉트에 충실하게 진짜 약국처럼 내부를 꾸몄고, 판매하는 칵테일 이름도 화학 약품에 따와서 지었죠. 외부와 내부 모두 너무 약국 같다 보니, 영국왕립제약협회가 고발하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 WWD

ⓒ YUNG



그렇게 6년간 제법 잘 영업을 해오다가, 2003년에 문을 닫게 되었어요. 그리고 레스토랑의 집기와 가구를 창고로 옮기던 중에, 이 광경을 우연히 소더비의 현대미술 스페셜리스트가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 집기류들을 경매에 부치자는 아이디어를 내요. 


그렇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경매 회사인 소더비와, 동시대 현대미술 작가 중 가장 파격적인 데미안 허스트의 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출품된 아이템들은 모두 다 레스토랑에서 쓰던 것들이었어요. 재떨이, 마티니 잔, 양념통 세트, 벽지 등이 있었죠. 추정가 총액은 300만 파운드(한화 약 47억 원)였습니다.



소더비X데미안허스트 레스토랑 경매 도록 ⓒ Sotheby's



그리고 경매 종료 후 최종 낙찰가는 1,100만 파운드(한화 약 172억 원)였어요. 엄청난 성공이었습니다. 172억 원이라는 돈은 허스트가 6년간 레스토랑 운영하면서 번 돈보다 큰 금액이었죠. 레스토랑 집기류를 세계 최대 경매 회사를 통해 판매하는 것. 이건 전례가 없는 경매였습니다. 그간 경매는 무언가 높은 가치를 가진 것이어야 출품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건 허스트에게도 도전이었지만, 전통적인 경매 회사의 전형이었던 소더비에게도 엄청난 도전이었어요. 그리고 이 도전이 성공으로 이어지면서, 미술 시장에 엄청난 귀감이 되었습니다. 

 

 

대형 경매 회사의 파격적 전략

내 머릿속의 영원한 아름다움 Beautiful Inside My Head Forever 경매 도록 ⓒ Sotheby's



이후 2008년, 1년 만에 또 경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사례가 탄생하는데요. 이번에도 주인공은 데미안 허스트였어요. 앞서서 퍼렐이 이번 지디 경매 기획하면서, 일종의 전시처럼 큐레이션 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건, 이미 전례가 있는 기획이에요. 허스트는 당시 2008년 소더비 경매를 완전히 전시처럼 기획했죠. 본인의 신작 200점을 미술관이나 갤러리 전시가 아닌, 경매 회사 전시를 통해 선보인 겁니다.


원래 경매 회사는 경매 진행 전, 컨디션 체크를 위한 전시 진행하곤 하는데요. 이건 경매를 위한 전시에요. 하지만 허스트는 전시는 전시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로 보고 섬세하게 큐레이션 했습니다. 이외에도 도록이나 홍보 마케팅에도 깊게 관여하면서 기획에 참여했죠.



당시 경매 현장 모습 ⓒ Sotheby's



그렇게 <내 머릿속의 영원한 아름다움 Beautiful Inside My Head Forever>이라는 제목의 전시와 경매가 진행되었고, 200여 점의 작품이 1억 1100만 파운드, 한화 약 1,737억 6천만 원에 낙찰됐어요. 그동안 한 경매에서 이 정도 금액이 나오려면 조건이 있었음. 미술계 3D 법칙이죠. 


미술계 3D 법칙은 D로 시작하는 단어 세 개에서 따온 것이에요. Death, 죽음: 누군가 죽어서 작품을 경매에 내놓거나, Divorce, 이혼: 이혼으로 재산분할을 하기 위해 경매에 작품을 내놓거나, Debt, 빚: 기업의 부채를 갚기 위해 작품을 판매하는 경우입니다.



매클로 부부의 모습 ⓒ Artsy

매클로 부부 이혼 경매 모습 ⓒ Sotheby's



최근 있었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뉴욕 부동산 업계의 큰손 매클로 부부의 이혼 경매였어요. 당시 재산 분배를 위해 본인들의 소장품 컬렉션을 경매에 내놨고, 1,725억 원의 최종 낙찰가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개인 소장 컬렉션 경매 중에서 역대 최고 금액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허스트의 경매 총 낙찰가가 이보다 12억 더 많은 173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허스트 경매는 2008년이었고 매클로 컬렉션은 2019년, 2022년 두 번에 나뉘어 진행되었어요.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허스트 경매가 달성한 경제적 성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경매 회사 입장에서는 3D 법칙을 마냥 기다리기보다, 엄청난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다양한 경매를 신설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다채롭게 펼쳐지는 경매 회사의 새로운 도전

ⓒ Christie's



소더비 다음으로 세계 2위 규모의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에서는 흑인 예술가 경매를 신설했어요. 2022년을 전후해서 흑인 예술가들이 미술시장에서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데요. 젊고 트렌디한, 새로운 예술 흐름을 좇는 고객들을 타게팅 하는 시도로 이 경매를 신설합니다. 


소더비는 초현대미술 경매 신설했어요. 사실 현대미술이라고 하면 7-80년대 전의 작품도 다 포함되는데요. 이것보다 좀 더 현대적인 미술작품을 일컫는 단어로 동시대 미술이라는 표현도 쓰곤 합니다. 그런데 이것보다도 더 현대적인 작품들로 초 현대미술이라는 단어도 등장했어요. 초현대미술은 2000년 이후 만들어진 작품들을 주로 일컫는데요. 소더비에서는 초현대미술 작품만 판매하는 경매를 신설합니다. 이 경매에는 40세 이하, 젊은 작가들이 주로 출품되었고 대부분이 여성 작가들이었어요. 흑인 예술가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예술 트렌드를 좇는 고객들을 타게팅 하며 경매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죠.


이 일이 2022년 초중반에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엔 이게 트렌드가 될 것인가, 안정적인 흐름이 될 것인가 이야기가 많았어요. 2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을 보면, 안정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Joopiter



이렇게 경매 회사의 도전들은 시장의 다양성을 만들고, 또 그 다양성은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어요. 이런 흐름 속, 새로운 경매 회사를 설립한 퍼렐의 주피터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 볼 만할 것 같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콘텐츠

GD와 카이스트의 만남: 미술사적 관점으로 다시보기

2022 미술시장 트렌드로 보는 2023 미술씬 전망

3D 법칙: 미술시장에 A급 매물이 쏟아져나오는 순간

Market News

현대미술씬 가장 뜨거운 뉴스들 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Making money is art, and working is art

and good business is the best art.


돈을 버는 것이 예술이고,
일하는 것이 예술이며,
좋은 비즈니스야말로 최고의 예술이다.


- 앤디 워홀 Andy Warhol, 1928-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