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 올림픽의 3대 아트스팟 (루브르, 에펠탑, 그랑 팔레)

2024-08-07

요즘 가장 핫한 이슈는 단연 올림픽입니다. 개막식부터 시작해, 선수들의 메달 소식이 전해지면서 열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죠. 올림픽이 끝나는 8월 12일 월요일까지 그 열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올림픽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화면에 걸리는 프랑스 대표 건축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미술과 관련된 세 곳인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그리고 그랑팔레 소개를 준비했어요.

[1] 루브르 박물관의 역사

루브르 박물관은 오랜 기간 동안 세계 방문객 수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미술관입니다. 2023년 기준, 연간 방문객 수 886만 명을 기록했어요. 상당한 수치이지만, 팬데믹 기간 전인 2018년에는 천만 명을 넘긴 적도 있습니다. 늘 천만 명 안팎을 유지하다가, 팬데믹 이후 조금 줄어든 채로 유지하고 있는 수치가 886만이에요.

그런데 루브르 측에서는 최근, 2025년까지 연간 방문객 수를 1200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방문객 수 2위에 오른 바티칸 뮤지엄의 연간 방문객 수는 670만 명 정도인데요. 2위의 두 배 가량 되는 수치로 상당한 숫자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루브르가 막대한 관람객을 유치하고, 또 1200만 명이라는 압도적인 수의 목표를 세울 수 있었던 기반은 루브르의 오랜 역사와 유물들에 있어요.

1500년대 그려진 루브르 궁의 모습 ⓒ Print Collector / Getty Images

루브르의 시작은 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파리를 외부의 침략에서 보호하기 위해, 필립 2세가 요새를 만들었는데요. 이때는 별도 이름은 없었고, 요새로만 활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요새가 크고 위치도 좋다 보니, 이후 14세기 중반 즈음 돼서 요새를 왕실 거주지로 개조하기로 해요. 이때부터는 '루브르 궁'이라고 불리기 시작합니다.

루브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설이 많습니다. 가장 유력한 것은 고대 프랑크어로 ‘요새’를 의미하는 ‘louwer’에서 루브르가 왔다는 설이에요. 원래 루브르 궁이 요새로 쓰였었기 때문에, 이 가설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혹은 라틴어 'lupus'에서 왔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루푸스는 늑대를 의미하는데, 이 지역에 늑대가 많았었어서 그렇게 불렸을 거란 추측이 생긴 거죠.

이렇게 다양한 어원 속, 14세기 중반, 샤를 5세 때부터 루브르는 '루브르 궁'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왕실이 소장한 진귀한 미술품을 곳곳에 걸어 전시하곤 했죠.

Joseph Louis Hippolyte Bellange, Adrien Dauzats가 그린 루브르 박물관의 모습 (1810)

루브르가 미술관으로 바뀌게 된 건, 18세기 들어서 입니다. 프랑스 혁명 중, 국왕 루이 16세가 투옥되고 나서 왕실 소장품이 국가 재산으로 귀속되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루브르 궁이 공공 미술관으로 전환됩니다. 이때의 이름은 ‘공화국 중앙 미술관’이었어요. 이 이후로는 쭉 미술관으로 활용되는데요. 소장품도 더 늘어나며 미술관 다운 구색을 갖추기 시작하는 모습을 띱니다. 하지만 이름이 자주 바뀌었어요.

19세기 초에는 당시 집권 중이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나폴레옹 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꿉니다. 전쟁에서 약탈한 미술품, 전리품을 전시하기 위함이었죠. 이후 19세기 중반에 나폴레옹이 패망하면서, 다시 원래 이름인 ‘루브르 박물관’이 되는데요. 이 시기에는 루이 필립의 지배하에 잠시 '수베레인 박물관' (Musée des Souverains)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리고 이후 20세기 초에 접어들며 다시 '루브르 박물관'이라 불리게 되는데요. 이 시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루브르 박물관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이 진행되면서, 오늘날 루브르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유리 피라미드인 <루브르 피라미드>가 생기게 되었기 때문이죠.

오늘날에는 유리 피라미드가 루브르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당시 이 피라미드 설계안이 공개됐을 때는 엄청난 반발이 있었습니다. ‘프랑스 대표 박물관에 왜 이집트 피라미드가 있냐'는 것이었죠. 문화적으로도 맞지 않는데다가, 피라미드는 무덤이고 무덤은 곧 죽음의 상징이기 때문에 꺼리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유리 피라미드의 설계자였던 이오밍 페이(1917-2019)는 이렇게 말해요.

루브르는 박물관이 아니라 거대한 무덤입니다.
수천 년 동안 죽은 자들의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거대한 무덤이죠.
이 유물들이 무덤에서 현실 세계로 나오려면 부활의 상징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이 유리 피라미드입니다.

-이오밍 페이 (I.M Pei)-

루브르 피라미드 앞, 이오밍 페이의 모습 ⓒ Photograph by Benard Bisson / Sygma / Getty

하지만 또 다른 반발이 생깁니다. 설계자인 이오밍 페이가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점 때문이었죠. 이오밍 페이는 사실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때도 지금도 건축계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그런데 루브르가 워낙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술관이다 보니, 프랑스인들은 내심 프랑스인이 짓기를 바라고 있었던 거에요.

그렇게 이오밍 페이의 유리 피라미드는 엄청난 반발과 직면하게 됩니다. 잠시 후 소개하겠지만, 에펠탑을 건설할 당시에도 많은 반발이 있었는데요. 그때보다 훨씬 더 거센 반발이 있었다고 해요. 이오밍 페이는 훗날 '프랑스 국민 90%는 반대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1988년 7월 28일, 루브르 피라미드의 모습 ⓒ JOEL ROBINE/AFP/Getty Images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리 피라미드는 지어졌어요. 그리고 1988년 10월 14일, <루브르 피라미드>가 대중에 공개됩니다. 공개 직후, 대중의 반대는 많이 누그러졌어요. 계획안으로 봤을 때는 파격적이었지만, 실물로 구현된 유리 피라미드의 모습은 루브르의 전경과 잘 어우러지는 모습이었죠.

당시 여론조사가 진행됐는데, 유리 피라미드에 대한 지지율은 56%, 반대는 23%였습니다. 비평가들도 한층 너그러워진 반응을 보였다고 해요. 그리고 오늘날에는 완전히 인식이 바뀌어, 루브르의 대표 건축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의 대표 유물 TOP 3

루브르에는 총 48만 점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고, 전시 중인 작품은 3만 8천 점 내외입니다. 전시 중인 모든 작품을 다 보려면 100일이나 걸린다고 해요.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작품 TOP 3는 모나리자, 승리의 여신, 밀로의 비너스입니다.

Leonardo da Vinci, Mona Lisa (1503-1516) © RMN - Grand Palais (Musée du Louvre) / Michel Urtado

모나리자는 이전에 빋피에서도 자주 다룬 작품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걸작이자 유품이었고, 오늘날 미술품 3대 범죄를 모두 겪은 이례적인 작품이기도 하죠. 그리고 루브르의 터줏대감이기도 합니다. 1797년부터 루브르에서 전시되었는데, 200년 넘는 시간 동안 루브르 밖으로 나온 게 약 5번 정도 밖에 안되죠.

1911년 도난 사건 때 루브르 밖으로 나왔다가 2년 만에 회수되었고, 양차 세계대전 때에는 작품 보호를 위해 미술관 밖으로 이동해 보관되었습니다. 이후 해외 전시 진행할 때 미국, 일본, 소련을 돌며 잠시 루브르 밖으로 나왔죠. 이때를 제외하면 늘 루브르에만 있었습니다.

또 모나리자의 경제적 가치를 매길 때에도, 루브르 박물관 유료 입장객 수를 환산해 계산하곤 해요. '관객이 루브르를 오는 이유 = 모나리자'라고 보는 거죠. 그 정도로 루브르의 주요한 작품으로 여겨집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소식도 전해졌어요. 루브르에서 모나리자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관객이 몰려서 감상 경험이 좋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작품으로 모나리자와 함께 전시실을 쓰는 작품들이 꼽히기도 할 정도인데요. 최근에는 모나리자 전용관 신설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어요. 구체적인 완공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별도의 지하 전시실을 설계할 거라고 전했죠.

2위인 ‘승리의 여신’은 기원전 200년, 지금으로부터 약 2224년 전의 작품입니다. 양 팔과 머리가 없이, 몸과 날개만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날개의 형상에서 영감받아 나이키 스우시 로고가 탄생했다고도 해요.

이 작품의 정식 명칭은 <사모트라케의 니케>입니다. 제목 때문에 작품 제작자가 '사모트라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종종 있지만, 사모트라케는 신들의 성소가 있던 곳입니다. 작품을 제작한 예술가는 밝혀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엄청난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옷감의 묘사나 날개의 묘사 등 디테일이 상당하고 화려해, 헬레니즘 시대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죠. 우리에게 익숙한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 미켈란젤로 같은 거장들도 고대 그리스 조각을 보고 조각을 공부했었다고 해요. 그만큼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갖춘 작품입니다.

Venus de Milo (BC 200?) © Musée du Louvre / Nicolas Guiraud

3위인 <밀로의 비너스>는 기원전 130년 경에 제작된 작품으로 추정됩니다. 이 작품은 발굴 비하인드가 흥미로운데요. 처음 발견된 건 1820년입니다. 그리스 밀로스 섬에서 농부가 밭을 갈다가 우연히 발견했다고 하죠. 이후 정찰 중이던 프랑스 해군이 농부를 도와서 <밀로의 비너스>가 발굴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발굴 직후, 프랑스 해군은 발 빠르게 작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프랑스 대사에게 발견 사실을 보고해요. 대사도 구매하자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렸고요. 그렇게 프랑스로 배를 통해 운송되는데요. 작품이 워낙 비범하다 보니, 어떤 학술적 검증이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프랑스로 가는 배에 싣기 직전까지 '더 좋은 조건에 구매할 테니 팔라'는 유혹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작품은 프랑스가 선점했어요. 그렇게 <밀로의 비너스>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될 수 있었죠. 오늘날에는 루브르의 대표 작품이자, 많은 예술 작품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밀로의 비너스>는 전시 이후 오늘날까지 70편 이상의 시를 탄생시켰고, 초현실주의 미술 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미술작품에도 많이 등장하면서 가장 많은 2차 창작물을 만든 작품으로 손꼽혀요. 또, 영화나 광고 등에서도 자주 다뤄지고 있고요.

[2] 에펠탑의 역사

에펠탑도 루브르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관광객을 유치하는 스팟입니다. 매년 600만-700만 명의 관람객이 에펠탑을 찾는다고 해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에펠탑은 원래 프랑스 사람들의 혐오를 샀던 건축물입니다. 철을 주재료로 하는 에펠탑이 파리의 기존 석조 건축물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어요.

Guy de Maupassant (1850-1893) ⓒ Photograph by Nadar

프랑스 유명 작가인 모파상은 에펠탑에 대한 혐오를 과감하게 드러냈던 인물인데요. 재밌는 점은, 에펠탑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었던 동시에 가장 에펠탑을 많이 찾은 사람이라는이라는 점이에요. 파리에서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곳인, 에펠탑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겼기 때문이죠.

에펠탑은 오늘날 ‘에펠탑 효과’라는 단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 건축물입니다. 에펠탑 효과는 '처음에는 무관심하고 심지어 싫어하던 존재도 만남이 거듭되면 호감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의미해요. 처음엔 애증이었지만, 이제는 프랑스 시민들의 애정을 한가득 받고 있는 존재로 거듭났죠.

에펠탑의 설계자, 구스타프 에펠

Gustave Eiffel (1832-1923) / 에펠탑 설계도

에펠탑의 설계자는 귀스타프 에펠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따 에펠탑을 만들었죠. 그뿐만 아니라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 구조 설계자이기도 하고, 철을 잘 다루는 덕에 ‘철의 마법사’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원래부터 예술적 건축물을 설계한 건 아니에요. 원래는 화학 전공생이었죠. 1855년, 프랑스에 지어진 산업 궁전을 보고 감탄하여 건축 쪽으로 진로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잠시 후에 소개할 그랑팔레가 이 산업 궁전을 허물고 지은 건물이에요.

에펠은 산업 궁전을 보고, 건축을 공부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당시 가장 혁신적인 재료였던 철을 공부하기 시작해요. 처음에는 철골 교량 회사에서 일하면서 공부했는데. 이 시기부터 효율적이면서 우아한 건축을 선보여서, ‘철의 마법사'라 불리게 됩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중 1886년, 프랑스에 공문이 하나 떠요. 3년 뒤 있을 만국박람회를 기념할 건축물 계획안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죠. 공문엔 조건이 있었습니다. 건축물은 20년간 전시될 예정이며, 높이는 300미터여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포인트는 '300미터'라는 조건이었습니다. 당시 선진국들은 경쟁적으로 높은 건물을 세우고 있었는데, 300미터는 아직 세계 어디에도 없던 높이였어요.

에펠탑의 설계 과정, 왼쪽부터 순서대로 88년 3월 20일, 88년 5월 15일, 88년 8월 21일, 88년 12월 26일의 모습

에펠은 철골 교량을 설계하던 노하우를 이용해서, 위로 갈수록 좁아지게 설계했습니다. 그렇게 300미터 높이를 충족할 수 있는 효율적인 설계를 제출했죠. 당시 접수된 설계도는 700개가 넘었는데요, 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에펠의 계획안을 선정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듯, 에펠탑 계획안이 공개됐을 때 반대 여론이 거셌어요. 철골 구조 건축물이다 보니, 흉물이 될 거라는 반응이 있었는데요. 에펠에게는 이런 반대 여론은 대수롭지 않았습니다. 더 문제였던 게 따로 있었기 때문이죠. 바로, 공사비 문제였어요. 당시 프랑스 정부가 건축 대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은 150만 프랑이었는데, 에펠탑은 750만 프랑이 들어갈 것으로 계산되었습니다. 다섯 배는 많은 비용이 필요했죠.

1889년 3월, 완공된 모습

그래서 에펠은 사업 수완을 발휘해요. 향후 에펠탑 입장료, 운영수익, 상표권 등을 얻어서 에펠탑 공사 비용에 보태기로 하고, 자금을 모아 성공적으로 공사를 진행합니다. 당시 에펠탑에 부정적 의견을 보내던 이들도 지어지는 모습을 보고서는 호의적 입장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해요. 완공 전부터 이미 아름답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마침내 완공되고 나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이 누그러졌어요. 특히나 에펠탑은 직접 갔을 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 큰데요. 1층 부분은 장식 요소로 가득하고,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에펠탑을 가장 싫어했던 모파상이, 에펠탑을 가장 많이 찾은 인물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죠. 이외에도 많은 예술가가 에펠탑을 소재로 한 작품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Marc Chagall, Paris through the Window (1913)

에펠탑을 소재로 한 Robert Delaunay의 작품 (1911)

1889년 만국 박람회 포스터

기욤 아폴리네르의 켈리그램 (1918)

그렇게 만국박람회가 열린 6개월 동안, 매일 만 명이 넘는 사람이 에펠탑 방문하면서 에펠탑은 사랑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덕분에 에펠은 투자한 공사비 대부분을 금방 회수할 수 있었죠.

프랑스 정부는 원래 20년 뒤 철거하기로 되어있었던 조건을 철회합니다. 덕분에 에펠탑은 1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리를 유지하고 있죠. 후에 에펠은 이렇게 이야기해요. “저는 저 탑을 질투해야겠군요. 저 탑은 저보다 더 유명합니다." 그리고 에펠탑에 세운 공을 인정받아, 프랑스 화폐에 초상이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3] 그랑팔레의 역사

그랑팔레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건설된 건축물이에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산업 궁전을 허물고 새로 지은 건축물인데요. 이번 올림픽에는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펼쳐지는 경기장으로 활용됩니다. 펜싱 경기 당시, 경기장의 아름다운 천장이 주목받기도 했죠.

그랑팔레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거대한 돔 형태의 유리 지붕이에요. 자연광이 내부 공간으로 아름답게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죠. 당시로서는 휘어진 유리로 천장을 만드는 게 최첨단 기술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기술의 첨단을 만나볼 수 있는, 만국박람회의 장소로 자리매김하기에 적절했죠.

그랑팔레에서 진행된 만국박람회는 전 세계에 산업혁명의 성과를 선보이고 전시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그래서 에어쇼 같은 행사가 진행되곤 했는데요. 나중에는 이런 기술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예술 전시도 함께 진행하면서 파리를 예술의 중심지로 만든 장소가 되었어요.

일례로 과거 프랑스의 대표 전시로 ‘살롱전’이 있었습니다. 국가 주관하에 훌륭한 작품들 모아 진행하는 전시였는데요. 이에 반발해서 낙선전이 열리고, 낙선전과 별개로 열린 사설 전시에서 인상주의가 탄생하면서, 이후 다양한 전시들이 생겨났어요.

그중에 주목할 만한 전시가, 가을 살롱전 (Salon d'Automne)입니다. 그랑팔레에서 열렸던 대규모 전시인데요. 마티스의 야수파도 가을 살롱전을 통해 첫 시작을 알리기도 했을 정도로, 그랑팔레는 아방가르드한 파리 예술의 가장 선두에 위치해있던 곳이었어요.

당시에 그랑팔레 건물은 미래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곳이었는데요. 동시에 건물의 기둥은 고전적인 디자인, 화려한 장식을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과거와 현재의 융합을 보여주면서 아방가르드한 예술을 소개하기에도 적합한 장소라 여겨졌죠.

그랑팔레의 오늘

미술은 패션과도 아주 밀접합니다. 오늘날 그랑팔레는 전시와 패션쇼에 주로 활용되는데요. 하지만 일반적인 전시나 패션쇼와는 스케일이 다릅니다. 그랑팔레 면적은 7만 2천 제곱미터나 돼요. 평으로 환산하면 2만 1780평 규모입니다. 그래서 매우 큰 스케일로 진행되는데요.

가장 유명한 건, 샤넬의 컬렉션 전시들입니다. 공간의 스케일이 큰 덕분에, 그랑팔레 안에 인공 바다 뿐만 아니라 에펠탑, 로켓, 호수, 거대 자켓 조각 등을 구현하기도 했죠.

또 미술 전시에서 이목을 끌었던 건, 아니쉬 카푸어의 회고전입니다. 당시 초대형 풍선 세 개로 그랑팔레 안을 가득 채운 작품 <리바이어던>을 선보이기도 했죠.

통상 회고전은 작가의 작품을 초기부터 현재까지 모두 아울러 선보이기 마련인데요. 카푸어는 회고전에 <리바이어던> 단 하나의 작품만을 선보였어요. 하지만 강렬한 레드 컬러, 엄청난 스케일, 인간의 원초적인 두려움을 자극한다는 점 덕분에 역대 예술가들 중 최고의 회고전으로 손꼽혔죠.

그랑 팔레는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프랑스 문화의 상징 같은 곳이에요. 이곳에서 전시를 진행하는 건 예술가들에게 큰 영예라고도 하죠. 앞으로 그랑팔레에서 또 어떤 예술적 이벤트가 펼쳐질지,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