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3대 미술관 '퐁피두 센터', 마침내 한국 상륙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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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 센터 외관 ⓒ the tour guy



퐁피두 센터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퐁피두 센터는 프랑스 3대 미술관이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현대미술관인데요. 이번에 63빌딩에 분관을 낸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39년간 63빌딩을 지킨 아쿠아리움 자리에 들어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퐁피두가 한국에 들어온다!라는 이야기가 나온 지는 꽤 됐어요. 2021년에 인천국제공항에 퐁피두센터 들어온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었고, 2022년에는 부산으로 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가, 올해 완전히 픽스되었습니다. 


2025년 11월 개관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요. 아직 1년 넘게 남았지만, 벌써 ‘퐁피두 한화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어요. 세계적인 규모의 미술관이 한국에 분관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많은 기대감을 안고 있는 소식인데요. 오늘은 퐁피두 센터의 역사와 소장품, 건축 등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퐁피두 센터 Explained

퐁피두 센터 외관 ⓒ CNN



퐁피두 센터는 1977년, 프랑스 파리에 지어진 복합문화공간이에요. 파리에 한 번쯤 가보신 분들이라면, 잊을 수 없는 아주 독특한 건물입니다. 총 10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건물 안에는 다양한 공간이 입주해있어요. 도서관, 음악연구소, 서점, 레스토랑, 영화관 등이 있죠. 모두 다 문화 예술 관련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죠. 퐁피두 센터가 지어질 당시, '프랑스 현대미술관 이전'과 '대규모 도서관 설립'이 논의되고 있었는데요. 대규모 예술 공간을 기획하며, 아예 두 공간을 합치기로 하면서 퐁피두 센터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게 퐁피두 센터 4층과 5층에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이 들어서게 되었어요. 이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이 루브르, 오르세 미술관과 함께 프랑스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곳인데요.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많이들 ‘퐁피두’라는 단어를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칭합니다. 저희도 일단 그렇게 부르도록 할게요.



퐁피두 센터 외관 ⓒ UGAM



퐁피두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는  ‘미술관계의 작은 거인’이라는 점이에요.

퐁피두는 2023년 기준, 세계 미술관 방문객 순위 19위에 올라있어요. 총 260만 명이 방문했다고 하는데요. 이건 규모 대비 상당한 수치입니다. 퐁피두 미술관은 다른 대형 미술관 대비 전시 공간 크기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거든요. 미술관이 입주한 4층과 5층을 합치면 1만 평 정도의 규모입니다. 1위에 오른 루브르 박물관은 전시면적 2만 2천 평, 6위에 오른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면적 2만 7천 평이에요. 전시 면적이 아닌 부지면적으로 비교하면 5-6배 차이 날 정도로 작기도 하죠. 이렇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를 가지고 있으나, 매년 방문객 순위 상위권에 올라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 퐁피두는 ‘젊은 미술관'에 속해요.

1977년에 개관해, 다른 미술관에 비해 역사가 짧습니다. 그래서 그만큼 더 젊은 마케팅 전략을 취하곤 하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프랜차이즈화에 적극적이라는 점입니다. 2010년에는 프랑스에 지방 분관인 퐁피두 메츠 센터를 열었고, 2015년에는 스페인 말라가에 퐁피두 개관, 2017년에는 상하이, 이후 2018년에는 벨기에 브뤼셀 지역에 개관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각국에 있는 분관에서도 퐁피두 소장품들 전시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관객과 만나고 있죠.

 

 

퐁피두의 근대, 현대, 초현대미술 소장품들

퐁피두 센터 대표 소장품 일러스트 ⓒ Centre Pompidou



퐁피두에는 우리가 아는 유명한 근, 현대미술작가는 거의 다 소장되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근대미술은 1905~1960년대까지로 묶고, 1960년대 이후의 작품들을 현대미술작품으로 분류해요. 여기서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2000년 이후 작품은 초현대미술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퐁피두는 근대, 현대, 초현대 미술품 소장 중이에요. 총 90개국 6,400명의 예술가의 작품 10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게 상당한 규모에요. 세계에서 가장 큰 현대미술관인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15만 점을 소장 중입니다. 그 뒤를 잇는 퐁피두는 세계 2위 규모로 크죠. 대표적인 예술가로는 마르셀 뒤샹이 있습니다. 뒤샹의 대표작 <샘>은 언제나 퐁피두의 인기 작품으로 손꼽혀요. 이외에도 야수파의 대표 작가 마티스, 큐비즘의 대표 작가인 피카소, 마티스와 피카소의 장점을 적절히 활용했다 불리는 샤갈, 추상화의 대표 작가 칸딘스키, 추상표현주의의 마크 로스코, 팝아트 대표 작가 앤디 워홀 등이 있습니다. 현대미술사의 대표 작가들은 다 소장하고 있는 모습이죠.



퐁피두의 대표 소장품, 마르셀 뒤샹의 <샘> Photograph by Alfred Stieglitz



또 최근 빋피Bidpiece에서 다룬 예술가 중에는, 몬드리안과 알렉산더 칼더, 미국이 만든 예술가라 불리는 잭슨 폴록, 돼지 문신 작업 선보인 빔 델보예, 영국 대표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 반타 블랙 독점 사건으로 알려진 아니쉬 카푸어 등이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올해 8월부터 퐁피두 프랑스 본관 리뉴얼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거예요. 

건물을 완전히 폐쇄해서 대대적으로 진행한다고 하는데요. 현재 밝혀진 계획에 따르면, 2028년에는 마무리를 짓고, 2030년에 오픈을 목표로 한다고 해요. 그 기간 동안 전시되지 못하는 작품들이 분관에서 많이 선보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나라 분관은 내년 11월 개관이기에, 퐁피두 파리가 소장한 해외 거장들의 작품을 국내에서 다수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요. 

 

 

알고 보면 한국과 친숙한, 퐁피두 센터의 건축 

퐁피두 센터 앞의 리처드 로저스 ⓒ The Gardian / 파크원 전경 ⓒ Forbes



퐁피두 센터의 건축을 맡은 건 리처드 로저스입니다. 2007년에 프리츠커상을 받기도 한 유명 건축가인데요. 리처드 로저스는 우리나라와도 연이 깊습니다. 여의도에 위치한 그 빨간 건물, 파크원이 리처드 로저스 작품이고, 바로 옆에 2021년 지어진 더현대는 로저스의 유작이죠.

 

두 건물 다 빨간 페인트로 건축 구조가 드러나게 설계되어 있는데요. 리처드 로저스는 한국 전통 건축의 ‘단청'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모습이 언뜻 보면 아직 공사 중인 것 같아서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남곤 하는데요. 그런데 사실 리처드 로저스는 이미 1977년, 퐁피두 센터를 지을 당시부터 ‘어 아직 공사 중인가?’싶은 디자인 자주 선보였어요.



퐁피두 센터 외관 ⓒ ArrivialGuides.com



퐁피두 센터 외관 사진을 검색해서 보면, 약간 공장 같은 느낌입니다. 외벽에 크고 작은 배관이 노출되어 있는 모습인데요. 이건 의도적으로 드러낸 겁니다. 건물 안의 공간을 크게 쓰기 위해 배관을 밖으로 내보낸 거죠. 흥미로운 건, 배관의 기능에 따라 색깔도 다르게 칠했다는 점이에요. 전기 배관은 노란색, 공조 배관은 파란색, 수도 배관은 초록색으로 칠했습니다. 


여의도 파크원 건물의 빨간색으로 칠한 부분도 기능이 있는데요. 고층 건물을 지지하기 위한 지지체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이제는 고층 건물이 너무 많아서 잘 느끼지 못하지만, 파크원은 우리나라에서 한 손에 꼽히는 높은 건물이에요. 그래서 이를 지지하기 위한 지지체를 빨간 페인트로 칠해 드러낸 건데요. 퐁피두에서는 이 역할을 하는 지지체를 흰색으로 칠해 드러냈습니다. 이외에도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같은 관객의 동선은 빨간색으로 칠해서 건물의 기능까지 한눈에 알 수 있게 설계해둔 모습이죠.


이렇게 건축에서 각 요소의 구조와 기능을 드러나게 설계하는 걸 하이테크 건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분야의 권위자이자 선구자로 불리는 게 리처드 로저스이고요. 오늘날 리처드 로저스의 하이테크 건축은 기능뿐만 아니라 미적인 부분에서도 현대건축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고 평가받아요.

 

 

불호 100%, 퐁피두의 첫 공개

퐁피두 센터 외관 ⓒ Artsper Magazine


리처드 로저스가 하이테크 건축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든 건 맞지만, 오늘날의 시선으로 봐도 퐁피두의 건축은 호불호가 갈리곤 합니다. 그리고 처음 공개 당시 파리 시민들 반응은 100% 불호였어요. 리처드 로저스는 본인 자서전에 퐁피두 센터 완공 후의 이야기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퐁피두 센터 개관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

비 오는 날 우산을 챙기지 못해 서성이던 중,

한 여인이 우산을 씌워주었다.

 

함께 길을 걷다 여인이 퐁피두 센터에 대해 말을 꺼냈고

내가 그 건물의 설계자라고 말하는 순간,

여인은 우산으로 내 머리를 내리쳤다.



모르는 사람에게 우산을 씌워줄 정도로 선의를 베푸는 사람이, 분노하여 우산으로 내리쳤다는 이야기는 매우 자극적입니다. 물론, 자서전에 직접 쓴 이야기이기에 어느 정도 MSG가 더해진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당시 프랑스 시민들 반응 정말 안 좋았습니다. 


퐁피두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에서는 이렇게 언급했어요. “네스호에 괴물이 있다면, 파리에는 퐁피두 센터가 있다". 에펠탑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도 프랑스 시민들 반응 안 좋았다는 건 너무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요, 퐁피두에 대한 반응은 에펠탑보다 훨씬 더 부정적이었습니다. 



퐁피두 센터 전경 © Julien Fromentin



가장 큰 이유는 경관과의 부조화에요. 퐁피두 근처의 다른 건물들은 유럽 건축 특유의 고풍스러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서, 오늘날까지도 전체 전경과 함께 퐁피두를 보면 이질적으로 보입니다. 색깔도 노랑, 빨강, 초록, 파랑으로 알록달록 칠해져 촌스럽게 보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건축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평가받는 건 사실입니다. 


이후, 리처드 로저스는 하이테크 건축을 고도화하면서 색을 좀 덜어내거나 배관을 다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좀 더 세련되게 다듬어 나가요. 로저스의 유작인 더현대만 하더라도, 도시적이고 미래적인 느낌 자아내면서 주변 경관과 잘 녹아들게 건축된 모습이죠. 그래서 퐁피두는 하이테크 건축의 시작점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한국의 퐁피두 전시

크루즈 디에즈 전시 전경 ⓒ 월간미술



지금 예술의전당에서 파리 퐁피두센터 특별전으로 크루즈 디에즈 개인전, <RGB: 세기의 컬러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크루즈 디에즈는 스스로를 ‘과학자의 학문을 적용하는 예술가'라고 칭해요. 인간의 눈이 색을 인지하는 원리를 이용해서 색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예를 들면,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원피스 색깔 논란을 들 수 있어요. 원피스 사진을 놓고 흰색/금색 원피스냐 파랑/검정 원피스냐 담론이 있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된 건데, 이 논란이 미국에서도 유행했고, 이후 한국까지 넘어와서도 뜨거운 논쟁을 만들어냈죠.



인류의 2/3을 속였다 불리는 드레스



당시에 흰금파, 파검파가 나뉘어 대립했는데요. 여기에 참여한 셀럽이 킴 카다시안, 저스틴 비버, 테일러 스위프트 등이 있었고, 우리나라의 보아, 나영석 피디, 장도연 님 등 다양한 이들이 이 논쟁을 언급했어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문제의 원피스는 파/검이 맞습니다, 빛에 따라서 색깔이 다르게 보이는 현상이 있었던 거죠. 인간의 색채 인지 과정에서 빛 때문에 생긴 일종의 착시 현상이었는데요. 이런 사례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인간의 색채를 인지하는 건, 사물의 절대적인 색깔을 보는 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다른 색깔이나 조명 등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죠.


크루즈 디에즈는 이 지점을 활용한 색채 작업들 선보이는 작가에요. 올해 크루즈 디에즈 탄생 100주년을 맞아, 퐁피두 센터에서 대대적으로 디에즈 전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내년 분관 오픈을 앞두고 예술의전당에서 퐁피두 센터 협력 특별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전시는 9월 18일까지 열립니다.

 

 

2025 퐁피두 한화 서울 개관전 미리 보기

이건용 작가 ⓒ Medium


2025년 11월, 퐁피두 한화 서울(가칭)이 개관 예정입니다. 그 첫 시작이 되는 개관전을 여는 주인공은 82세의 이건용 작가에요. 이건용 작가는 한국 전위미술 1세대 작가로, 실험미술계 거장이자 한국의 아방가르드를 이끈 예술가라 불립니다. 가장 대표적인 건 <바디 스케이프> 시리즈에요. 행위예술과 회화가 합쳐진 형태인데요. 


작가가 캔버스를 등지고 서서, 눈 오는 날 천사 만들기 하듯 붓질을 합니다. 그러면 팔의 궤적대로 선이 그어지는데요. 이 선은 대부분 단순한 원, 혹은 하트 모양이에요. 그 드로잉 과정에서 작가는 캔버스를 보지 않습니다. 그저 행위에 집중하는 모습이에요.



이건용 작가 ⓒ 노블레스닷컴, 사진 김춘호


이건 이건용 작가의 예술관을 잘 보여줍니다. 이건용 작가는 이전에 ‘그리는 것은 신체를 사용하는 것'이라며 신체를 활용한 페인팅 작업을 선보였는데요. 그중에는 상당히 많은 신체적 활동을 요하는 작품도 있어요. 8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퍼포먼스 성향이 짙은 회화를 선보이고, 때로는 라이브로, 관객이 보는 앞에서 작품을 진행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예술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퍼포먼스 작품이 주는 강렬함, 회화로 결과가 남는다는 특성 덕에 자신만의 개성 있는 예술세계 가진 작가라 볼 수 있죠. 이제는 해외에서도 이건용 작가를 점차 주목하는 흐름 나타남에 따라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까지 보도된 바에 따르면, 개관전 이후 연 2회 퐁피두 센터 기획 전시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해요. 또 별도로 한화문화재단의 기획 전시도 연 2회씩 진행될 예정이죠. 내년 하반기, 국내 미술관 전시가 더 흥미롭고 다채로워질 것으로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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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디 워홀 Andy Warhol, 1928-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