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박람회부터 2300시간 불화까지, 다시 주목받는 불교화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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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목받는 불교문화

ⓒ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최근 2030세대에게 다시 뜨겁게 떠오른 종교가 있습니다. 바로 '불교'죠. 지난 4월 7일부터 10일, 나흘간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열렸습니다. 개막식 당일에만 2만 명이 넘는 관객이 몰리며 역대 최대치를 돌파했죠. 그리고 이 방문객 중 약 80%가 젊은 세대였다고 해요. 


그리고 이를 반영하듯 부스도 신선했습니다. 가장 이목을 끈 건 DJ 부스였는데요. 디제잉 하면서 '극락도 락이다'라거나, '부처 핸썹' 같은 문구를 외치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죠. 행사가 진행된 첫날에는 구 트위터, 현 X에 '불교박람회' 해시태그가 5만 건 넘게 올라오고, 공식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는 일까지 벌어졌어요. 


참여한 젊은 세대 관객들은 불자로서의 신앙심을 표출하기 보다, 문화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런 불교의 인기는 단순히 불교박람회 하루의 일은 아니에요. 이런 흐름의 기저에는 요가나 템플 스테이 등 불교 문화권 아래에 있던 것들이 그간 젊은 세대와 다져온 유대감이 있었죠. 


ⓒ 스브스뉴스


한편, 최근엔 불교 그림을 담은 영상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어요. 영상의 주인공은 동국대학교 불교미술학과 졸업생인 24살의 김성문 작가. 졸업 작품으로 불화 그리는 과정을 짧게 편집해 올린 영상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영상 조회수는 무려 592만 회나 됐어요. 


영상엔 그림 작업과 완성된 작품의 모습이 담겨있는데, 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만 무려 2300시간이나 걸렸다고 해요. 문화재청도 영상에 응원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고요. 김성문 작가가 그린 그림은 <미륵 하생경 변상도>. 이 그림은 미륵보살이 하생한 후에 56억 7천만 년 뒤에 있는 많은 사람에게 깨달음을 전수하는 내용을 담은 그림입니다.


ⓒ 김성문, 미륵하생경변상도, 2023


그리고 그림 스케일이 상당합니다. 세로 230cm, 가로 140cm이고, 이 안에 빽빽하게 요소들을 채워 넣었어요. 그리고 그 디테일까지 섬세하게 그려낸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은 고려 시대 불화를 그린 거예요. 고려 시대 그림은 한국 미술에 있어 매우 특별한 존재입니다. 한국 고미술이 대개 고려 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해지기 때문인데요. 이 시기 만들어진 작품이 대부분 불교문화에서 비롯된 겁니다. 이를 보통 ‘불화'라고 말하는데요. 이중 고려 시대 불화는 전해지는 게 많지 않아요. 오랜 역사 속 전쟁을 거치며 많이 소실되었기 때문이죠. 현재까지 남겨진 불화는 160여 점에 불과합니다. 


또 하나 고려 시대 불화 특징은 화려하다는 거예요. 물감을 묽게 만들어서 대여섯 번씩 중첩시켜 채색을 진행하고, 보살의 옷에 바림 같은 그라데이션을 넣거나, 금빛으로 옷을 수놓으며 화려한 불교 장식들을 구현해냈죠. 그래서 희소성과 화려함의 측면에서 고려 시대 불화는 매우 특별한데, 이를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으로 풀어낸 덕에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어요. 

 


불화가 주목받은 2021년 사건

도야 김현자 선생 ⓒ 불교신문


2021년, 불화 표절 사건이 화두에 오릅니다. 사실 오랜 기간 종교화는 표절 논란에서 논외 되던 존재였어요. 이전에 르네상스 시기 전까지는 예술가가 예술가가 아니라 기술자로 여겨졌는데요. 그 당시 그려지던 그림들 대부분이 종교화였던걸 고려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종교화는 종교의 교리에 입각해서 그려지는 그림이기 때문에, 누가 그리든 일관된 내용을 그린다는 점 때문도 있었고, 그림 속 도상들이 갖는 상징도 종교에 입각하기 때문에 다 동일하고, 또 동일해야만 하기 때문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구도, 비슷한 이야기를 담는 경우가 많고. 그렇기에 표절 논란도 없었죠. 


그런데 지난 2021년에 우리나라에서 불화 표절 사건이 발생했어요. 그리고, 종교화로서는 드물게 원저작자의 저작권을 인정받았습니다. 사건은 경기무형문화제 제28호 단청장 이수자인, 도야 김현자 선생의 이야기예요. 김현자 선생은 한 유명 사찰에서 ‘창건설화’를 그려달라는 의뢰를 받게 됩니다. 창건설화란, 해당 절이 세워질 때 있었던 이야기를 의미하는데요. 이 의뢰를 받고 김현자 선생은 자료를 찾아보다가, 해당 절의 창건설화를 다뤘던 그림이 조선 중기에 소실되었다는 걸 파악합니다. 그래서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아예 없었다고 해요. 그럼에도, 각고의 노력 끝에 1년 6개월 만에 그림을 완성했어요. 완성한 불화의 제목은 <문수보살36 화현도>.


6 문수보살36 화현도 ⓒ 사단법인 한국불교사진협회


그림은 문수보살이 36가지의 신통한 변화를 보여주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이 그림은 절의 입구 천정에 그려져서, 절을 찾는 방문객들이 누구나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요. 작품이 선보이고 얼마 후, 다른 절에 방문한 김현자 선생이 본인 작품과 너무 유사한 작품을 발견하게 됩니다. 김현자 선생은 바로 해당 절에 항의했는데, 받아들여지기는커녕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취해 저작권법 위반 소송을 걸었다고 해요. 그리고 4년 9개월이라는 긴 소송 끝에, 원저작자로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불화는 법식이 정해져있는 그림입니다. 법식이란, 법도와 양식을 의미해요. 그리고 불화 대부분이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법식을 지켜 그리다 보니, 저작권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재판 당시 김현자 선생의 그림을 베껴 그린 피고 측에서도 주장한 것이, ‘종교화로서 불화는 시각적인 경전이고, 불교의 교리를 전달하기 위해 법식이라는 특수한 규범에 의해 제작된다. 기존 도상들의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모방해 그릴 수밖에 없어서 작가의 창작성이 발휘될 여지가 없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존에 불화를 비롯해, 종교화가 표절 논란에서 자유로웠던 이유를 근거로 들어 이야기한 건데요.


하지만 재판부는 김현자 선생의 편을 들어줍니다. 재판부는 ‘법식이라는 것이 모든 불화를 제작할 때 반드시, 항상 따라야 하는 강제성이 있는 규범으로 존재한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고, 색깔이나 형태 같은 것들은 작가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창작성이 발휘될 여지가 완전히 배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어요. 


더불어 김현자 선생의 그림은 레퍼런스가 없는 상태에서 제작되었습니다. 조선시대에 관련 자료가 모두 소멸되어 개인의 창작성이 많이 발휘된 그림이에요. 물론 문법적으로 보면 기존 불화의 구성을 가져온 것이 있으나, 이걸 새롭게 연출하고 변주하면서 개인의 창조적 개성이 발휘되었다고 보고 저작권을 인정했습니다.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 무려 4년 9개월이나 걸렸고, 불화가 저작권을 인정받은 첫 판결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이례적인 케이스로 남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케이스 덕분에, 우리나라의 불교미술 작가들이 르네상스 시기 이전의 화가들처럼 기술자가 아닌, 개인의 창조성과 역량을 선보일 수 있는 예술가로서 인정받으며, 보다 나은 환경에서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받습니다. 

 

 

불화를 만나볼 수 있는 국내 미술관과 전시

<아미타여래삼존도> ⓒ 리움미술관


한국의 전통 미술이기 때문에, 국내 다양한 미술관에서 쉽게 불화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가장 먼저 소개 드리고 싶은 곳은, 서울 용산에 위치한 리움미술관입니다. 이곳에서는 고려 시대 불화를 만나볼 수 있어요. 


앞서서 고려 시대 불화가 상당히 특별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무려 6천 년 전에 만들어진 것들이기 때문에 소실된 게 많아, 지금 전해지는 고려 시대 불화는 160여 점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리움미술관에는 고려 시대 불화이자, 국보인 <아미타여래삼존도>를 만나볼 수 있어요. 현재 고미술 소장품을 선보이는 M1 관에서 전시 중인데요. <아미타여래삼존도>는 14세기 고려 시대 작품이고, 남아있는 불화 중에서도 최고의 예술적 가치를 가졌다고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잘 짜인 비단에 섬세하게 채색되었고, 금칠로 화려함을 더했어요. 


이 그림은 아미타여래가 관음보살, 지장보살을 대동하고 죽은 이를 마중하러 오는 장면을 묘사했습니다. 아미타여래의 이름이 무량한 수명, 혹은 한량없는 광명을 가졌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요. 고려 시대에는 아미타여래가 임종의 순간에 강림해, 죽은 자를 극락으로 데려간다는 신앙이 유행했다고 해요. 그리고 그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 그림이 지금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입니다. 


<약사여래삼존도> ⓒ 리움미술관


그리고 함께 전시 중인 다른 불화로는 15세기, 조선시대 비단에 채색된 <약사여래삼존도>가 있습니다. 약사여래는 모든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재앙을 소멸시킨다는 부처인데요. 이 그림은 1477년에 왕실에서 성종의 수명장수를 위해 그린 다섯 폭의 불화 중 하나입니다. 조선시대 그려진 그림이기는 하나, 아름다운 색감의 조화나, 금가루를 사용한 호화로운 표현이 고려불화를 연상케 해요. 또, 얼굴의 묘사라든지 세부 묘사 부분에서 고려불화와는 다른 조선 초기 불화의 특징이 묻어있어 감상하는 재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리움미술관과 함께 삼성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호암미술관에서도 오는 6월 16일까지 불교미술 전시가 열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인데요. 이 전시는 젠더 관점에서 아시아 불교미술을 조망해요. 불교 속에서 여성은 어떤 존재였는지, 그리고 여성은 불교에서 어떤 것을 찾았는지에 대한 주제를 다룹니다.


ⓒ 호암미술관


총 92점의 동아시아 불교미술품을 선보이는데, 세계 각국의 미술관에서 작품을 가져왔다고 해요.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보스턴미술관, 도쿄국립박물관 등이 함께했습니다. 이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오는 5월 7일부터 전시되는 <수월관음보살도>에요. 마찬가지로 14세기 고려 작품, 보물이지만 개인 소장품입니다.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작품인 만큼 눈여겨보고 오시길 추천드려요.  


이외에도 해당 전시에서 이건희 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고려와 조선시대 불화를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는데, 기간별로 전시되는 작품이 다릅니다. 호암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전시 스케줄 확인 가능하니, 확인해 보시고 방문하길 추천드려요. 

 

또 한국 고미술품 하면, 국립중앙박물관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작년에 연간 관람객 수 418만 285명을 유치하면서 전 세계 미술관 방문객 순위 6위, 아시아 1위에 올랐어요. 그만큼 국내외 다양한 관객이 찾는 세계적인 박물관이 되었는데요.

 

사유의 방 ⓒ 국립중앙박물관


이곳에서는 2층에서 불교미술을 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2층에는 우선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사유의 방이 있어요. 사유의 방은 삼국시대 6세기 후반과 7세기 전반에 제작된 우리나라의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을 나란히 전시해두었습니다.

 

어둡고 고요한 복도를 지나 작품을 마주할 수 있는데, 공간에 살짝 경사를 두어 작품 감상 압도감을 극대화합니다. 이 공간 설계한 분의 이야기에 따르면, 루브르에 모나리자 전시실이 있다면, 한국의 사유의 방이 있다는 말이 나올 수 있게, 의미 있는 장소로 설계했다고 하는데요.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경외감이 극대화된 곳이니만큼 꼭 보고 오시길 추천드립니다.

 

축연 필 아미타극락회도 ⓒ 국립중앙박물관


그리고 사유의 방 맞은편의 ‘서화관’에서 불교미술 회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고려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불화를 선별해 전시하는데. 6개월에 한 번씩 작품을 모두 교체해요. 이곳에서는 완성된 불화 작품뿐만 아니라 밑그림이나, 불화를 만들며 제작된 기록물들까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축연 필 아미타극락회도>를 살펴보시길 추천드려요. 조선시대 작품이고, 모란꽃을 든 아미타불과 부처의 설법을 듣기 위해 모인 무리를 그린 그림인데, 꽃을 든 아미타불은 독특한 도상이라고 합니다. 또 함게 놓인 청화백자나 향로, 책갑 등 기물에서 디테일함이 엿보입니다.


다시금 떠오른 한국의 전통 미술이 다시금 트렌드가 된 오늘날, 역사와 전통이 담긴 불화를 한 번씩 살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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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디 워홀 Andy Warhol, 1928-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