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모네, 'AI 쓰레기'가 된 날

2026-07-13
조회수 437

2026년은 모네가 세상을 떠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리고 100주년이 된 올해 기괴한 사건이 있었어요. 지난 5월, X(구 트위터)에 모네 그림 한 점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몇 시간 만에 수천 명이 달려들어 "영혼 없는 쓰레기"라는 댓글을 남겼어요. 모네가 욕 먹은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AI가 그린 그림이라고 오해받았기 때문이죠. 

 

슐롬스가 게재한 이미지와 실제 전시중인 모네의 작품

슐롬스가 게재한 이미지와 실제 전시중인 모네의 작품


사건을 기획한 건 익명의 디지털 아티스트, SHL0MS(슐롬스)였어요. "모네 풍의 그림을 AI로 생성했다"면서 그림 한 장을 올렸죠. 슐롬스는 여기에 X가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AI 생성' 라벨까지 붙였습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어요. 하지만 업로드 된 작품은 진짜 모네의 그림이었어요. 1915년경 그린 <수련> 연작 중 한 점으로, 독일 뮌헨의 노이에 피나코테크 미술관에 걸려 있는 진품을 일부분 잘라 올린 것이었습니다. 


슐롬스는 어그로를 끌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진짜 모네와 비교해서, 이 그림이 무엇이 열등한지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말했어요. 몇 시간 만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고, 게시물은 670만 명이 볼 만큼 퍼져나갑니다(포춘 보도 기준).


댓글은 흥미로웠어요. "깊이와 색채에 일관성이 없다", "나무의 반사가 공간감 없이 수련 잎 위로 번지고 있다". “실제 수련보다 조잡하다” 같은 의견도 있었고, 제법 디테일한 비판도 따랐습니다. "모네는 빛이 물 위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했지만, 이 그림에는 그런 이해가 전혀 없다". “붓 자국이 굉장히 가짜같다”는 식이었죠.


분노 섞인 반응도 있었어요. "이 그림에는 영혼이 없다", 심지어 "AI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고, 어떤 이는 영어로 850단어, 원고지 열 장 가까운 분량의 분석 글을 올렸습니다. 그림 위에 구도 도식과 시선의 흐름까지 그려 가며 "인간 화가라면 절대 하지 않을 실수"를 조목조목 짚기도 했고요.


충분히 댓글이 쌓인 뒤, 슐롬스는 "사실은 진짜 모네의 수련"이라고 밝힙니다. 이윽고, 혹평을 쏟아냈던 이용자 상당수가 서둘러 댓글을 지우거나, 계정을 비공개로 돌렸고, 계정을 삭제해 버리기도 했어요. 그중 일부는 슐롬스를 히틀러라고 부르며 살해 협박을 하는 사람도 있었죠. 


한편 적극적으로 의견을 계속 개진하는 이들도 있었어요. "AI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결함을 찾기 시작했다"며 자신의 편향을 인정하는 이들, 다른 쪽에서는 진짜 모네라도 별로인 작품일 수 있다. 모네의 다른 수련보다 별로인 작품"이라며 모네를 깎아내리는 의견이 따랐죠. 


SHL0MS, inferior image, NFT.

SHL0MS, inferior image, NFT.


그리고 이 과정은 모두 스크린샷으로 남았습니다. 슐롬스가 이 모든 과정을 ‘인간 본성을 보여주는 예술’이자 일종의 퍼포먼스 아트로 보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본인이 올렸던 모네 작품 이미지를 <열등한 이미지>라고 제목 붙여서 NFT로 판매하기까지 합니다.


AI 제작 라벨 하나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분노하게,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시대가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 이건 심리학에서는 이미 여러 번 확인된 현상이에요. 2024년 국제 학술지에 실린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작품의 출처를 모를 때 오히려 AI 이미지를 인간의 작품보다 더 선호했다고 하죠. 그런데 "AI가 만들었다"는 정보를 듣는 순간 같은 작품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졌고, 한 실험에서는 AI 라벨이 붙은 작품의 가치를 인간 작품보다 62%나 낮게 매겼다고 해요. 


더 오래된 연구도 있습니다. 2004년 발표된 '노력 추단법(effort heuristic)' 연구인데. 사람들은 같은 완성도의 작품이라도 "작가가 오래 공들였다"는 설명을 들으면 더 높은 가치와 가격을 매겨요. 그러니까 우리는 작품을 눈으로만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 옆에 붙은 설명과 함께 평가하는 셈인 거죠. SHL0MS는 이런 실험실 연구를 인터넷에서 수백만 명 규모로 재연한 것이고요.


SHL0MS, CAR // 0009, 2022. I Still from rotating video of an exhaust muffler from a detonated Lamborghini Huracan.

SHL0MS, CAR // 0009, 2022. I Still from rotating video of an exhaust muffler from a detonated Lamborghini Huracan.


슐롬스의 기획은 과연 온라인 퍼포먼스 아트라고 부를 만합니다. 단순 누리꾼이 아닌 예술가라는데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요. 슐롬스는 2022년 선보인  '$CAR' 프로젝트로 유명해졌어요. 25만 달러를 주고 산 람보르기니 우라칸을 폭파한 뒤, 잔해 999개를 하나하나 촬영해 NFT로 판매한 기획이었죠. 이건 암호화폐 시장의 탐욕을 겨냥한 작업이었습니다. 


이번 모네 실험도 같은 맥락이에요. 동시대 가장 이슈가 된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욕망을 바라보게 만들었죠. 그의 작업은 호불호가 갈립니다. 시대의 변화를 잘 반영한 현대미술이라거나, 지나치게 도파민을 좇는 과격한 예술이라거나. 여러분은 슐롬스의 작업, 어떻게 바라보셨나요?


이정우 에디터 빋피


Market News

예술가가 일으킨 스캔들, 미술 시장의 경매 소식, 예술계 크고 작은 행사 등 지금 가장 뜨거운 현대미술 소식을 정리해, 그 안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인사이트를 다룹니다.



아트뉴스 | 이번 주 가장 이목을 끈 콘텐츠 TOP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