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미술시장, 위축과 조정 사이 '확신'이 안 선다면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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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체육관광부


마침내 국내 미술시장 규모가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4일 밝힌 ‘2022년 미술시장 규모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미술품 유통액은 1조 377억 원, 전년대비 37.2% 늘었죠. 가장 큰 견인을 일군 건, '아트페어'였습니다.

아트페어의 총매출액은 2021년에 1889억 원이었어요. 그리고 2022년엔 3020억원으로 59.8% 상승했죠. 키아프, 프리즈 등 이목을 끌던 아트페어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진행된 많은 아트페어가 모두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아트부산은 전년 350억 매출에서 올해 746억 매출을 냈고, 화랑미술제는 72억 원에서 177억 원, 울산국제아트페어는 129억 원에서 230억 원으로 매출이 훌쩍 뛰었습니다. 키아프 역시 2021년 650억 원에서 2022년 700억 원을 기록하며 높은 매출을 냈고요. (프리즈의 매출액은 공개되지 않았고, 수치에서도 제외되었습니다.)

아트페어는 갤러리들이 모여 여는 행사입니다. 이들이 아트페어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갤러리 단위에서도 매출이 많았던 덕분이죠. 아트페어와 별개로 집계된 갤러리 판매액은 2021년 3142억 원이었고, 2022년 5022억 원으로 늘었다. 이렇게 보면 엄청난 매출이 미술시장에서 일어났음을 알 수 있죠. 하지만 미술시장엔 위축이다, 조정이다, 이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 Christie's


© 문화체육관광부


흔히 미술시장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지표는 경매회사 지표라 여겨집니다. 갤러리 판매, 아트페어 거래는 정확한 금액을 공개하기보다 두리뭉실하게 공개되기 때문이죠. 어떤 작가 작품이 얼마에 팔렸는지 시세를 공개하길 꺼리는 시장 분위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매회사의 수치는 추정가부터 낙찰액까지,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지표입니다. 몇 차례 경합이 있었는지, 추정가 대비 낙찰액이 얼마나 높은지 등을 통해서 시장의 열기를 가늠해볼 수도 있고요.

그러한 경매회사의 최근 지표는 좋지 않은 모습입니다. 모든 지표가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죠. 지난해 4분기 양대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경매 총 낙찰액이 작년보다 절반 이상(61%) 줄어들었습니다. 2021년 79%대였던 낙찰률은 57%로 줄었죠. 지난 1월에는 90% 이상의 낙찰률을 보여줬던 걸 감안하면, 확실히 시장이 위축된 걸 볼 수 있습니다. 판매되는 작품의 수도 줄었습니다. 전년대비 53.5% 감소했죠. 판매되는 작품도 줄어들고, 그마저도 잘 안 팔리는 겁니다. 블루칩이라 불리는 쿠사마 야요이 시장은 성과를 내기도 했으나, 블루칩이 아닌 작가들의 시장은 쌀쌀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양극화 상황이 왔을까요?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에 따라 이어진 고물가, 고환율 등이 시장 위축의 원인이라 봅니다. 경기 불황이 장기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분위기 속, 미술품이라는 환금성 낮은, 불안정한 자산에 투자할 심리가 많이 줄어든 것이죠.



© Sixteen:nine


경제 상황 외에도 다양한 이유들이 시장 위축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나치게 빠르게 달아오른 시장이 순식간에 식는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오죠. 실제로 코로나를 겪으며 최근 2-3년 간 두 배에서 3배, 10배 가까이 가격이 뛴 작가들이 많습니다. 급격히 달아오른 걸 감안하면, '건강한 조정'이라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이 시기 작품을 구매한 컬렉터들이 ‘구매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작품 재판매하는 것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며, 작품 가격이 코로나 이전 대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술시장 열기가 한 김 식은 상황에서, 굳이 고점 작품을 구매할 이유가 없는 컬렉터들은 상황을 지켜보려 하죠.

더 이상 ‘호황’이라는 단어는 국내 미술시장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간 내놓기 무섭게 팔리고, 대기가 끊이지 않던 ‘공급자가 웃는 시장'은 이제 '구매자 주도 시장'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똑똑하게 시장 상황을 바라보고, 본인만의 관점으로 작품을 선택하는 컬렉터가 시장을 주도하죠. 그렇다고 겁 먹을 건 없습니다. 아직 한국 미술시장은 해외와 비교했을 때, GDP 대비 그 규모가 작기 때문이죠. 미국이나 중국 미술시장은 GDP 대비 0.1~0.2% 정도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0.02% 수준을 유지하고 있죠. 여전히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한 발짝 물러나 숨 고르기를 해 보는 타이밍을 가져보는 것도 좋죠. 당장 급한 마음으로 구매하기보다, '좀 더 둘러보고 올게요'라는 말이 미덕인 타이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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