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 갈라에 참석한 리한나 ⓒ New York Times
패션계의 오스카라 불리는, ‘멧 갈라’가 지난 5월 6일 개막했습니다. 멧 갈라는 가수부터 배우, 다양한 셀럽이 화려한 옷, 때로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과감한 옷을 입고 다양한 패션을 선보이는 행사인데요. 레이디 가가, 젠데이아, 켄달 제너 등 스타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는 정호연, 제니 등이 참여하기도 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매년 화려하고 파격적인 의상들 보는 재미 덕분에 팬층도 탄탄한 행사로 손꼽히죠.
그런데 멧 갈라는 단순히 유명한 사람이 화려한 옷 입고 나오는 잔치가 아니라, 다양한 인사이트를 엿볼 수 있는 문화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예술적인 특징을 강조한 오트 쿠튀르 의상, 절대 비공개가 원칙인 메인 행사 공간, 휴대폰 사용 금지라는 엄격한 원칙, 행사가 진행되는 몇 시간 동안 수백억의 자금을 끌어모으는 행사죠.
그리고 이 배후에(?) 미술관이 있습니다. 미술관이 이렇게나 큰돈을 벌어들이는 행사는 매우 이례적이에요.
#01 멧 갈라,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초기 멧 갈라의 모습 ⓒ Francesco Scavullo/Condé Nast via Getty Images
멧 갈라의 멧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메트로폴리탄이 너무 길다 보니, Met Museum이라 부르곤 하는데요. 이 멧 뮤지엄이 1946년에 의상예술 박물관과 합병하게 되면서, 미술관 산하에 ‘의상 연구소’를 두게 됩니다. 당시 합병 조건이 흥미로운데요. 이 의상 연구소의 전체 운영 예산은 미국 패션 산업이 책임진다는 조건이 있었다고 해요. 그러면서 의상 연구소 예산을 모으기 위해 1948년부터 멧 갈라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뉴욕 내 상류사회 여성을 위해 트렌디한 의상을 선보이는 지역 행사였는데요. 당시로선 드물었던 대규모 패션 행사였던 덕분에, 예술계 유명 인사들이 멧 갈라에 참석하곤 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앤디 워홀, 셰어, 다이애나 왕세자비 등이 있죠. 또멧 갈라에선 매년 ‘테마’가 선정돼요. 테마로 선정된 명품 브랜드로는 발렌시아가, 이브 생로랑, 크리스찬 디올, 지아니 베르사체, 알렉산더 맥퀸 등이 있습니다. 정리하면, 셀럽과 명품이 함께한 첫 번째 행사였던 셈이죠.
멧 갈라에 참석한 다이애나 왕세자비 ⓒ Getty Images
멧 갈라의 선구적인 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명품과 셀럽, 예술의 조합을 가장 먼저 추구했다는 것. 명품 브랜드와 셀럽은 언제나 가까운 존재였어요. 그리고 이들이 함께하는 순간 파급력이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 수준으로 커지곤 했죠. 멧 갈라는 여기에 예술을 더하면 훨씬 더 풍성해지게 된다는 걸 일찍이 파악하고 상품화합니다. 그리고 그 파급력을 이용해서 엄청난 자금을 끌어모으는데도 성공해서, 오늘날 미술관 운영이나 패션 이벤트에 있어서 많은 인사이트를 주는 행사가 되었죠.
#02 멧 갈라의 수익구조
멧 갈라에 참석한 셀럽들 (타일라, 제니, 지지 하디드) ⓒ VOGUE
멧 갈라 행사가 진행되는 몇 시간 동안 발생하는 평균 수익은 약 150억 원입니다. 그리고 이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원천은, 티켓 판매에 있죠. 멧 갈라에 참석하는 모든 이들은 티켓을 구매해야 합니다. 초대장이 있는 사람만 올 수 있는데, 초대를 받아온 이들도 티켓을 사야만 하죠.
그리고 이 티켓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몇 년에 한 번씩 가격이 오르는데, 올해 인상된 멧 갈라 티켓 가격은 7만 5천 달러에요. 한화 약 1억 200만 원이죠. (작년까진 7천만 원 선이었으나, 올해 50% 인상되었습니다.) 멧 갈라는 티켓뿐만 아니라 파티 테이블도 판매하는데요. 테이블 대부분은 명품 브랜드나 스폰서 기업이 구매해요. 이 테이블 가격도 마찬가지로 종종 오르고, 올해는 35만 달러, 한화 약 4억 7천만 원으로 인상되었죠.
멧 갈라에 초대되는 인원은 약 450명 정도 됩니다. 참석자 모두 티켓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매년 평균 150억 원이 넘는 기금이 모인다고 해요. 올해는 티켓 가격이 50% 올랐다고 하니, 아마 더 큰 금액이 모이게 될 것으로 추정되죠. 그리고 이렇게 모인 기금은 모두, 뉴욕 메트로폴리탄 산하의 의상 연구소 기금으로 쓰이게 됩니다.
#03 미술관이 돈 버는 방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Met Museum
미술관은 돈을 버는 기관이 아닙니다. 대부분 미술관은 적자를 내면서 운영돼요. 전시 하나를 열 때마다 적게는 1억~10억 내외의 비용이 듭니다. 블록버스터급 전시의 경우엔 수백억씩 들어가고요. 이런 전시를 일 년에 한두 번씩 연다면, 티켓 판매 비용만으로는 미술관 운영이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종종 굿즈 숍을 운영하거나 멤버십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 역시 미미한 수익이에요. 그래서 미술관 대부분은 재단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곤 합니다.
하지만 멧 갈라가 생긴 이후, 미술관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게 되었어요. 이후 다른 미술관에서도 멧 갈라 같은 기금 확보를 위한 갈라를 열기 시작합니다. 휘트니 미술관에서는 1990년부터 애뉴얼 갈라를 열면서 자선 행사를 진행하고 있고, 2000년대 초반부터는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도 구겐하임 인터내셔널 갈라를 진행하고 있죠.
이 행사들도 많은 자금을 모으고 있지만 멧 갈라만큼은 아닙니다. 사실 멧 갈라도 원래는 이 정도로 큰 규모는 아니었어요. 티켓 가격도 초기엔 85달러였죠. 물가를 고려해도, 지금만큼 비싼 건 아닐 것이라 추정되는데요. 이후 멧 갈라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면서 점차 몸집을 키워왔습니다.
#04 멧 갈라의 레전더리 호스트, 안나 윈투어
안나 윈투어 ⓒ VOGUE
올해로 78년의 역사를 가진 멧 갈라. 그 기간 동안 다양한 전략과 시도들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큰 공을 세웠다 평가받는 건 멧 갈라의 호스트인 안나 윈투어에요. 안나 윈투어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메릴 스트립이 맡았던 미란다 프레슬리 역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인물입니다. 미국 보그의 편집장이고, 패션계는 안나 윈투어 전후로 바뀌었다 불릴 정도로 많은 성과를 냈죠.
일례로 보그지의 표지 모델은 늘 모델이 해왔는데요. 안나 윈투어 이후로는 여배우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후 보그뿐만 아니라 다른 패션 매거진도 배우를 커버 모델로 기용하기 시작했죠. 그 시도를 처음에 했던 만큼, 패션과 셀럽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라 평가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 덕분에 1995년부터 30년째 멧 갈라 호스트를 하고 있죠.
안나 윈투어가 호스트로 있는 기간 동안 무려 3천억 원이 넘는 자금이 유치됐습니다. 또 윈투어가 호스트를 맡고 6년째 되던 해부터 멧 갈라가 ‘패션계 오스카상’이라고 불리게 되었죠. 안나 윈투어는 멧 갈라의 모든 것을 통제한다고 해요. 행사장에 놓일 냅킨의 색깔, 포크의 디자인, 조명의 조도, 조경 디자인 등 모든 걸 컨펌하죠.
멧 갈라에 초대되는 약 450명의 셀럽은 모두 초대장을 받아 옵니다. 이 초대장을 보내는 주체도 안나 윈투어에요. 게다가, 모든 참석자의 의상까지도 윈투어가 직접 컨펌합니다. 이렇게 철저한 기획과 디테일을 놓치지 않은 덕분에, 오늘날까지 막대한 예산을 모금하는 가장 파급력 있는 행사로 진행될 수 있었어요.
#05 멧 갈라 금지사항
멧 갈라에 참석한 셀럽들 (킴 카다시안, 젠데이아, 도자 캣) ⓒ VOGUE
멧 갈라는 엄격한 규칙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첫째는 휴대폰 사용 금지, 그리고 셀카 금지예요. 레드 카펫 진행 후 셀럽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이곳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 안나 윈투어가 편집장으로 있는 보그 소속 기자들뿐입니다. 파티에 참석한 셀럽도 본인 핸드폰 사용할 수 없어요. 그렇다 보니, 멧 갈라 특유의 신비로움이 더 극대화되고, 더 많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몇몇 셀럽들이 화장실에서 셀카를 찍기도 했지만, 행사장 내부 사진은 찍을 수 없죠.) 그래서 ‘가장 화려한 블랙박스’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답니다.
둘째로는, 18세 미만 참석 금지예요. 아무리 유명인사고 패션계 영향력이 있다 해도 만 18세 미만은 참석할 수 없다고 합니다. 셋째로는 흡연 금지예요. 당연한 규칙 같지만 2018년에야 이 규칙이 생겼습니다. 지난 2017년에 벨라 하디드, 마크 제이콥스 등 유명 인사들이 멧 갈라 화장실에서 흡연하는 모습 포착되었는데, 실내 흡연 자체도 잘못된 것이지만, 행사가 열리는 곳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라는 점 때문에 비난받았어요. 이곳에서 흡연하는 건, 소장품에 대한 무례함이라 비난받았고, 2018년부터 금지됩니다.
넷째로는 마늘과 양파 금지예요. 레드 카펫 끝나고 파티가 진행되는데, 이때 구취가 생길 수 있어 마늘과 양파는 요리에 절대 금지한다고 해요. 이건 파티 호스트인 안나 윈투어의 개인 의견 반영한 것입니다. 이외에도 치아에 끼일 걸 염려해 파슬리도 금지하고, 비싼 옷에 흘릴 수 있는 수프 같은 음식도 금지됩니다.
#06 멧 갈라의 진짜 주인공, 메트로폴리탄 전시
멧 갈라에 참석한 셀럽들 (스티븐 연, 라나 델 레이, 카디 비) ⓒ VOGUE
멧 갈라엔 매년 테마와 드레스 코드가 정해집니다. 올해인 2024년의 테마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패션을 다시 깨우다>였어요. 드레스 코드는 ‘시간의 정원 Garden of Time’입니다. 멧 갈라 참석자들은 이 두 가지를 조합해 의상을 입고 가야 하는데요. 테마와 드레스 코드에 ‘숲’, ‘정원’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보니 올해 행사에서는 꽃이나 풀, 모래 등을 모티브로 활용한 의상이 많았습니다. 호스트인 안나 윈투어도 화려한 꽃 자수가 새겨진 코트와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고요.
한편 클래식하고 빈티지스러운 의상을 입고 온 이들도 많이 보였는데요. 마찬가지로 테마와 드레스 코드에 ‘잠자는’ ‘깨우다’ ‘시간’ 같은 단어들 때문에 전통적인 서양식 드레스를 입은 모습도 많았습니다.
중요한 건, 이 셀럽들의 의상보다도 이번에 함께 진행되는 전시에요. 멧 갈라 날을 기점으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산하 의상 연구소에서 전시를 시작합니다. 올해는 멧 갈라 테마에 맞춰 화려한 꽃 자수가 새겨진 전통 드레스들과 액세서리들을 선보여요.
ⓒ Met Museu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이 오래된 드레스들을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 비유해서, 유리관 안에 넣어 선보입니다. 총 16벌의 여성 드레스뿐만 아니라 전통 남성 양복을 전시할 예정이죠. 이에 더해, 명품 브랜드의 콜라보 의상도 볼 수 있습니다. 디올에서는 화려한 꽃 장식이 달린 미스 디올 드레스를 미니어처 버전으로 선보였어요.
이브 생 로랑 재킷 확대 ⓒ Met Museum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이브 생로랑의 재킷이었습니다. 1988년에 이브 생로랑이 반 고흐의 붓꽃 그림을 보고 영감받아 만든 꽃 자수 재킷을 전시했죠. 이 의상에는 20만 개의 구슬과 25만 개의 스팽글을 사용했다고 해요. 수작업으로 제작되어, 600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현대미술가들이 드레스를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여서 다채로운 볼거리가 많은 전시에요. 전시는 9월 2일까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진행됩니다.
#07 기술과 예술의 신선한 만남
Mermaid Bride ⓒ Met Museum
이번 메트로폴리탄 전시에 오픈 AI의 챗 GPT 기술을 도입되었습니다. 기술이 도입된 작품은 ‘Mermaid Bride’라는 이름의 세틴 웨딩드레스인데요. 이 드레스는 과거 뉴욕 사교계 셀럽이었던 나탈리 포터가 1930년대 입었던 의상이라고 해요. 관객은 이 드레스를 감상하면서 챗봇을 통해 드레스의 정보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이 드레스를 입은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드레스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등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죠.
이런 식의 감상 방식은 매우 독특합니다. 그동안에 작품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매우 제한적이었어요. 작품 정보가 적힌 캡션을 읽거나, 도슨트를 통해 정보를 접하거나 하는 식이었죠. 하지만 AI 기술이 도입된 챗봇 덕에, 관객이 더 적극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멧 갈라 레드 카펫을 주관하는 보그에서도 이 드레스 작품을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꼽기도 했죠. 또 오픈 AI CTO인 미라 무리티도 “이런 일은 처음 해보지만, AI를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는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걸 느낀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 Met Museum
사실 작품에 AI를 활용하는 건, 이미지 생성형 AI가 도입된 이후 흔해진 케이스가 되었는데요. 작품 제작이 아닌, '감상'에 AI를 도입하는 건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술계는 의외로 적극적이에요. 파리 오르세 미술관도 작년부터 고흐 AI 챗봇을 배치해서 관객의 적극적인 작품 감상을 돕고 있거든요. AI가 미술계에 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패션과 셀럽, 예술, 심지어 기술까지. 예술 콘텐츠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아울러 선보이는 멧 갈라의 인사이트. 앞으로 또 어떻게 펼쳐지게 될지 주목해 볼 만합니다.
멧 갈라에 참석한 리한나 ⓒ New York Times
패션계의 오스카라 불리는, ‘멧 갈라’가 지난 5월 6일 개막했습니다. 멧 갈라는 가수부터 배우, 다양한 셀럽이 화려한 옷, 때로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과감한 옷을 입고 다양한 패션을 선보이는 행사인데요. 레이디 가가, 젠데이아, 켄달 제너 등 스타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는 정호연, 제니 등이 참여하기도 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매년 화려하고 파격적인 의상들 보는 재미 덕분에 팬층도 탄탄한 행사로 손꼽히죠.
그런데 멧 갈라는 단순히 유명한 사람이 화려한 옷 입고 나오는 잔치가 아니라, 다양한 인사이트를 엿볼 수 있는 문화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예술적인 특징을 강조한 오트 쿠튀르 의상, 절대 비공개가 원칙인 메인 행사 공간, 휴대폰 사용 금지라는 엄격한 원칙, 행사가 진행되는 몇 시간 동안 수백억의 자금을 끌어모으는 행사죠.
그리고 이 배후에(?) 미술관이 있습니다. 미술관이 이렇게나 큰돈을 벌어들이는 행사는 매우 이례적이에요.
#01 멧 갈라,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초기 멧 갈라의 모습 ⓒ Francesco Scavullo/Condé Nast via Getty Images
멧 갈라의 멧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메트로폴리탄이 너무 길다 보니, Met Museum이라 부르곤 하는데요. 이 멧 뮤지엄이 1946년에 의상예술 박물관과 합병하게 되면서, 미술관 산하에 ‘의상 연구소’를 두게 됩니다. 당시 합병 조건이 흥미로운데요. 이 의상 연구소의 전체 운영 예산은 미국 패션 산업이 책임진다는 조건이 있었다고 해요. 그러면서 의상 연구소 예산을 모으기 위해 1948년부터 멧 갈라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뉴욕 내 상류사회 여성을 위해 트렌디한 의상을 선보이는 지역 행사였는데요. 당시로선 드물었던 대규모 패션 행사였던 덕분에, 예술계 유명 인사들이 멧 갈라에 참석하곤 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앤디 워홀, 셰어, 다이애나 왕세자비 등이 있죠. 또멧 갈라에선 매년 ‘테마’가 선정돼요. 테마로 선정된 명품 브랜드로는 발렌시아가, 이브 생로랑, 크리스찬 디올, 지아니 베르사체, 알렉산더 맥퀸 등이 있습니다. 정리하면, 셀럽과 명품이 함께한 첫 번째 행사였던 셈이죠.
멧 갈라에 참석한 다이애나 왕세자비 ⓒ Getty Images
멧 갈라의 선구적인 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명품과 셀럽, 예술의 조합을 가장 먼저 추구했다는 것. 명품 브랜드와 셀럽은 언제나 가까운 존재였어요. 그리고 이들이 함께하는 순간 파급력이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 수준으로 커지곤 했죠. 멧 갈라는 여기에 예술을 더하면 훨씬 더 풍성해지게 된다는 걸 일찍이 파악하고 상품화합니다. 그리고 그 파급력을 이용해서 엄청난 자금을 끌어모으는데도 성공해서, 오늘날 미술관 운영이나 패션 이벤트에 있어서 많은 인사이트를 주는 행사가 되었죠.
#02 멧 갈라의 수익구조
멧 갈라에 참석한 셀럽들 (타일라, 제니, 지지 하디드) ⓒ VOGUE
멧 갈라 행사가 진행되는 몇 시간 동안 발생하는 평균 수익은 약 150억 원입니다. 그리고 이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원천은, 티켓 판매에 있죠. 멧 갈라에 참석하는 모든 이들은 티켓을 구매해야 합니다. 초대장이 있는 사람만 올 수 있는데, 초대를 받아온 이들도 티켓을 사야만 하죠.
그리고 이 티켓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몇 년에 한 번씩 가격이 오르는데, 올해 인상된 멧 갈라 티켓 가격은 7만 5천 달러에요. 한화 약 1억 200만 원이죠. (작년까진 7천만 원 선이었으나, 올해 50% 인상되었습니다.) 멧 갈라는 티켓뿐만 아니라 파티 테이블도 판매하는데요. 테이블 대부분은 명품 브랜드나 스폰서 기업이 구매해요. 이 테이블 가격도 마찬가지로 종종 오르고, 올해는 35만 달러, 한화 약 4억 7천만 원으로 인상되었죠.
멧 갈라에 초대되는 인원은 약 450명 정도 됩니다. 참석자 모두 티켓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매년 평균 150억 원이 넘는 기금이 모인다고 해요. 올해는 티켓 가격이 50% 올랐다고 하니, 아마 더 큰 금액이 모이게 될 것으로 추정되죠. 그리고 이렇게 모인 기금은 모두, 뉴욕 메트로폴리탄 산하의 의상 연구소 기금으로 쓰이게 됩니다.
#03 미술관이 돈 버는 방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Met Museum
미술관은 돈을 버는 기관이 아닙니다. 대부분 미술관은 적자를 내면서 운영돼요. 전시 하나를 열 때마다 적게는 1억~10억 내외의 비용이 듭니다. 블록버스터급 전시의 경우엔 수백억씩 들어가고요. 이런 전시를 일 년에 한두 번씩 연다면, 티켓 판매 비용만으로는 미술관 운영이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종종 굿즈 숍을 운영하거나 멤버십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 역시 미미한 수익이에요. 그래서 미술관 대부분은 재단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곤 합니다.
하지만 멧 갈라가 생긴 이후, 미술관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게 되었어요. 이후 다른 미술관에서도 멧 갈라 같은 기금 확보를 위한 갈라를 열기 시작합니다. 휘트니 미술관에서는 1990년부터 애뉴얼 갈라를 열면서 자선 행사를 진행하고 있고, 2000년대 초반부터는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도 구겐하임 인터내셔널 갈라를 진행하고 있죠.
이 행사들도 많은 자금을 모으고 있지만 멧 갈라만큼은 아닙니다. 사실 멧 갈라도 원래는 이 정도로 큰 규모는 아니었어요. 티켓 가격도 초기엔 85달러였죠. 물가를 고려해도, 지금만큼 비싼 건 아닐 것이라 추정되는데요. 이후 멧 갈라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면서 점차 몸집을 키워왔습니다.
#04 멧 갈라의 레전더리 호스트, 안나 윈투어
안나 윈투어 ⓒ VOGUE
올해로 78년의 역사를 가진 멧 갈라. 그 기간 동안 다양한 전략과 시도들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큰 공을 세웠다 평가받는 건 멧 갈라의 호스트인 안나 윈투어에요. 안나 윈투어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메릴 스트립이 맡았던 미란다 프레슬리 역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인물입니다. 미국 보그의 편집장이고, 패션계는 안나 윈투어 전후로 바뀌었다 불릴 정도로 많은 성과를 냈죠.
일례로 보그지의 표지 모델은 늘 모델이 해왔는데요. 안나 윈투어 이후로는 여배우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후 보그뿐만 아니라 다른 패션 매거진도 배우를 커버 모델로 기용하기 시작했죠. 그 시도를 처음에 했던 만큼, 패션과 셀럽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라 평가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 덕분에 1995년부터 30년째 멧 갈라 호스트를 하고 있죠.
안나 윈투어가 호스트로 있는 기간 동안 무려 3천억 원이 넘는 자금이 유치됐습니다. 또 윈투어가 호스트를 맡고 6년째 되던 해부터 멧 갈라가 ‘패션계 오스카상’이라고 불리게 되었죠. 안나 윈투어는 멧 갈라의 모든 것을 통제한다고 해요. 행사장에 놓일 냅킨의 색깔, 포크의 디자인, 조명의 조도, 조경 디자인 등 모든 걸 컨펌하죠.
멧 갈라에 초대되는 약 450명의 셀럽은 모두 초대장을 받아 옵니다. 이 초대장을 보내는 주체도 안나 윈투어에요. 게다가, 모든 참석자의 의상까지도 윈투어가 직접 컨펌합니다. 이렇게 철저한 기획과 디테일을 놓치지 않은 덕분에, 오늘날까지 막대한 예산을 모금하는 가장 파급력 있는 행사로 진행될 수 있었어요.
#05 멧 갈라 금지사항
멧 갈라에 참석한 셀럽들 (킴 카다시안, 젠데이아, 도자 캣) ⓒ VOGUE
멧 갈라는 엄격한 규칙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첫째는 휴대폰 사용 금지, 그리고 셀카 금지예요. 레드 카펫 진행 후 셀럽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이곳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 안나 윈투어가 편집장으로 있는 보그 소속 기자들뿐입니다. 파티에 참석한 셀럽도 본인 핸드폰 사용할 수 없어요. 그렇다 보니, 멧 갈라 특유의 신비로움이 더 극대화되고, 더 많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몇몇 셀럽들이 화장실에서 셀카를 찍기도 했지만, 행사장 내부 사진은 찍을 수 없죠.) 그래서 ‘가장 화려한 블랙박스’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답니다.
둘째로는, 18세 미만 참석 금지예요. 아무리 유명인사고 패션계 영향력이 있다 해도 만 18세 미만은 참석할 수 없다고 합니다. 셋째로는 흡연 금지예요. 당연한 규칙 같지만 2018년에야 이 규칙이 생겼습니다. 지난 2017년에 벨라 하디드, 마크 제이콥스 등 유명 인사들이 멧 갈라 화장실에서 흡연하는 모습 포착되었는데, 실내 흡연 자체도 잘못된 것이지만, 행사가 열리는 곳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라는 점 때문에 비난받았어요. 이곳에서 흡연하는 건, 소장품에 대한 무례함이라 비난받았고, 2018년부터 금지됩니다.
넷째로는 마늘과 양파 금지예요. 레드 카펫 끝나고 파티가 진행되는데, 이때 구취가 생길 수 있어 마늘과 양파는 요리에 절대 금지한다고 해요. 이건 파티 호스트인 안나 윈투어의 개인 의견 반영한 것입니다. 이외에도 치아에 끼일 걸 염려해 파슬리도 금지하고, 비싼 옷에 흘릴 수 있는 수프 같은 음식도 금지됩니다.
#06 멧 갈라의 진짜 주인공, 메트로폴리탄 전시
멧 갈라에 참석한 셀럽들 (스티븐 연, 라나 델 레이, 카디 비) ⓒ VOGUE
멧 갈라엔 매년 테마와 드레스 코드가 정해집니다. 올해인 2024년의 테마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패션을 다시 깨우다>였어요. 드레스 코드는 ‘시간의 정원 Garden of Time’입니다. 멧 갈라 참석자들은 이 두 가지를 조합해 의상을 입고 가야 하는데요. 테마와 드레스 코드에 ‘숲’, ‘정원’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보니 올해 행사에서는 꽃이나 풀, 모래 등을 모티브로 활용한 의상이 많았습니다. 호스트인 안나 윈투어도 화려한 꽃 자수가 새겨진 코트와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고요.
한편 클래식하고 빈티지스러운 의상을 입고 온 이들도 많이 보였는데요. 마찬가지로 테마와 드레스 코드에 ‘잠자는’ ‘깨우다’ ‘시간’ 같은 단어들 때문에 전통적인 서양식 드레스를 입은 모습도 많았습니다.
중요한 건, 이 셀럽들의 의상보다도 이번에 함께 진행되는 전시에요. 멧 갈라 날을 기점으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산하 의상 연구소에서 전시를 시작합니다. 올해는 멧 갈라 테마에 맞춰 화려한 꽃 자수가 새겨진 전통 드레스들과 액세서리들을 선보여요.
ⓒ Met Museu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이 오래된 드레스들을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 비유해서, 유리관 안에 넣어 선보입니다. 총 16벌의 여성 드레스뿐만 아니라 전통 남성 양복을 전시할 예정이죠. 이에 더해, 명품 브랜드의 콜라보 의상도 볼 수 있습니다. 디올에서는 화려한 꽃 장식이 달린 미스 디올 드레스를 미니어처 버전으로 선보였어요.
이브 생 로랑 재킷 확대 ⓒ Met Museum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이브 생로랑의 재킷이었습니다. 1988년에 이브 생로랑이 반 고흐의 붓꽃 그림을 보고 영감받아 만든 꽃 자수 재킷을 전시했죠. 이 의상에는 20만 개의 구슬과 25만 개의 스팽글을 사용했다고 해요. 수작업으로 제작되어, 600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현대미술가들이 드레스를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여서 다채로운 볼거리가 많은 전시에요. 전시는 9월 2일까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진행됩니다.
#07 기술과 예술의 신선한 만남
Mermaid Bride ⓒ Met Museum
이번 메트로폴리탄 전시에 오픈 AI의 챗 GPT 기술을 도입되었습니다. 기술이 도입된 작품은 ‘Mermaid Bride’라는 이름의 세틴 웨딩드레스인데요. 이 드레스는 과거 뉴욕 사교계 셀럽이었던 나탈리 포터가 1930년대 입었던 의상이라고 해요. 관객은 이 드레스를 감상하면서 챗봇을 통해 드레스의 정보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이 드레스를 입은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드레스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등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죠.
이런 식의 감상 방식은 매우 독특합니다. 그동안에 작품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매우 제한적이었어요. 작품 정보가 적힌 캡션을 읽거나, 도슨트를 통해 정보를 접하거나 하는 식이었죠. 하지만 AI 기술이 도입된 챗봇 덕에, 관객이 더 적극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멧 갈라 레드 카펫을 주관하는 보그에서도 이 드레스 작품을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꼽기도 했죠. 또 오픈 AI CTO인 미라 무리티도 “이런 일은 처음 해보지만, AI를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는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걸 느낀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 Met Museum
사실 작품에 AI를 활용하는 건, 이미지 생성형 AI가 도입된 이후 흔해진 케이스가 되었는데요. 작품 제작이 아닌, '감상'에 AI를 도입하는 건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술계는 의외로 적극적이에요. 파리 오르세 미술관도 작년부터 고흐 AI 챗봇을 배치해서 관객의 적극적인 작품 감상을 돕고 있거든요. AI가 미술계에 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패션과 셀럽, 예술, 심지어 기술까지. 예술 콘텐츠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아울러 선보이는 멧 갈라의 인사이트. 앞으로 또 어떻게 펼쳐지게 될지 주목해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