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소식 업데이트

2024-04-25
조회수 1102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지난 4월 17일 개막했어요. 올해 11월 24일까지 열릴 예정인데요. 비엔날레가 낯선 분들을 위해, 비엔날레의 역사부터, 올해 개최되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특별한 점, 황금사자상 수상 작가를 정리해 왔어요. 그리고 지금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전시 중인 작가 두 팀이 국내 전시도 진행 중이어서 어디서 만나볼 수 있는지까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1. 비엔날레의 역사

ⓒ Biennial Foundation


비엔날레는 2년에 한번 열리는 국제 예술 전시회입니다. 처음 시작된 건, 1895년이에요. 무려 129년 전이죠. 당시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베니스 비엔날레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고, 다양한 국가의 예술을 선보이고, 예술인들의 화합의 장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기획되었습니다. 


비엔날레엔 세계 각국의 예술가가 참여해서 작품을 선보여요. 덕분에, 다양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동시대 예술의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언뜻 최근 다뤘던 미술 행사인 '아트페어'와도 비슷해 보입니다. 수천 점의 예술작품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 트렌드를 볼 수 있다는 점 등이 유사하죠. 


하지만 아트페어와 비엔날레는 본질적으로 매우 다른 행사입니다. 아트페어는 판매에 목적을 둔 행사라 이미 시장에서 가치 인정받은 작품이 주로 선보여요. 미술사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이미 검증받은 작가들이 선보이죠. 반면 비엔날레는 새로운 예술, 선구적인 예술을 토론하는 장으로 기능해요. 학구적으로 새로운 예술을 탐구하는 데 목적을 두죠. 작품 판매도 공식적으론 진행하지 않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보다는, 평가가 진행 중인 생존 작가들의 작품을 위주로 선보이고요. 


그렇다 보니 일반 대중에게는 조금 난이도가 있는 행사이기도 한데요. 그럼에도 동시대 예술가들이 경쟁적으로 신선한 예술을 선보이고, 새로운 사회적 논의를 제시한다는 점 때문에 미술계, 아트 러버들은 주목할 수밖에 없는 행사에요.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300여 개 이상의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습니다. 제각기 특징은 조금씩 다르지만, 다국적 예술가들이 참여한다는 점, 가장 선구적인 예술을 선보인다는 점은 동일해요. 

 

 

#2. 베니스 비엔날레, 왜 특별한가?

ⓒ Biennial Foundation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슬로건이 걸려있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한 세기가 넘도록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화기관 중 하나다" 이 문장처럼, 베니스 비엔날레는 세계 최초, 최장수, 최대 규모와 영향력을 가진 곳이에요. 


또 베니스 비엔날레만의 특별한 점은, ‘미술계 올림픽'이라 불리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국가별 전시장인 국가관에서 이를 엿볼 수 있는데요. 베니스 비엔날레가 공인한 국가관에서 나라별로 국가대표 급 예술가를 선발해 전시를 진행해요. 그리고, 이 국가관 중 최고의 국가관들을 뽑아 Golden Lion, 황금사자상을 수여합니다.


베니스 비엔날레의 시그니처인 황금사자상은 2개에요. 국가관 예술가에게 하나, 주제관 예술가에게 하나씩 부여하죠. 상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엄청난 덕분에, 매번 베니스 비엔날레가 진행될 때마다 '누가 황금사자상을 받았을까'가 가장 큰 관심사이기도 해요. 별도로 후보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전시에 참여하는 모든 작가가 후보가 돼요. 


*이외에도 다양한 수상제도가 있는데요. 비엔날레에 처음 참여하는 예술가나 신진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Silver Lion, 은사자상이 있고, 이외에도 특별 언급상 등 다양한 수상 제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3. 황금사자상, 올해는 어떤 국가와 예술가가 선발되었나?

지난 4월 20일에 모든 수상자가 발표되었습니다. 우선 황금사자상을 받은 국가는 호주였어요. 가장 조용하고, 가장 강력한 국가관이었다는 평가가 있었죠. 호주관에서 선보인 작품은 압도감이 상당합니다. 


호주관 전경 ⓒ Biennial Foundation


호주관에는 아치 무어(Archie Moore)의 <친족>이 선보였어요. 까만 전시실 벽에 6만 5천 년에 걸친 호주 원주민의 계보를 분필을 이용해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간 작품입니다. 사진을 보면 방대한 전시관 벽을 가득 채울 만큼 엄청난 분량의 계보를 볼 수 있는데요. 총 2400세대에 걸쳐 이어진 계보를 써 내려가면서, 이를 통해 호주 원주민의 독특한 가족 구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들의 문화를 시각적으로 헤아려볼 수 있게 했죠. 


주목할 점은, 군데군데 블랙홀처럼 글씨가 지워진 구멍입니다. 이는 학살 등 잔혹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요. 이렇게 호주 원주민들이 경험한 비극을 표현하는 건데, 이것이 다는 아닙니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호주 원주민의 죽음을 조사한 수백 개의 문서 더미가 놓여 있는데요. 이를 통해 식민지 시대 이후 탄압받고, 사라져간 원주민 문화에 대해 떠올려보게 만들기도 해요.


마타오 컬렉티브 작품 전경 ⓒ Biennial Foundation


또 황금사자상을 받은 예술가는 마타오 컬렉티브(Mataaho Collective)입니다. 컬렉티브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한 명이 아닌 예술가 그룹이에요. 뉴질랜드의 마오리족 출신의 여성 네 명으로 구성된 예술가 집단이죠. 선보이는 작품도 그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마오리족의 전통 직조 기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거대한 설치 작업을 구현하는데요. 모두 손으로 직접 직조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은 ‘네 개의 두뇌, 여덟 개의 손으로 만든 작품'이라고도 불리죠.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흰색 직물을 이용해 만든 대규모 직조 설치물 <타카파우Takapau>를 선보였습니다. 직조 작업에 조명을 활용해서 규모를 더 커 보이게 연출했어요. 사진을 보면 매우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이처럼 손으로 직조한 직물은 전통적으로 여성이 주로 해오던 작업이에요. 기존 미술사에서 보기 힘들었던 모계 전통을 계승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된 마타오 컬렉티브 작품 전경 ⓒ 광주비엔날레


이렇게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국가관이나 작가의 작품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집니다. 짧게는 다음 비엔날레가 열리는 향후 2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미술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죠. 일례로, 지난 2022년에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한 작가들의 핵심 키워드는, 흑인, 여성작가였습니다. 이후 소더비나 크리스티 등 메이저 경매사는 흑인 작가 작품만을 선보이는 경매를 기획하거나, 젊은 여성 작가를 내세운 경매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그 키워드가 강력하게 시장의 트렌드가 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올해 수상된 작가들의 핵심 키워드는 원주민, 토착문화에요. 이 키워드 역시 강력한 흐름을 만들지 않을까 유추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2024 베니스 비엔날레, 이모저모

이스라엘관 전경 ⓒ Biennial Foundation


이스라엘 관 폐쇄: 지난 2월, 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은 베니스 비엔날레의 이스라엘 관 폐쇄를 요구했어요. 이스라엘 문화부 장관은 ‘자국의 예술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라며 거부했고요. 그러던 중, 행사 개막 직전이었던 4월 16일에 폐쇄 소식이 보도되었습니다.


폐쇄 결정을 내린 건 이스라엘관의 큐레이터와 참여 예정되어 있던 예술가들이었다고 해요.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황당하다는 입장 내놓았습니다. ‘이미 전시관 비용 절반 정도를 지불한 상태였고, 폐쇄 소식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라는 입장을 밝혔죠. 하지만 이후, 별도 의견을 더 밝히지 않고, 닫힌 채로 비엔날레가 개막했습니다.

 

이런 일은 지난 제59회 비엔날레가 진행된 2022년에도 있었어요. 러시아 간 참여 예술가들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철수를 결정했고, 올해도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측은 ‘이탈리아 정부가 인정한 모든 국가관은 자유롭게 전시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각 국가관 큐레이터와 예술가들이 세계정세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폐쇄를 결정했다고 해요. 그리고 이들은 '비엔날레가 종료되는 11월 전에 상황이 나아져서 중간에라도 다시 열 수 있기를 바란다'라는 이야기 남겼어요. 

 

한국관 30주년: 베니스 비엔날레엔 다양한 국가관이 있어요. 그중, 한국관은 1995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베니스 비엔날레가 시작되고 딱 100년 만에 만들어진 건데요. 이건 매우 기념비적인 이슈였어요. 당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100주년 기념으로 딱 1개 국가관 추가로 열겠다 공모했는데, 한국을 비롯해 중국 등 23개 국이 신청했고, 한국이 선정됐습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한국관이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백남준 작가 덕분이 컸어요. 1993년에 백남준 작가가 독일관 예술가로 베니스 비엔날레 참여했는데, 당시 황금사자상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독일관 작가로 받은 것이 백남준 작가에겐 큰 아쉬움이었다고 해요. 이후 한국관 설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1995년에 딱 한 국가관 오픈하는 데에 선정될 수 있게 많은 도움 주었습니다.


그렇게 한국은 스물여섯 번째 국가관을 설립하게 되었고, 귀하게 따낸 기회인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릴 때 한국관 작가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올해는 30주년을 맞아 더욱 알차게 준비했습니다. 

 

 

#5. 한국관 선정 작가: 구정아

구정아 작가와 한국관 전경 ⓒ PKM 갤러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는 1967년 생 구정아 작가가 선정됐어요. 구정아 작가는 ‘그저 평범한 것은 없다'라는 예술관을 가지고, 지극히 일상적인 사물을 재료 삼아 작품을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용하는 재료가 매우 다양한데요. 그중 가장 잘 알려진 건 ‘냄새’, ‘향'을 활용한 작업이에요.

 

구정아 작가는 1990년대 중반부터 향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여 왔습니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한국의 도시와 고향에 얽힌 향을 담은 <오도라마 Odorrama>를 선보여요. 오도라마에서 오도는 향을 의미하고, 라마는 드라마에서 따온 단어입니다. 코즈메틱 브랜드 논픽션과 협업을 통해 총 17개의 향을 조향해서 한반도의 초상을 그려냈는데요. 


독특한 점은 이 향을 만든 방식입니다. 작가는 남한과 북한 사람, 그리고 한국에 방문한 적 있는 외국인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렇게 쌓인 600편의 인터뷰에서 키워드를 발췌했어요. 이건 한국관 웹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선별된 키워드를 토대로 향을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향은 상품으로 현재 판매 중이에요. 25만 8천 원에 논픽션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6.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에서 만나보기

베니스 비엔날레는 국가관도 있지만, 메인 전시가 열리는 주제관도 있습니다. 이번에 주제관에 참여하는 예술가 중 두 명의 전시가 국내에서 진행 중이에요.


클레어 퐁텐 작품 전경 ⓒ 메종 에르메스


첫째로는 서울 도산 대로에 위치한 메종 에르메스에서 진행 중인 클레어 퐁텐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입니다. 클레어 퐁텐은 예술가 듀오로, 이들의 이름을 영어로 하면 Clear Fountain이라고 해요. 이건, 레디메이드의 시초가 된 마르셀 뒤샹의 변기 작품 Fountain에 대한 경의를 표한 것입니다. 이처럼 클레어 퐁텐은 레디메이드에 기반을 둔 작품을 선보여요. 메종 에르메스에서는 현재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이고 있는 네온사인 작품,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를 선보입니다. 

 

이 작품은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라는 문장을 한국어와 영어를 비롯한 각국 언어로 제작한 거예요. 여기서 외국인은 단순히 외국에서 온 사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타자화, 구분 짓기 등을 아울러 비판한 표현이라고 해요. 동일한 작품이 베니스 비엔날레에도 전시 중이어서, 비엔날레 방문이 어려운 분들은 보고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시는 6월 9일까지 진행돼요.

 

국제갤러리 김윤신 작가 전시 전경 ⓒ 국제갤러리


조각가 김윤신의 개인전도 진행됩니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전에 참여한 작가인데요. 김윤신 작가는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입니다. 주로 나무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죠. 작가는 1984년에 질 좋은 목재에 매료되어 아르헨티나로 떠나고, 그곳에서 주로 작업을 해왔다고 해요. 2008년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김윤신미술관이 개관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목재를 활용한 조각은 크기와 무게 때문에 여성이 하기엔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이 작업을 1984년이라는 이른 시기에, 그것도 해외에서 했다는 서사가 매우 독특합니다. 한국 작가가 남미 문화권을 어떻게, 조각 작품으로서 해석했는지를 보는 것도 감상의 재미가 될 거예요. 김윤신 작가 개인전은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진행됩니다. 작가가 평생에 걸쳐 작업해온 작품 50점을 선보인다고 해요. 전시는 4월 28일 일요일까지 진행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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