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자연을 그리는 건 흔합니다. 인류의 역사엔 언제나 자연이 함께 해왔고, 예술가들은 그 아름다움을 자연스레 화풍에 담았죠. 오늘날의 예술가들도 마찬가지로 자연의 모습을 꾸준히 화폭에 담아내는데요. 그중에서도 우고 론디노네는 자연을 가장 예술적으로 큐레이션 한 작가입니다. 그의 대표작 <Seven Magic Mountians(2016-2023)>가 가장 유명하죠.
작품은 33개의 큰 바위들이 적게는 4개, 많게는 6개까지 층을 쌓아 놓여 있습니다. 돌은 형형색색으로 칠해져 있는데요. 미술관이나 갤러리 같은 실내 공간이 아닌 대자연을 배경으로 선보이는 덕에, 삭막한 사막의 풍경과 대비되어 매우 화려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작품이 놓인 사막은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는데요.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사람들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가장 완전한 자연을 본 후에,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가장 완전한 도시를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론디노네는 이 작품을 통해 사막과 도시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해요. 가장 화려한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맞닥뜨리기 전, 이 작품을 배치해서 자연과 도심을 위트 있게 중첩시킨 것이죠.
본인 작품 앞의 우고 론디노네 ⓒ Getty Images
그간 예술의 유일한 경쟁상대이자 결코 이길 수 없는 라이벌로 자연으로 손꼽혀왔어요. 서구권에서는 “예술에 대한 사랑을 능가하는 유일한 것은 자연에 대한 사랑이다”라고 이야기 해왔고, 동양에서는 "그림은 천 리의 경치만 못하고, 천 리의 경치는 그림의 세밀함만 못하다"라고 이야기했죠. 론디노네는 자연을 이기려 들기보다, 자연의 가치를 예술가로서 큐레이션 한 작품을 선보입니다.
론디노네는 18살 때 예술가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뉴욕으로 이주해 예술가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1990년대 초,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부터 빠르게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론디노네가 미술계의 이목을 끌어낸 작품은 <Moonrise Series (1999)>였어요. 동화책 속 캐릭터 같은 귀여운 조각의 모습은 ‘달’에서 영감받아 만들어진 건데요. 론디노네가 생각하는 달은 인간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였습니다.
Ugo Rondinone, Moonrise Series, 1999 ⓒ Artsy
달은 주기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져요. 하지만 일상 속 다른 자연과 달리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없어, 신비로운 존재로 여겨졌죠. 덕분에 달은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천문학 등 다양한 학문, 그리고 신화에도 등장하며 인간에게 많은 영향을 남깁니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달의 모습, 그로 인해 발생하는 조수 간만의 차. 이 모든 것은 아름답고 신비하게 느껴졌죠.
하지만 현대에 접어들면서 달의 신화적 의미가 많이 줄어들게 되었어요. 달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많이 진행되며 신비감이 감소했고, 기술의 발전으로 달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가늠할 필요가 없게 되었죠. 론디노네는 인류가 잠시 잊은 존재로서의 달을 다시금 불러옵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주기적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달이 시간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예술적 상징이 될 거라 생각한 거죠.
론디노네는 12개의 시리즈로 작품을 제작해, 각 조각이 일 년 중 한 달을 상징하게 했어요. 그리고 이를 달의 주기에 따라 다양한 표정으로 그려 넣으며 과거 달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던 인간의 모습을 그려냈죠. 작품은 미술계의 극찬을 이끌어내며 성공합니다. 모든 인류에게 보편적인 자연의 요소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높게 평가받은 것이죠.
이 시기 론디노네는 자연을 예술적으로 큐레이션 하는 작품들 선보입니다. 그리고 보편적인 소재에 특별함을 더하기 위해, 사적인 스토리텔링도 가미하는 시도를 보여줬어요.
자연에 사생활 한 스푼 더하기, 매티턱 시리즈
ⓒ Artsy
론디노네의 가장 유명한 페인팅 시리즈인 매티턱이 대표적입니다. 매티턱은 론디노네의 작업실과 집이 있는 뉴욕 롱아일랜드의 지역에서 따온 단어인데요. 당시 론디노네는 자신의 스승이자 사랑하는 연인, 인생의 동반자였던 시인 존 지오르노(John Girono)를 떠나보내면서, 그와 함께 매티턱에서 봤던 노을을 일기처럼 기록합니다.
작품은 태양과 하늘, 수평선의 세 가지 요소를 세 가지 색채로만 채색했는데요. 작품은 서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또 조금씩 다릅니다. 마치 우리의 일상이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조금씩은 다른 것처럼요.
ⓒ Ugo Rondinone
론디노네는 모습을 계속 반복적으로 그려내며, 자신의 연인에 대한 기억,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슬픔, 그럼에도 반복되는 일상을 고찰했어요. 그리고 일기를 쓰듯 작품을 그린 날짜를 제목으로 명명했죠. 시간의 흐름을 본인만의 시적인 감성으로 담아낸 작품은, 작가의 사적인 일기이자 삶의 기록으로서 관객과 마주합니다.
이 시기까지의 론디노네 작품은 #자연을 통해서 우리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담으면서, 조금은 미니멀하고 차분한 느낌을 가집니다. 하지만 이후, 예술성을 인정받으면서 론디노네의 작품은 조금 더 시각적으로 과감해지기 시작해요. 전보다 색채가 강렬해지기 시작했고, 소재도 훨씬 더 파격적인 것으로 골랐죠.
화려함의 절정, 고독의 단어들
Ugo Rondinone, Vocabulary of Solitude, 2014 ⓒ Ugo Rondinone
론디노네의 2014년 작, Vocabulary of Solitude가 대표적인데요. 직역하면, 고독의 단어라는 제목을 한 이 작품은 실물 크기의 피에로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각기 다른 포즈의 피에로들은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데, 우리가 아는 발랄하고 유쾌한 피에로가 아닌 정적이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혼자 앉아있어요.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고독의 순간을 제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건데요. 론디노네는 이들에게 모두 이름을 붙여줍니다. 숨쉬기, 일어나기, 씻기, 기다리기, 기억하기, 맛보기 등 다양하죠.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반복적인 행위들로 이름을 붙여준 건데요. 이를 통해서 고독이라는 감정은 우리 일상 속에 계속해서 존재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Ugo Rondinone, Vocabulary of Solitude, 2014 ⓒ Ugo Rondinone
그리고 그 고독이 부정적인 감정이 아닌, 자신을 이해하고 들여다보며 성찰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임을 강조하죠. 이 작품에서 론디노네는 본인 작품의 키워드인 자연, 인간, 감정 중 인간의 감정을 깊게 탐구했어요. 동시에 소재와 색채의 화려함을 끌어올려서 작품의 시각적인 매력도 극대화했는데요. 론디노네는 본인 작품에서 가장 자주 사용된 소재인 돌에 이 특징을 다시 적용해 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론디노네가 5년에 걸쳐 제작한 작품 Seven Magic Mountains(2016)죠. 이 작품은 약 1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돌탑 7개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인근에서 채취한 석회암을 쌓아 올리고, 채색해 만든 자연과 아주 가까운 작품입니다. 돌탑의 높이와 색상까지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지게 설계했고, 자연환경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도록 신경 썼죠.
작품은 론디노네의 예술세계의 중요한 가치들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높게 쌓아 올린 돌탑은 스톤헨지나 고인돌 같은 원시적 토템을 연상시키는데요. 론디노네는 이를 자신의 데뷔 초 달에 영감받은 작품을 통해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요소를 다시 끌고 와, 자연과 인간, 그리고 예술의 연결고리를 또 한 번 떠올리게 만들었죠.
작품에 활용된 석회암 돌들은 강렬한 색채로 채색되어 있는데요. 미술관이나 갤러리처럼 조명이 없는 야외 환경이기 때문에, 작품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광에 따라 다채로운 색을 보여줍니다. 덕분에 그의 이전 작품 매티턱 시리즈처럼, 반복되는 듯 보이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일상의 다채로움을 느끼게 하죠. 그리고 이 작품을 자연과 도심의 중간지대에 위치시키면서, 인간과 자연 그 사이의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우리 인간은 어디까지 자연을 건드릴 수 있는지, 반대로, 자연은 어디까지 인간을 품을 수 있는지를 떠올리게 만들죠. 자연과 예술이 함께할 때 주는 철학적 성찰을 이끌어낸 건데요. 론디노네의 이 작품들은 일본의 아방가르드 사조인 모노하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 Kukje Gallery
모노하는 돌, 나무 같은 자연 재료뿐만 아니라, 유리, 쇠사슬, 철판 등 인공적인 재료들을 나란히 배치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내는 작품인데요. 론디노네 작품과 기법적으로도, 재료도, 주제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론디노네 작품은 색감과 배치에 있어 화려함과 위트가 있어요.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나이트 레인보우 시리즈죠.
밤에 뜨는 무지개, 나이트 레인보우
ⓒ Ugo Rondinone
론디노네는 마찬가지로 자연에서 온 소재인 무지개를 작품에 활용합니다. 그리고 낮에만 뜨는 무지개를 밤에도 볼 수 있게 전광판으로 작업해, 나이트 레인보우 시리즈라 이름 붙였죠.
이 시리즈는 론디노네가 퀴어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한데요. 무지개는 자연이 만든 요소이기도 하지만, 우리 인간 사회 안에서는 퀴어 정체성이나 다양한 사랑의 의미 갖기도 합니다. 론디노네는 이 소재야말로 자연과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기 좋은 소재라고 보고, 자신의 작업에 활용했죠.
ⓒ Ugo Rondinone
그리고 다양한 문장으로 작품을 선보이며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론디노네는 나이트 레인보우의 무지개가
모든 사람과 모든 것 사이의 다리라면서, 무지개는 환경과 인권에 대한 우리의 복잡하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태도에 대한 은유한다고 이야기했어요.
이처럼 자연의 요소가 담은 예술적 맥락을 극대화한 론디노네 작품은 잊고 있던 자연을 다시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일상의 다채로움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들기도 하며, 새로운 자연의 모습을 경험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 Ocula
론디노네는 강조합니다. "자연은 우리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것입니다. 우리는 인종적, 민족적, 종교적 정체성을 넘어서, 인간과 비인간 모두에게 이로운 동일한 영역에 대한 공통된 관심을 찾아야 합니다.”
론디노네는 64년생으로 아직 60살의 한창 활동하는 작가이지만, 젊은 나이에 예술성을 인정받은 덕분에 계속 자신만의 독보적 예술세계 이어가는 현재 진행형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둘 사이 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들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보여주는 론디노네 작품은 시대와 인종, 성별을 막론하고 많은 관객에게 지금도 성찰을 제공하고 있죠. 여러분은 론디노네의 작품, 어떻게 감상하셨나요?
Ugo Rondinone, Seven Magic Mountains, 2016-2023 ⓒ Ugo Rondinone
예술가가 자연을 그리는 건 흔합니다. 인류의 역사엔 언제나 자연이 함께 해왔고, 예술가들은 그 아름다움을 자연스레 화풍에 담았죠. 오늘날의 예술가들도 마찬가지로 자연의 모습을 꾸준히 화폭에 담아내는데요. 그중에서도 우고 론디노네는 자연을 가장 예술적으로 큐레이션 한 작가입니다. 그의 대표작 <Seven Magic Mountians(2016-2023)>가 가장 유명하죠.
작품은 33개의 큰 바위들이 적게는 4개, 많게는 6개까지 층을 쌓아 놓여 있습니다. 돌은 형형색색으로 칠해져 있는데요. 미술관이나 갤러리 같은 실내 공간이 아닌 대자연을 배경으로 선보이는 덕에, 삭막한 사막의 풍경과 대비되어 매우 화려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Ugo Rondinone, Seven Magic Mountains, 2016-2023 ⓒ Ugo Rondinone
작품이 놓인 사막은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는데요.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사람들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가장 완전한 자연을 본 후에,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가장 완전한 도시를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론디노네는 이 작품을 통해 사막과 도시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해요. 가장 화려한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맞닥뜨리기 전, 이 작품을 배치해서 자연과 도심을 위트 있게 중첩시킨 것이죠.
본인 작품 앞의 우고 론디노네 ⓒ Getty Images
그간 예술의 유일한 경쟁상대이자 결코 이길 수 없는 라이벌로 자연으로 손꼽혀왔어요. 서구권에서는 “예술에 대한 사랑을 능가하는 유일한 것은 자연에 대한 사랑이다”라고 이야기 해왔고, 동양에서는 "그림은 천 리의 경치만 못하고, 천 리의 경치는 그림의 세밀함만 못하다"라고 이야기했죠. 론디노네는 자연을 이기려 들기보다, 자연의 가치를 예술가로서 큐레이션 한 작품을 선보입니다.
데뷔부터 성공적, 문라이즈 시리즈
Ugo Rondinone, Moonrise Series, 1999 ⓒ Ugo Rondinone
론디노네는 18살 때 예술가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뉴욕으로 이주해 예술가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1990년대 초,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부터 빠르게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론디노네가 미술계의 이목을 끌어낸 작품은 <Moonrise Series (1999)>였어요. 동화책 속 캐릭터 같은 귀여운 조각의 모습은 ‘달’에서 영감받아 만들어진 건데요. 론디노네가 생각하는 달은 인간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였습니다.
Ugo Rondinone, Moonrise Series, 1999 ⓒ Artsy
달은 주기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져요. 하지만 일상 속 다른 자연과 달리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없어, 신비로운 존재로 여겨졌죠. 덕분에 달은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천문학 등 다양한 학문, 그리고 신화에도 등장하며 인간에게 많은 영향을 남깁니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달의 모습, 그로 인해 발생하는 조수 간만의 차. 이 모든 것은 아름답고 신비하게 느껴졌죠.
하지만 현대에 접어들면서 달의 신화적 의미가 많이 줄어들게 되었어요. 달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많이 진행되며 신비감이 감소했고, 기술의 발전으로 달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가늠할 필요가 없게 되었죠. 론디노네는 인류가 잠시 잊은 존재로서의 달을 다시금 불러옵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주기적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달이 시간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예술적 상징이 될 거라 생각한 거죠.
Ugo Rondinone, Moonrise Series, 1999 ⓒ Ugo Rondinone
론디노네는 12개의 시리즈로 작품을 제작해, 각 조각이 일 년 중 한 달을 상징하게 했어요. 그리고 이를 달의 주기에 따라 다양한 표정으로 그려 넣으며 과거 달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던 인간의 모습을 그려냈죠. 작품은 미술계의 극찬을 이끌어내며 성공합니다. 모든 인류에게 보편적인 자연의 요소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높게 평가받은 것이죠.
이 시기 론디노네는 자연을 예술적으로 큐레이션 하는 작품들 선보입니다. 그리고 보편적인 소재에 특별함을 더하기 위해, 사적인 스토리텔링도 가미하는 시도를 보여줬어요.
자연에 사생활 한 스푼 더하기, 매티턱 시리즈
ⓒ Artsy
론디노네의 가장 유명한 페인팅 시리즈인 매티턱이 대표적입니다. 매티턱은 론디노네의 작업실과 집이 있는 뉴욕 롱아일랜드의 지역에서 따온 단어인데요. 당시 론디노네는 자신의 스승이자 사랑하는 연인, 인생의 동반자였던 시인 존 지오르노(John Girono)를 떠나보내면서, 그와 함께 매티턱에서 봤던 노을을 일기처럼 기록합니다.
작품은 태양과 하늘, 수평선의 세 가지 요소를 세 가지 색채로만 채색했는데요. 작품은 서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또 조금씩 다릅니다. 마치 우리의 일상이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조금씩은 다른 것처럼요.
ⓒ Ugo Rondinone
론디노네는 모습을 계속 반복적으로 그려내며, 자신의 연인에 대한 기억,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슬픔, 그럼에도 반복되는 일상을 고찰했어요. 그리고 일기를 쓰듯 작품을 그린 날짜를 제목으로 명명했죠. 시간의 흐름을 본인만의 시적인 감성으로 담아낸 작품은, 작가의 사적인 일기이자 삶의 기록으로서 관객과 마주합니다.
이 시기까지의 론디노네 작품은 #자연을 통해서 우리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담으면서, 조금은 미니멀하고 차분한 느낌을 가집니다. 하지만 이후, 예술성을 인정받으면서 론디노네의 작품은 조금 더 시각적으로 과감해지기 시작해요. 전보다 색채가 강렬해지기 시작했고, 소재도 훨씬 더 파격적인 것으로 골랐죠.
화려함의 절정, 고독의 단어들
Ugo Rondinone, Vocabulary of Solitude, 2014 ⓒ Ugo Rondinone
론디노네의 2014년 작, Vocabulary of Solitude가 대표적인데요. 직역하면, 고독의 단어라는 제목을 한 이 작품은 실물 크기의 피에로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각기 다른 포즈의 피에로들은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데, 우리가 아는 발랄하고 유쾌한 피에로가 아닌 정적이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혼자 앉아있어요.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고독의 순간을 제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건데요. 론디노네는 이들에게 모두 이름을 붙여줍니다. 숨쉬기, 일어나기, 씻기, 기다리기, 기억하기, 맛보기 등 다양하죠.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반복적인 행위들로 이름을 붙여준 건데요. 이를 통해서 고독이라는 감정은 우리 일상 속에 계속해서 존재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Ugo Rondinone, Vocabulary of Solitude, 2014 ⓒ Ugo Rondinone
그리고 그 고독이 부정적인 감정이 아닌, 자신을 이해하고 들여다보며 성찰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임을 강조하죠. 이 작품에서 론디노네는 본인 작품의 키워드인 자연, 인간, 감정 중 인간의 감정을 깊게 탐구했어요. 동시에 소재와 색채의 화려함을 끌어올려서 작품의 시각적인 매력도 극대화했는데요. 론디노네는 본인 작품에서 가장 자주 사용된 소재인 돌에 이 특징을 다시 적용해 봅니다.
론디노네 예술의 시작, 돌로 되돌아가다
Ugo Rondinone, Seven Magic Mountains, 2016 ⓒ Ugo Rondinone
가장 대표적인 것이 론디노네가 5년에 걸쳐 제작한 작품 Seven Magic Mountains(2016)죠. 이 작품은 약 1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돌탑 7개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인근에서 채취한 석회암을 쌓아 올리고, 채색해 만든 자연과 아주 가까운 작품입니다. 돌탑의 높이와 색상까지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지게 설계했고, 자연환경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도록 신경 썼죠.
작품은 론디노네의 예술세계의 중요한 가치들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높게 쌓아 올린 돌탑은 스톤헨지나 고인돌 같은 원시적 토템을 연상시키는데요. 론디노네는 이를 자신의 데뷔 초 달에 영감받은 작품을 통해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요소를 다시 끌고 와, 자연과 인간, 그리고 예술의 연결고리를 또 한 번 떠올리게 만들었죠.
Ugo Rondinone, Seven Magic Mountains, 2016 ⓒ Ugo Rondinone
작품에 활용된 석회암 돌들은 강렬한 색채로 채색되어 있는데요. 미술관이나 갤러리처럼 조명이 없는 야외 환경이기 때문에, 작품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광에 따라 다채로운 색을 보여줍니다. 덕분에 그의 이전 작품 매티턱 시리즈처럼, 반복되는 듯 보이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일상의 다채로움을 느끼게 하죠. 그리고 이 작품을 자연과 도심의 중간지대에 위치시키면서, 인간과 자연 그 사이의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우리 인간은 어디까지 자연을 건드릴 수 있는지, 반대로, 자연은 어디까지 인간을 품을 수 있는지를 떠올리게 만들죠. 자연과 예술이 함께할 때 주는 철학적 성찰을 이끌어낸 건데요. 론디노네의 이 작품들은 일본의 아방가르드 사조인 모노하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 Kukje Gallery
모노하는 돌, 나무 같은 자연 재료뿐만 아니라, 유리, 쇠사슬, 철판 등 인공적인 재료들을 나란히 배치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내는 작품인데요. 론디노네 작품과 기법적으로도, 재료도, 주제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론디노네 작품은 색감과 배치에 있어 화려함과 위트가 있어요.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나이트 레인보우 시리즈죠.
밤에 뜨는 무지개, 나이트 레인보우
ⓒ Ugo Rondinone
론디노네는 마찬가지로 자연에서 온 소재인 무지개를 작품에 활용합니다. 그리고 낮에만 뜨는 무지개를 밤에도 볼 수 있게 전광판으로 작업해, 나이트 레인보우 시리즈라 이름 붙였죠.
이 시리즈는 론디노네가 퀴어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한데요. 무지개는 자연이 만든 요소이기도 하지만, 우리 인간 사회 안에서는 퀴어 정체성이나 다양한 사랑의 의미 갖기도 합니다. 론디노네는 이 소재야말로 자연과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기 좋은 소재라고 보고, 자신의 작업에 활용했죠.
ⓒ Ugo Rondinone
그리고 다양한 문장으로 작품을 선보이며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론디노네는 나이트 레인보우의 무지개가
모든 사람과 모든 것 사이의 다리라면서, 무지개는 환경과 인권에 대한 우리의 복잡하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태도에 대한 은유한다고 이야기했어요.
이처럼 자연의 요소가 담은 예술적 맥락을 극대화한 론디노네 작품은 잊고 있던 자연을 다시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일상의 다채로움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들기도 하며, 새로운 자연의 모습을 경험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 Ocula
론디노네는 강조합니다. "자연은 우리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것입니다. 우리는 인종적, 민족적, 종교적 정체성을 넘어서, 인간과 비인간 모두에게 이로운 동일한 영역에 대한 공통된 관심을 찾아야 합니다.”
론디노네는 64년생으로 아직 60살의 한창 활동하는 작가이지만, 젊은 나이에 예술성을 인정받은 덕분에 계속 자신만의 독보적 예술세계 이어가는 현재 진행형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둘 사이 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들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보여주는 론디노네 작품은 시대와 인종, 성별을 막론하고 많은 관객에게 지금도 성찰을 제공하고 있죠. 여러분은 론디노네의 작품, 어떻게 감상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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