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퍼 엘리아슨: 똑똑하면서 창의적이고 선한 예술가는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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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퍼 엘리아슨의 작업 모습 © curator


올라퍼 엘리아슨은 방대한 예술세계를 가졌습니다. 그가 영감받는 것은 빛, 물, 온도, 안개, 빙하, 돌 등 다양한 자연 요소들이죠. 선보이는 작품의 장르도 다양합니다. 유화, 수채화, 조각, 설치, 미디어 아트, 인터렉티브 아트, 건축까지. 한 사람의 예술가가 어떻게 이토록 다양한 장르,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을까요?

엘리아슨이 예술가로서 가진 모토는 하나입니다.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그리고 이 모토 아래,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선보이며 우리가 바라본 세상을 전혀 다른 각도로 조명하죠. 엘리아슨의 동료작가인 아이 웨이웨이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엘리아슨은 색다른 재료, 색다른 방식으로 구조를 만든다. 그의 개방적 사고 덕분에 완전히 새로운 예술이 탄생했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핵심 키워드, 세 가지는 #천재성 #창의성 #선한영향력 입니다.




© Studio Delivery


엘리아슨이 주로 영감을 받는 건 자연입니다. 어린시절 덴마크에서 자라며 많은 자연 풍경을 접한 영향 때문인데요. 엘리아슨에게는 '자연을 예술로 통역하는 작가'라는 별명도 있을 정도로, 자연을 레퍼런스로 한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환경과 교감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작가라고 할 수 있죠.

그의 예술은 미술관에 계곡을 옮겨오거나, 랜드마크에 인공폭포를 만들거나, 해무를 미술관 정원에 만들어내는 식으로 다양하게 만들어집니다. 이 각각의 작품은, 기존에 우리가 연관지어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을 함께 배치하는 식으로 이루어지죠.

① 평소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대자연을 관객이 직접 경험하게 설계했다는 점, ② 미술관이라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대자연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게 했다는 점은 엘리아슨 작품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 NetFlix 다큐멘터리 [앱스트랙트: 디자인의 미학]
엘리아슨이 단색광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우연한 발견을 통해 만들어진 작업도 있습니다. 위 사진 속 작업은, 단색광을 활용해 공간 안의 모든 것을 흑백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특징인데요. 우연한 기회에 단색광을 접하게 되며, 바로 작품에 적용한 케이스입니다.

단색광은 백색광과 달리, 사물의 빛을 구현해내는 능력이 없습니다. 때문에 이 조명 아래에 서면 모든 것이 흑백으로 보이죠. 엘리아슨은 미술관 안에 아무것도 없이, 백색광만 배치해두었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자신의 손을 쳐다보라 요청했죠. 그러면 관객들은 자신의 몸이 흑백으로 변한 걸 보게 됩니다. 생경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죠.

엘리아슨은 단색광이 사물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깊이 매료되었는데요. 후에 흑백으로 대상을 바라보면, 컬러로 바라볼 때 보다 더 섬세하게 이를 느낄 수 있다는 연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엘리아슨은 이 작업을 더 확장시켜 나갑니다.




© Consentino


이 작품은 엘리아슨이 유명해지게 된 계기인 <Weather Project 날씨 프로젝트 (2003)>입니다. 이 작업 역시 단색광을 활용해 앞의 관객들이 흑백으로 보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가장 큰 공간인 터바인 홀에 만들어진 작품인데요. 단색광 조명을 인공 태양으로 만든 모습입니다.

여기서는 엘리아슨 작품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 '공간'에 주목해야 합니다. 사실 저 인공 태양은 절반만 만들어져 반원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반원의 단면부, 즉 미술관 천장에 거울을 비춰 온전한 태양의 형상을 만든 것이죠.

이렇게 하면 미술관 위쪽 공간이 확장되어 보여, 거대한 곳에 있는 느낌이 듭니다. 원래도 큰 터바인 홀을 두 배로 더 웅장하게 만든 것이죠. 또 엘리아슨은 이전에 자주 사용하던 재료인 안개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안개가 있으면, 멀리있는 대상이 전보다 더 희미하게 보여 공간감이 커집니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건 덤이고요.

이처럼 엘리아슨은 거울을 천장에 배치해 수직 공간의 규모를 키우고, 안개를 홀 전체에 깔아 수평 공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늘렸습니다.




© Studio Olafur Eliasson


관객들은 이 반쪽짜리 인공태양 아래에서 일광욕을 하기도, 춤을 추기도, 요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발열이 전혀 없는 태양이었지만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작품에 참여했죠.

엘리아슨은 예술적 체험을 관객에게 넘겨주는 일을 즐겼습니다. 이전에 미술관에 가서 접한 길고 어려운 전시서문을 보며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해요. "구구절절, 지나칠 정도로 길게 쓰여진 글은 관객으로 하여금 '난 이것도 이해 못하는 바본가?'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점에서 착안해, 엘리아슨은 관객을 작품의 일부로 만들기로 합니다. "관객이 작품의 일부로서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내가 작품의 내러티브를 공동으로 제작할 만큼 똑똑하구나' 하는 생각을 만든다."

엘리아슨은 이처럼 관람객이 작품의 공저자가 될 수 있는 작업을 많이 선보였습니다.




© Tanya Bonakdar Gallery

대표적인 작품이 엘리아슨의 초기작인 <Beauty> 입니다.

이 폭포는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사람이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의 무지개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죠. 작품 왼쪽에 선 관객과 오른쪽에 선 관객은 물방울을 바라보는 각도가 다릅니다. 때문에 완전히 다른 색의 무지개를 보게 되죠. 이는 앞서 언급했던 '다양한 관점'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엘리아슨은 눈의 각도와 물방울의 각도에 따라 작품의 색깔과 모양이 달라지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보는 눈, 즉 관객이 없다면 이 작품에는 볼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죠.

관객이 작품에 필수적인 요소로 작동하게 만든 것 입니다.




만들어진 작품을 바라보는 엘리아슨. © Art21


관객 참여형 작품은 엘리아슨의 작품세계를 넓히는 데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예술가가 지속가능한 작업을 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한데요. 엘리아슨의 작품은 팔기 쉽지않아 정부나 국제기구의 의뢰를 받은 작품을 종종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 Studio Olafur Eliasson


그리고 그가 내놓은 이 작품, <Ice Watch>는 엄청난 성공작 중 하나로 손꼽히죠.

이 작품은 그린란드의 빙하 12개를 가져와 시계처럼 배치해 전시한 것이 특징인데요. 광장에 놓인 얼음은 다양한 관객들 앞에 전시되었습니다. 그리고 길을 오가던 시민, 관객은 이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직접 만져보며 즐겼죠.

작품은 겨울에 전시되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음이 점점 녹아갔습니다. 빙하가 있던 그린란드보다는 광장이 더 따뜻했기 때문이죠. 관객들은 얼음이 녹는 모습을 오며 가며, 작품을 감상하며 눈으로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린란드의 빙하도 녹을 것을 예감하게 되죠.




© Design DB


엘리아슨은 의뢰를 받고, 어떻게 하면 기후인식을 높이고 이를 행동으로까지 이끌 수 있을 지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행동'이 변하려면, '감정'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전에도 얼음의 녹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기후 위기를 언급하는 콘텐츠는 많았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오히려 식상할 지경이었죠. 하지만 엘리아슨은 관객이 직접 경험하게 만들었습니다. 촉각적으로, 시각적으로 직접 경험하고 목격하게 만들어 관객의 감정을 건들였죠.




© The Talks


엘리아슨은 '정해진 운명'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고 말합니다.

기후위기는 현재 진행중이고, 노력을 통해 조금 늦출 수 있더라도 완전히 막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엘리아슨은 정해진 운명에 낙담하는 대신, 다가올 미래의 새로운 잠재력에 집중하길 바랐죠.

때문에 엘리아슨은 기후를 이야기 할 때, 절망적인 단어로 묘사하는걸 극도로 꺼립니다. 다가올 미래의 디스토피아적이고 부정적인, 두려움에 근거한 내러티브가 던져지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긍정적인 태도로 이를 대하지 않으면 현재의 문제, 기후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합의를 도출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죠.

엘리아슨은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능력이 있다는 걸 믿을 때, 상황은 정말 바뀔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 Studio Olafur Eliasson



엘리아슨이 선보인 <Little Sun> 프로젝트는 태양광 패널을 단 손전등 작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지금도 이 작품은 미술관 기프트 샵에서 팔리고 있죠. (한화 약 3만 원) 판매된 금액으로 만들어진 손전등은 아프리카에 전달되어 그들의 밤에 빛을 선물합니다.

이 작업은 전세계 인구 8명 중 1명이 제대로 된 빛을 누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들에게 약간의 빛이라도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죠. 하지만 엘리아슨은 이 프로젝트가 실용적인 해결책이 될거라 보진 않았습니다. 다만 부정적 에너지만 내뿜으며 좌절하기보다, 황을 바꿀 수 있다는 능력이 존재함을 증명해 보인 것이죠.




© The LuxArt Asia



엘리아슨의 이런 긍정성, 인류에 대한 순수한 믿음은 전염성이 있습니다. 엘리아슨은 이를 잘 알고 우리 자신에 대한 믿음, 타고난 긍정성을 활용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물론, 엘리아슨이 인류를 믿는다고 해서 우리의 현재를 과소평가 하는 건 아닙니다. 그는 작업을 통해 관객이 변화를 일으키도록 고양하고, 권한을 부여하고, 영감을 주길 원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인정합니다. “종종 우리는 무언가를 말하는 것이 무언가를 한 것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실수를 하고,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그것에 대해 너무 많이 말해서 실제로 우리가 그것을 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를 헷갈리지 않기 위해선, 단계별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각하고 말하는 것에서, 실제로 행동하고, 또 다른 행동하는 것으로 이동하는 것. 이 과정은 때로 힘에 겨울 때도 있지만, 엘리아슨은 한 가지를 강조합니다. '안주함도, 절망감도, 그 무엇도 우리의 옵션에는 없다는 것'.




© Highsnobiety



엘리아슨은 지금도 세상을 보는 다양한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력할수록 더 보인다는 생각, 그의 예술관 때문이죠. 엘리아슨의 이런 탐구정신은 그의 작품세계가 방대해지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고, 거대한 대자연에 영감받은 작품을 내놓았죠.

또 이 관점을 관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관객이 주체가 되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관객이 주체가 되기 위해선, 시각, 촉각, 공간감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야 합니다. 이를 잘 느낄 수 있도록 때로는 과학적으로, 때로는 자연친화적으로 설계되죠. 이를 통해 작품의 메시지는 오롯이 관객에게 전달됩니다.

엘리아슨의 메시지는 선합니다. 관객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하고, 더 많은 사람이 빛을 누릴 수 있게 하며, 자연의 위기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킵니다. 자신의 작업 방식이 가진 몰입도를 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죠.

앞으로 올라퍼 엘리아슨은, 어떤 작품을 우리에게 선사할까요?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떤 새로운 관점과 경험을 가져갈 수 있을까요. 결과값은,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것에 따라 다릅니다.





👀 올라퍼 엘리아슨 작품 가치 알아보기

*자료 출처: Artsy, 최근 36개월 기준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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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은 어떻게 자신을 브랜딩하고 마케팅할까요?

작가가 그려낸 작품세계와 시장이 받아들인 작품 가치를 한눈에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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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 1887 - 19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