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웨이웨이: 중국의 현대미술가가 권력에 저항하는 방법


'당신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건가요?'
"난 무척 두렵습니다. 동시에, 행동하지 않으면 더 두려워질 것을 알고 있습니다."

- Ai Weiwei (1957 ~ )




인스타그램 아이디 @aiww, 현시점에도 거의 매일 게시물을 올리는 그는 65세의 베이징 출신 예술가입니다. 그리고 매우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죠. 예술가면서, 사회운동가, 큐레이터, 건축가, 영화 감독 일을 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알만 한 그의 작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지어진 '새의 둥지' 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국립경기장으로, 중국이 상당한 공을 들인 건축물인데요. 이 설계에 참여했다는 건, 그만큼 중국 정부의 신뢰를 받았었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런데, 아이 웨이웨이는 이 설계에 참여한 전후로 중국의 사회문제를 끊임없이 고발해 왔어요.


그 계기는 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66년, 중국에서는 '문화대혁명'이 발생했어요. 이는 기존의 문화를 비판하고, 새로운 공산주의 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시작된 일종의 개혁운동이었는데요. 이 일환으로 당시 중국 정부는 자국의 예술가들과 지식인을 농촌으로 유배보냅니다. 그리고 이들의 작품과 책을 모조리 불태워버렸죠. 이 시기는 중국 문화 예술계의 암담한 역사라고 불려요.



문화대혁명 당시 저항하는 중국 시민들 © BesTan Time ReSearch



이 시기, 8살의 어린 아이 웨이웨이 역시 농촌으로 가게 됩니다. 그의 아버지 때문이었죠. 아이 웨이웨이의 아버지는 '아이칭'이라는 시인인데, 중국에서 나름 유명세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문화대혁명 시기 아이칭이 시골로 유배됨에 따라 아들인 아이 웨이웨이도 강제 이주당하게 된 것이죠. 그렇게 시골 생활을 한 지 9년이 지나서야 아이 웨이웨이의 가족은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역사의 순간에 함께했던 아이 웨이웨이는, 훗날 이 기억을 이야기하며 매우 힘들었던 시기라고 회상했죠.


이후 아이 웨이웨이는 뉴욕으로 유학을 떠납니다. 그곳에서 그는 예술가로서, 그리고 건축가로서의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는데요. 당시로서는 드물었던 '유학파' 출신이었기에, 중국 정부는 그를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설계자로 올립니다. 하지만 그의 머리 속에는 중국 정부에게 당했던 암울한 10대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죠.


연행 당시, 아이 웨이웨이가 남긴 셀카


그리고 그는 과격하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작업을 선보입니다. 이 작업들 때문에 그는 중국 경찰에게 연행되기도 했었는데요. 아이 웨이웨이는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연행되는 순간에 셀카를 남겨, 이 현장을 기록한 것이죠. 예술가의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을 또 한번 비판한 건데요. 이는 또 다른 연행을 낳았고, 아이 웨이웨이는 연행되는 매 순간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들을 모아 전시를 열기도 했죠.

그렇게 중국을 비판하는 작업을 이어나가던 중, 2010년 그는 가택연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가택연금이란, 국가에 의해 본인의 거주지에 감금되는 형벌을 의미하는데요. 이후 사람들은 아이 웨이웨이에 대한 어떤 소식도, 작품활동도 볼 수 없었어요. 그리고 2015년이 되어서야 그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아이 웨이웨이가 독일로 출국했다는 것이었죠. 그는 중국을 벗어나, 영국과 독일을 오가며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나갑니다. 그리고 작년인 2021년,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게 되었죠.





🔥 대표작으로 살펴보는 Aiww의 작품세계

아이 웨이웨이는 현존하는 예술가 중, 가장 다채로운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라고 할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 이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 웨이웨이가 16년에 걸쳐 진행한 시리즈 작업, <원근법 연구>에요.


<원근법 연구>


이 작업은 중국이, 그리고 세계 곳곳의 권력이 개인에게 가하는 억압이나 통제를 비판하는 작업입니다. 세계의 랜드마크를 찾아가, 그 앞에서 본인의 가운데 손가락을 보이며 찍은 사진 시리즈죠. 오로지 공간과 아이 웨이웨이의 가운데 손가락만 보이는 다소 기이한 사진인데요.

제목에 있는 '원근법'이란, 공간감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멀리 있는 것은 작고 흐릿하게 그리고, 가까이 있는 것은 크고 뚜렷하게 그리는 기법이죠. 때문에 그의 작품을 보면, 가까이 있는 가운데 손가락은 뚜렷하게 보이고, 뒤로 보이는 랜드마크는 흐릿하게 보이는 걸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사실, 이 제목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아이 웨이웨이가 작품을 통해 진짜 말하고자 한 바는 따로 있죠. 아이 웨이웨이는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는 사진을 통해, 관객에게 '저항'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각 랜드마크는 권위, 정부, 제도권 등을 상징하는데요. 이런 랜드마크 앞에서 사람들은 웃으며 사진을 남기고 즐거워하지만, 아이 웨이웨이는 이런 권위와 제도권이 개인에게 가하는 억압과 불평등에 집중한 것이죠.


그리고 이를 누구나 가볍게 찍을 수 있는 사진 형태로 제시하면서, 관객들의 참여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처음 세상에 공개된 직후,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아이 웨이웨이는 이 작업을 16년간 진행하며, 백악관, 에펠탑, 자금성 등 다양한 곳의 권력과 제도를 비판했어요.



<라마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파카인 동물>


이 작업은 언뜻 에르메스나 베르사체 같은 브랜드가 떠오르는, 화려한 패턴이 돋보이는 작업입니다. 이 작업 역시 권력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CCTV와 새, 가위, 알파카가 들어가 있는데요. 각각의 사물들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CCTV는 감시를 상징하고, 가위는 검열을 상징하죠. 그리고 새는 트위터의 로고를 활용해, SNS를 상징하고 있고요.

이는 인터넷 세상 속, 감시와 검열로 인해 자유를 제한받는 상황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종종 망각하곤 하죠. 아이 웨이웨이는 화려하고 그럴싸 해보이는 패턴으로 작품을 만들어, 관객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일상 곳곳에 녹아있는 감시와 검열이 우리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요.


<한대 도자기 떨어뜨리기>


이 작업은 퍼포먼스를 사진화 한 작품입니다. 기원전 2세기 경 한나라 시대 유물인 도자기를 떨어뜨리는 퍼포먼스였는데요. 사진은 각각 아이 웨이웨이가 도자기를 들고있는 모습, 떨어지는 모습, 떨어져 깨진 모습을 담고 있죠. 기원전 시대의 도자기를 깨뜨려 훼손하는 것은, 그 자체로 관객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작업인데요.


아이 웨이웨이는 이 작업을 통해, 현대미술을 비판합니다. 여전히 현대미술은 어렵고, 난해한 지점들이 많은데요. 이런 부분을 수 천년의 역사를 지닌 도자기를 통해 풍자적으로 풀어낸 것이죠. 이에 관객은 또 한번 충격을 받았지만, 미술계는 그에게 극찬을 보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5천 년이 넘은 도자기를 현대미술의 반열로 끌어올렸다는 것이죠.


<2003년 베이징>


마지막 작품은 영화입니다. 아이 웨이웨이는 현재도 여러 편의 영화를 왕성하게 제작 중인데요. 이전에 선댄스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등에서 그의 작품이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11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라고 해요. 그 중 이 작품은 총 150시간에 달하는 긴 영상입니다.


이 작업을 진행하던 때는 2003년이었습니다. 그가 베이징 칭화대학교에서 출강 강사로 활동하던 시기였는데요. 당시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도시 혁신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때문에 베이징에서는 매일같이 기존 건물이 부서지고, 새로운 건물들이 지어졌죠. 이에 아이 웨이웨이는 베이징을 16개 구역으로 나누어 차로 학생들과 다니며 영상으로 이 현장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이를 모아 150시간의 영화로 만들어냈죠. 아이 웨이웨이가 사회 비판을 열렬하게 했던 만큼, 사회 구석구석을 면밀히 살펴보는 면모를 볼 수 있는 영상이란 평을 받았습니다. 




💰 아이 웨이웨이, 작품 가치는?


연간 작품 판매량경매 낙찰률작품 평균가격최고 낙찰 가격
29점80%8,750만원53억 4천만원


*출처: Artsy, 최근 36개월 기준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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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을 믿지 않는다. 예술가를 믿을 뿐이다.

 -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 1887 - 19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