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사고는 예술 작품을 유명하게 만듭니다. <모나리자>는 1911년 도난 사건 이후 100년 넘는 세월 동안 7번의 테러를 당하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 작품이 되었고,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은 미술 역사상 처음으로 ‘먹히는’ 테러를 당하며 5년 만에 작품 가격이 1억 원대에서 80억 원 대로 올랐죠.
제프 쿤스의 벌룬 독도 마찬가지입니다. 2023년 2월, 전시 중이던 벌룬 독 작품이 박살 났어요. 투명한 좌대 위에 놓여 있던 작품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관객이 다른 작품을 감상하다가 실수로 쳐서 떨어트렸던 것이었죠.
그간 미술계에서 볼 수 있던 것처럼 벌룬 독의 낙상 사고 소식이 전해지며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아졌습니다. 작품은 이대로 버려지는 것인지, 떨어트린 관객이 배상해야 하는 건지, 보험을 들었다면 어느 정도를 보상받을 수 있는지 등 이목이 쏠렸죠. 이런 혼란한 상황 속, 작품을 구매하겠다는 컬렉터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어요.
‘제프 쿤스의 벌룬 독 작품은 많다. 하지만 파손된 벌룬 독은 없다. 작품에 더해진 새로운 서사가 내가 작품을 구매하는 이유다.’
컬렉터의 말처럼, 제프 쿤스의 <벌룬 독>(1994~2000) 작품은 아주 많습니다. 원형이 되는 큰 크기의 작품은 높이 3미터로 크고,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 무게도 1톤 정도나 나가죠. 색깔은 5종류, 각 작품은 3개로 제한해 제작됩니다. 그 때문에 일반적인 대중은 이 작품을 미술관에서밖에 접할 수 없었죠.
제프 쿤스는 2021년, 이 풍선 개 시리즈를 조금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게 하려고 도자기로 만든 작은 크기의 풍선 개를 선보였어요. 높이는 40센티, 가격은 한화 약 5,500만 원 정도였죠. 개수는 799개로, 수량도 원작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이 출품된 현장에서 낙상 사고가 발생했던 것이죠.
작품을 중개한 갤러리는 원래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했는데요.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긴 건 가격보다도 판매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였습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찍은 영상과 사진 탓에 박살 난 작품이 빗자루에 쓸리고 쓰레받기에 담긴 채 마치 쓰레기처럼 옮겨지는 걸 너무도 많은 이들이 봤기 때문이죠.
단순히 ‘깨진 벌룬 독은 없으니까’라고 하기엔, 깨진 작품이 이송되는 과정은 꽤 폭력적인 비주얼을 보여주었는데요. 컬렉터가 작품을 구매한 명분은 그것뿐만이 아니었어요. 벌룬 독은 제프 쿤스에게 아주 특별한 작품입니다.
쿤스는 자신의 어린 시절이 오늘날의 상업적인 이미지와 달리, 아주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렸을 때는 용돈을 벌기 위해 집마다 초인종을 눌러가며 사탕과 예쁜 포장지를 팔았고,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22살 때에는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연간 회원권을 팔았다고도 언급했죠. 예술가가 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일들은 큰돈이 되지 않았어요.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쿤스는 25살이 되던 해, 월스트리트 선물 중개인으로 일하기 시작합니다. 5년간 일했고 동종 업계로 두 번이나 이직하면서 자신의 몸값을 불려 나갔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30대의 예술가가 된 제프 쿤스는 어렸을 때 팔던 사탕과 예쁜 포장지 같은 느낌의 조각 작품을 선보입니다.
<축하연(Celebration)>. 파티의 행복한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직관적이고 아름다운 작품들이었죠. 실제로 시리즈의 각 작품은 파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반짝거리는 풍선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평론가들은 작품에 대한 해설을 늘어놨습니다. ‘고급문화와 저급 문화를 전복시킨 작품’, ‘1톤가량의 스테인리스 스틸을 가벼운 풍선처럼 묘사해, 관객에게 혼란을 준 작품’, ‘기존 미술사에 대한 저항’ 등 다양했죠. 하지만 쿤스는 이 시리즈에 큰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했어요. ‘파티 순간의 행복함을 영원히 남기려는 시도’ 정도가 의미의 전부라고 말했죠.
쿤스는 영리한 예술가였습니다. 작품의 의미를 관객이 완성하도록 작품에 담긴 사유를 공란으로 두었죠. 반짝거리는 표면이 그 증거인데요. 쿤스는 <축하연> 시리즈의 모든 작품을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하고, 표면에 광택 코팅을 더 해 관객이 작품에 비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건 관람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도록 만드는데요. 작품에 비친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관객은 작품의 일부이자 감상의 주체로서 의미를 곱씹게 됩니다. 이 시도는 매우 트렌디한 것이기도 했어요. 실제로 현대미술에 접어들며 많은 예술가는 작품 제목을 <무제>로 두어 관객의 감상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거나, 관객을 작품에 직접 참여시키거나, 심지어는 관객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작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현대미술에 대해 도넛 같은 것이라는 비유까지 나오게 된 거죠.
쿤스는 그간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 같은 건 없다’라고 이야기하며, 관객이 직접 그 의미를 사유하게 했습니다.
사실 벌룬 독은 이전에도 한 번 깨진 적이 있었습니다. 2016년 Design Miami 페어에서 마찬가지로 작품이 깨지게 되었는데요. 당시 쿤스는 "물건이 깨지는 건 운이 좋은 것”이라 말했습니다. “물건은 대체할 수 있으니까. 사람이 다치는 것보다 낫다"라고 언급했죠. 그의 호방한 태도에,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는데요.
Jay-Z, Picasso Baby, 2013
이 외에도 일찍이 예술계에서는 <벌룬 독>이라는 작품이 가진 스타성이 여러 차례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입증되었어요. 2013년에는 Jay-Z가 자신의 노래 ‘Picasso Baby’에서 "Jeff Koons balloons, I just wanna blow up"이라는 가사로 벌룬 독을 언급했죠.
그리고 이 곡의 아트 필름을 페이스 갤러리의 화이트 큐브에서 촬영하며, 현대미술가 마리나 아브리마비치와 저명한 미술평론가 제리 살츠, 이외에도 아트딜러와 디자이너, 예술가들을 출연시키면서 현대 미술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어요. 또 2017년 콘서트에서 벌룬 독을 무대 장치로 활용해 공연을 하기도 했죠.
또 지난 2008년에는 베르사유 궁전에서 제프 쿤스의 개인전이 열렸는데요. 이 전시에 마젠타 컬러의 <벌룬 독>이 전시되었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개인전을 연다는 것은 예술가들에게 엄청난 영예입니다. 미술관과 미술시장, 대중의 사랑을 모두 고르게 받는 예술가만 작품을 전시할 수 있고, 한두 개의 작품이 아닌 여러 점을 선보이는 개인전은 예술가 개인에게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프랑스 시민들의 반응은 갈렸습니다. 싸구려 장식품을 의미하는 ‘키치’한 작품이라 이야기하며 미국인 예술가가 ‘프랑스 유산을 모독한다’라고 비판했죠. 한편에서는 작품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어요. ‘이 전시로 베르사유 궁전이 전통적인 장소로 정지된 채 머무르는 게 아니라, 현대적인 예술 작품과 함께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라고 이야기했죠.
미술계와 관객 모두 베르사유 궁전 특유의 바로크 양식이 제프 쿤스의 현대적인 텍스처와 어우러지며 새로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것이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된 건 마젠타 컬러의 벌룬 독이었습니다. 마젠타는 핑크빛과 보랏빛을 띤 빨간색 계열의 컬러예요. 형광빛이 돌 정도로 강렬한 채도를 가진 덕분에, 바로크 양식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이 색채의 강렬함이 고전적인 양식과 대비되며 마젠타 벌룬 독 작품은 전시된 다른 작업보다도 훨씬 많은 사진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후 2013년, 5년 만에 벌룬 독은 또 한 번 화제성을 독식해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주황색 벌룬 독이 한화 약 645억 원에 낙찰되며, 생존 작가 작품 중 당대 최고 낙찰가를 기록하게 되었죠.
빠와 까가 공존해야 스타가 될 수 있다는 말처럼, 쿤스의 벌룬 독은 열성 지지자과 헤이터를 모두 만들면서 동시대 미술의 손꼽히는 아이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제프 쿤스의 벌룬 독은 단순 예술 작품을 넘어, 시대를 대표하는 현대미술의 아이콘 중 하나가 된 것 같아요. 여러분은 쿤스의 작품 세계, 어떻게 감상하셨나요?
Leonardo da Vinci, Mona Lisa, 1503 / Maurizio Cattelan, Comedian, 2018
사건 사고는 예술 작품을 유명하게 만듭니다. <모나리자>는 1911년 도난 사건 이후 100년 넘는 세월 동안 7번의 테러를 당하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 작품이 되었고,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은 미술 역사상 처음으로 ‘먹히는’ 테러를 당하며 5년 만에 작품 가격이 1억 원대에서 80억 원 대로 올랐죠.
제프 쿤스의 벌룬 독도 마찬가지입니다. 2023년 2월, 전시 중이던 벌룬 독 작품이 박살 났어요. 투명한 좌대 위에 놓여 있던 작품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관객이 다른 작품을 감상하다가 실수로 쳐서 떨어트렸던 것이었죠.
깨진 벌룬 독의 모습 © New York Times
그간 미술계에서 볼 수 있던 것처럼 벌룬 독의 낙상 사고 소식이 전해지며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아졌습니다. 작품은 이대로 버려지는 것인지, 떨어트린 관객이 배상해야 하는 건지, 보험을 들었다면 어느 정도를 보상받을 수 있는지 등 이목이 쏠렸죠. 이런 혼란한 상황 속, 작품을 구매하겠다는 컬렉터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어요.
‘제프 쿤스의 벌룬 독 작품은 많다. 하지만 파손된 벌룬 독은 없다. 작품에 더해진 새로운 서사가 내가 작품을 구매하는 이유다.’
Jeff Koons, Balloon Dog (Blue), 1994-2000 © Broad Art Foundation, LACMA, Los Angeles, photo: CC BY-NC-ND 2.0
컬렉터의 말처럼, 제프 쿤스의 <벌룬 독>(1994~2000) 작품은 아주 많습니다. 원형이 되는 큰 크기의 작품은 높이 3미터로 크고,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 무게도 1톤 정도나 나가죠. 색깔은 5종류, 각 작품은 3개로 제한해 제작됩니다. 그 때문에 일반적인 대중은 이 작품을 미술관에서밖에 접할 수 없었죠.
제프 쿤스는 2021년, 이 풍선 개 시리즈를 조금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게 하려고 도자기로 만든 작은 크기의 풍선 개를 선보였어요. 높이는 40센티, 가격은 한화 약 5,500만 원 정도였죠. 개수는 799개로, 수량도 원작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이 출품된 현장에서 낙상 사고가 발생했던 것이죠.
깨진 벌룬 독의 모습 © New York Times / 제프 쿤스와 세라믹 벌룬 독 작품 © Bernardaud
작품을 중개한 갤러리는 원래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했는데요.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긴 건 가격보다도 판매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였습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찍은 영상과 사진 탓에 박살 난 작품이 빗자루에 쓸리고 쓰레받기에 담긴 채 마치 쓰레기처럼 옮겨지는 걸 너무도 많은 이들이 봤기 때문이죠.
단순히 ‘깨진 벌룬 독은 없으니까’라고 하기엔, 깨진 작품이 이송되는 과정은 꽤 폭력적인 비주얼을 보여주었는데요. 컬렉터가 작품을 구매한 명분은 그것뿐만이 아니었어요. 벌룬 독은 제프 쿤스에게 아주 특별한 작품입니다.
제프 쿤스의 벌룬 독
© Jeff Koons
쿤스는 자신의 어린 시절이 오늘날의 상업적인 이미지와 달리, 아주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렸을 때는 용돈을 벌기 위해 집마다 초인종을 눌러가며 사탕과 예쁜 포장지를 팔았고,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22살 때에는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연간 회원권을 팔았다고도 언급했죠. 예술가가 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일들은 큰돈이 되지 않았어요.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쿤스는 25살이 되던 해, 월스트리트 선물 중개인으로 일하기 시작합니다. 5년간 일했고 동종 업계로 두 번이나 이직하면서 자신의 몸값을 불려 나갔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30대의 예술가가 된 제프 쿤스는 어렸을 때 팔던 사탕과 예쁜 포장지 같은 느낌의 조각 작품을 선보입니다.
Jeff Koons, Baroque Egg with Bow (Pink/Gold), 1994-2008 © Christie's
<축하연(Celebration)>. 파티의 행복한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직관적이고 아름다운 작품들이었죠. 실제로 시리즈의 각 작품은 파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반짝거리는 풍선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평론가들은 작품에 대한 해설을 늘어놨습니다. ‘고급문화와 저급 문화를 전복시킨 작품’, ‘1톤가량의 스테인리스 스틸을 가벼운 풍선처럼 묘사해, 관객에게 혼란을 준 작품’, ‘기존 미술사에 대한 저항’ 등 다양했죠. 하지만 쿤스는 이 시리즈에 큰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했어요. ‘파티 순간의 행복함을 영원히 남기려는 시도’ 정도가 의미의 전부라고 말했죠.
Jeff Koons, Rabbit, 1986 © Jeff Koons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작품의 의미는 간결했습니다. 그리고 되려 이런 시도가 사랑받기 시작해요. 복잡하고 난해해지는 현대미술 속, 직관적으로 아름답고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는 단순한 매력이 통한 것이었죠.
쿤스의 작품은 관객뿐만 아니라 컬렉터, 미술관, 평단까지 사로잡았습니다. 물론 비난도 일부 있었어요. 예술 작품이 장식품이 아닌 예술로 여겨지는 가장 큰 명분, ‘사유’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죠.
© Pino Collection
쿤스는 영리한 예술가였습니다. 작품의 의미를 관객이 완성하도록 작품에 담긴 사유를 공란으로 두었죠. 반짝거리는 표면이 그 증거인데요. 쿤스는 <축하연> 시리즈의 모든 작품을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하고, 표면에 광택 코팅을 더 해 관객이 작품에 비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건 관람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도록 만드는데요. 작품에 비친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관객은 작품의 일부이자 감상의 주체로서 의미를 곱씹게 됩니다. 이 시도는 매우 트렌디한 것이기도 했어요. 실제로 현대미술에 접어들며 많은 예술가는 작품 제목을 <무제>로 두어 관객의 감상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거나, 관객을 작품에 직접 참여시키거나, 심지어는 관객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작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현대미술에 대해 도넛 같은 것이라는 비유까지 나오게 된 거죠.
쿤스는 그간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 같은 건 없다’라고 이야기하며, 관객이 직접 그 의미를 사유하게 했습니다.
가장 아이코닉한 현대미술, 벌룬 독
© Jeff Koons
그렇다면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축하연> 시리즈 중에서도 유독 <벌룬 독>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벌룬 독>의 도자기 버전 작품은 관객의 실수로 바닥에 떨어져 깨졌습니다. 통상적인 작품의 가치는 이 순간 사라지게 되었지만, 작품의 구매자는 작품에 새로운 의미를 능동적으로 찾아냈어요. 쿤스가 늘 바라오던 작품의 의미를 관객이 스스로 완성한 모습이었죠.
덕분에 <벌룬 독> 낙상 사건은 단순 미술계의 가십거리를 넘어 작품의 의미를 관객이 적극적으로 완성하고 가치까지 매긴 기념비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2016 페어에서 파손된 벌룬 독의 모습 © Artsy
사실 벌룬 독은 이전에도 한 번 깨진 적이 있었습니다. 2016년 Design Miami 페어에서 마찬가지로 작품이 깨지게 되었는데요. 당시 쿤스는 "물건이 깨지는 건 운이 좋은 것”이라 말했습니다. “물건은 대체할 수 있으니까. 사람이 다치는 것보다 낫다"라고 언급했죠. 그의 호방한 태도에,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는데요.
Jay-Z, Picasso Baby, 2013
이 외에도 일찍이 예술계에서는 <벌룬 독>이라는 작품이 가진 스타성이 여러 차례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입증되었어요. 2013년에는 Jay-Z가 자신의 노래 ‘Picasso Baby’에서 "Jeff Koons balloons, I just wanna blow up"이라는 가사로 벌룬 독을 언급했죠.
그리고 이 곡의 아트 필름을 페이스 갤러리의 화이트 큐브에서 촬영하며, 현대미술가 마리나 아브리마비치와 저명한 미술평론가 제리 살츠, 이외에도 아트딜러와 디자이너, 예술가들을 출연시키면서 현대 미술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어요. 또 2017년 콘서트에서 벌룬 독을 무대 장치로 활용해 공연을 하기도 했죠.
베르사유 궁전에서 진행된 제프 쿤스 개인전 전경 © Jeff Koons
또 지난 2008년에는 베르사유 궁전에서 제프 쿤스의 개인전이 열렸는데요. 이 전시에 마젠타 컬러의 <벌룬 독>이 전시되었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개인전을 연다는 것은 예술가들에게 엄청난 영예입니다. 미술관과 미술시장, 대중의 사랑을 모두 고르게 받는 예술가만 작품을 전시할 수 있고, 한두 개의 작품이 아닌 여러 점을 선보이는 개인전은 예술가 개인에게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프랑스 시민들의 반응은 갈렸습니다. 싸구려 장식품을 의미하는 ‘키치’한 작품이라 이야기하며 미국인 예술가가 ‘프랑스 유산을 모독한다’라고 비판했죠. 한편에서는 작품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어요. ‘이 전시로 베르사유 궁전이 전통적인 장소로 정지된 채 머무르는 게 아니라, 현대적인 예술 작품과 함께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라고 이야기했죠.
베르사유 궁전에서 진행된 제프 쿤스 개인전 전경 © Jeff Koons
미술계와 관객 모두 베르사유 궁전 특유의 바로크 양식이 제프 쿤스의 현대적인 텍스처와 어우러지며 새로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것이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된 건 마젠타 컬러의 벌룬 독이었습니다. 마젠타는 핑크빛과 보랏빛을 띤 빨간색 계열의 컬러예요. 형광빛이 돌 정도로 강렬한 채도를 가진 덕분에, 바로크 양식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이 색채의 강렬함이 고전적인 양식과 대비되며 마젠타 벌룬 독 작품은 전시된 다른 작업보다도 훨씬 많은 사진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 Christie’s
이후 2013년, 5년 만에 벌룬 독은 또 한 번 화제성을 독식해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주황색 벌룬 독이 한화 약 645억 원에 낙찰되며, 생존 작가 작품 중 당대 최고 낙찰가를 기록하게 되었죠.
빠와 까가 공존해야 스타가 될 수 있다는 말처럼, 쿤스의 벌룬 독은 열성 지지자과 헤이터를 모두 만들면서 동시대 미술의 손꼽히는 아이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제프 쿤스의 벌룬 독은 단순 예술 작품을 넘어, 시대를 대표하는 현대미술의 아이콘 중 하나가 된 것 같아요. 여러분은 쿤스의 작품 세계, 어떻게 감상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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