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아트'를 예술적으로 이해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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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미디어 아트의 이미지는 썩 좋지 않습니다. 


오리지널 페인팅, 원화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데요. 유명 예술가의 작품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 전시라면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원래 미디어 아트 자체는 독립적인 예술의 한 장르입니다. 그 시작은 1960-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죠. 


백남준,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 전시 전경 ⓒ The New Yorker, chiharu shiota



이때는 미술의 모양새가 많이 달라지고 있었어요. 당시엔 백남준 작가를 필두로 한 ‘비디오 아트’가 성행하고 있었고, 한편에서는 조각도 회화도 아닌, 새로운 유형의 예술이라 불린 ‘설치 미술’이 떠오르고 있었죠. 이 두 가지 장르는 오늘날 미디어 아트의 기반이 된 장르입니다. 


비디오 아트는 디지털 요소를 재료로 하고 있고, 설치미술은 공간에 중점을 둔 예술이죠. 하지만 이때까지는 기술이 그리 발전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미디어 아트가 등장하기 전, 미술적 근거만 형성된 상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토샵 1.0 버전 ⓒ Web Design Museum



이후 1980-90년대 접어들면서, 미디어 아트가 탄생하게 된 계기가 등장합니다. 포토샵 기술이 만들어지고, 보급된 거죠. 


그렇게 디지털 기술과 컴퓨터 그래픽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미디어 아트가 탄생할 수 있는 환경과 예술적 기반이 점차 갖춰지기 시작했어요.



팀랩 전시 전경 ⓒ teamLab



그리고 2001년에 접어들어서, 오늘날의 미디어 아트의 원형이라 불리는 아티스트 컬렉티브, 팀랩이 등장합니다. 팀랩은 일본의 정보통신 기술을 개발하는 시스템 개발 회사, 디지큐브가 미술 쪽으로 손을 뻗으면서 만든 아티스트 컬렉티브에요. 


팀랩은 화려한 영상 콘텐츠를 거대한 벽에 쏘는, 프로젝션 매핑을 기반으로 한 작업을 주로 선보이는데요. 비디오 아트의 디지털적 특성과, 설치 미술의 공간 중점적 특성, 그리고 포토샵과 그래픽 기술을 모두 녹여낸 것이 특징입니다. 오늘날에는 시각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촉각, 후각, 청각까지 자극하는 미디어 아트 작품들을 선보이면서 장르의 규모를 키우고 있죠.



팀랩의 페이스 갤러리 전시 전경 ⓒ Pace Gallery



팀랩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미디어 아트를 미술 시장에까지 진입시켰다는 거예요. 사실 미디어 아트는 디지털 기반의 작업이기 때문에, 무한하게 복제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확장성을 가진 건데요. 팀랩은 확장성보다 예술성에 초점을 맞추기로 해요. 하나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면, 다른 곳에선 절대 전시하지 않죠. 그렇게 디지털 작품에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 작품의 특징인 ‘원본성’을 부여했습니다. 


그렇게 예술품으로서의 작품성을 인정받은 뒤, 뉴욕 3대 갤러리로 꼽히는 더 페이스 갤러리 The Pace Gallery에서 개인전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이후 즉석 완판이라는 실적을 올리며, 이제는 페이스 갤러리 소속 아티스트가 되었죠. 


많은 미술 장르가 그렇듯, 선구자가 생기면 많은 후발주자들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최근에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 아트 전용관이 정말 많이 생긴 것을 볼 수 있어요.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반 고흐 이머시브> 전시 전경 ⓒ Van Gogh Immersive

에밀리 인 파리 속 전시 감상 장면 ⓒ Netflix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금 GIDC 광명역에서 진행 중인 <반 고흐 이머시브> 전시에요. 미디어를 통해 노출된 적이 많은 전시입니다. 국내에서는 기안84가 다녀온 전시로도 알려져 있고,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인 파리>에서 에밀리가 친구들과 관람한 전시이기도 합니다. 또 CNN이 선정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전시 12개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반 고흐 이머시브>는 미디어 아트 전시 중에서는 제법 긴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2008년 유럽에서 처음 선보인 후에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을 순회하면서 누적 관람객 500만 명 달성했죠. 그리고 작년에 한국에도 진출해서 오픈런으로 진행 중입니다. 



반 고흐 이머시브 전시 전경 ⓒ New York Times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예술가의 작품을 재료 삼아 만든 미디어 아트 전시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 쉽지 않아요. 가디언 지는 <반 고흐 이머시브>에 대해 '김빠진 맥주를 마시는 것 같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죠. 고흐는 강렬한 색채와 에너지 가득한 붓 터치가 대표적인 화가인데,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작품을 영상화한 콘텐츠로는 그의 예술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는 것 때문이었어요. 


이건 <반 고흐 이머시브> 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작품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라면 피할 수 없는 비판입니다. 최근 생존 예술가 중 최초로 미디어 아트 전시를 진행한 데이비드 호크니도 이런 비판을 받았죠. 



데이비드 호크니 미디어 아트 전시 전경 © LIGHTROOM



이때 호크니 측 전시 제작사에서 내놓은 의견은 좀 남달랐어요. 전시 자체를 일종의 '거대한 다큐멘터리'로 보라는 것. 원화가 있고 없고는 중요치 않고, 작가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 전시를 이해하라는 의미였죠. 


그간 책이나 다큐멘터리, 영화 정도가 예술을 간접적으로 감상하는 수단이었는데, 이제는 미디어 아트 전시도 새로운 감상 수단이 된 것이죠. 



디스트릭트의 파도 작업 'Wave' ⓒ 중앙일보



반면 예술 장르로서의 미디어 아트 본질을 잘 고도화 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디스트릭트의 사례를 들 수 있죠. 디스트릭트는 이전에 코엑스에서 파도치는 전광판 작업을 선보이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 작업은 얼핏 보면 3차원의 직육면체 어항 안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L자 모양의 2D 전광판에 파도치는 모습을 구현한 거예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아르떼뮤지엄 전시전경 ⓒ 아르떼뮤지엄



그리고 디스트릭트가 이 파도 작업을 선보이기 전인 2020년에 선보인 것이, 제주도에 위치한 아르떼 뮤지엄이에요. 과거 스피커 제조 공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업사이클링 해서 미디어 아트 전시장으로 만든 건데요. 이곳에서 총 16개의 미디어 아트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지금은 여수, 강릉, 부산에도 분관을 내서 운영 중이기도 한데요. 각 지역별 자연 유산을 미디어 아트로 구현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앞서 미디어 아트의 기조가 된 장르로 언급한 비디오 아트의 디지털적 특징, 그리고 설치 미술의 공간적 특징을 계승해 오리지널리티와 독창성 있는 작품을 선보입니다. 



Editor's Comment

빛의 씨어터 전시 전경 ⓒ 빛의 씨어터


예술이 장르로 자리 잡고 발전하는 과정에는 언제나 과도기가 함께합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평단과 관객, 예술가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갈려요. 때로는 비난이 따르고, 때로는 추앙이 따르죠. 


하지만 그 반응 역시 예술이 발전하는 프로세스입니다. 미디어 아트에 대한 다양한 의견 또한 새로운 예술 사조가 미술사에 자리 잡아가는 흐름으로 이해해 볼 수 있어요. 그렇게 자리를 잡고 나면, 또 새로운 장르의 탄생에 영향을 주게 되겠죠. 


미디어 아트는 어떻게 자리 잡아갈까요? 그리고 앞으로 펼쳐지게 될 또 다른 예술의 모습은 어떨까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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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Expla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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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society is evolving into this very specialist world. Everybody is good at one cery specific thing. 

That’s particularly clear in the art market. People want to be able to classify you.


우리 사회는 고도로 전문화되어 간다. 모두가 한 가지 매우 특정한 일에 능하다. 

그것은 특히 미술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세상은 당신의 가치를 분류하길 원한다.

- 프란시스 알리스 Frnacis al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