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작가상 전시 포스터와 전시장 도면 ©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의 주요 연례 전시인 <올해의 작가상>이 개막했습니다. 올해의 작가상은 매년 1차 심사를 통해 네 명의 작가를 선정해요. 이들은 각각 4천만 원의 전시 지원금을 받아 전시에 참여합니다. 올해 선정된 네 명은 권병준, 갈라 포라스 김, 이강승, 전소정 작가예요.
그리고 이중 1명이 올해의 작가로 선정됩니다. 작가 선정은 내년에 이뤄지는데요. 전시와 심사를 통해 정해진 수상자는 다큐멘터리 제작 기회를 얻게 됩니다. 본인 작품 세계를 녹여낸 5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죠. 역대 수상자의 다큐는 이곳에서 무료로 확인 가능합니다.
우선, 올해 어떤 예술세계를 가진 작가들이 선정되었는지 작품과 함께 살펴볼게요.
01 갈라 포라스-김
© 국립현대미술관
갈라 포라스 김은 39살의 한국계 남미 작가입니다. 미술과 문화인류학이 결합된 작품을 선보이는 게 특징이에요. 두 가지 주제를 선택한 계기는 어렸을 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문학과 교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박물관에 자주 가곤 했던 갈라 포라스 김은 자연스럽게 유물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해요. 박물관 속 유물에 대한 관심은 오래도록 이어졌습니다. 성인이 된 후 미술과 문화학을 공부하면서, 유물들의 의미를 고찰하는 작업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는 박물관의 유물들을 수동적 존재로 봤습니다. 기존에 박물관이 가진 유물 분류법에 따라 분류되고, 전시되는 모습에서 이를 발견했죠. 또 박물관의 분류법이 유물의 진짜 의도나 기능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기도 합니다.
(좌)우리를 속박하는 장소로부터의 영원한 탈출 (2022) (우) 세월에 녹이 슬어가는 무게 (2023) © 국립현대미술관
갈라 포라스 김의 작업은 수동적 존재였던 유물을 주인공처럼 만듭니다. 캔버스 안에 정교하게 그려낸 유물의 초상은 제각기 다른 유물이 가진 진짜 의미나 역사를 되짚어보게 하죠.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전시에서 작가는 고인돌을 주제로 한 작업을 선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한 유물이기에, 한국 관객에게도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줄 것으로 기대돼요.
02 전소정
전소정 작가와 그의 작품 <절망하고 탄생하라> (2020) © 국립현대미술관
두 번째 작가는 전소정입니다. 1982년생 여성 작가에요. 전소정 작가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영상, 사운드, 조각, 설치, 퍼포먼스, 심지어 책까지 다양하죠. 그리고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그 안에 주인공이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영화를 보듯이 작품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려줘요.
원래 작가는 소설가를 꿈꿨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죠. 이처럼 전소정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처음 보는 인물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는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전소정, 싱코피 (2023) © 국립현대미술관
소설에서 주인공의 매력을 증폭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주인공을 약자로 설정하는 것입니다. 해리포터가 부잣집 아들이었다면 지금만큼 사랑받지 못했을거란 말처럼, 전소정 작가도 약자를 주인공으로 삼습니다. 대부분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 사회에서 배제된 이들이죠. 이들의 목소리나 이야기, 그들이 담겨있는 풍경을 다양한 매체로 담아냅니다. 특유의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빠르게 관객의 감정을 이입시켜요.
03 이강승
이강승 작가와 그의 작품 <라자로> (2023) © 국립현대미술관
세 번째는 이강승 작가입니다. 이강승 작가는 배제된 소수자의 역사를 조명해요. 그가 정의하는 소수자는, 주류와 비주류 중 비주류의 인물들입니다.
오랜 역사 속 주류는 백인, 남성, 이성애 중심이었어요. 그리고 이강승 작가는 유색인종과 퀴어문화에 주목합니다. 이는 최근 예술의 PC한 흐름과도 비슷해요. 디즈니에서는 흑인 인어공주를 내놓았고, 마블엔 우리나라 배우가 등장합니다. 이런 상황 속, '나도 소수자로서 메리트를 갖고 싶다'라고 말하는 예술인도 나오고 있고요.
이강승, 누가 우리를 돌보는 이들을 보살피게 될까 (2022) © 국립현대미술관
이강승 작가는 이를 역사가 교차되는 순간이라고 보고, 이 순간을 그려내는 작업을 선보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퀴어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해요. 퍼포먼스 영상 작업을 통해 소수자들이 겪은 시선과 고통을 표현하고, 동시에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04 권병준
권병준 작가와 그의 작품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로봇> (2023) © 국립현대미술관
마지막은 권병준 작가입니다. 매우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에요. 싱어송라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해, 이후 네덜란드의 전자악기 연구개발기관에서 엔지니어로 일했습니다. 현재까지도 사운드 관련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고요. 그리고 이 이력을 살려, 음악, 연극, 미술을 아우르는 뉴미디어 퍼포먼스를 기획하기도 합니다.
권병준, 수증기 스크린, 외나무다리, 전열기 조명 (2014) © 국립현대미술관
현재는 로봇과 사운드를 결합한 독특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권병준 작가는 로봇이 이제 우리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봅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어쩌면 로봇은 인간 사회의 새로운 소수자가 아닐까 하는 좀 더 확장된 논의를 이끌어내기도 해요.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우리나라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얼마나 장르적으로, 또 주제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있는지 경험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의 작가상 2023> 전시 정보
전시 일정 | 2023. 10. 20 - 2024. 3. 31
전시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티켓 가격 | 2천원
올해의 작가상 전시 포스터와 전시장 도면 ©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의 주요 연례 전시인 <올해의 작가상>이 개막했습니다. 올해의 작가상은 매년 1차 심사를 통해 네 명의 작가를 선정해요. 이들은 각각 4천만 원의 전시 지원금을 받아 전시에 참여합니다. 올해 선정된 네 명은 권병준, 갈라 포라스 김, 이강승, 전소정 작가예요.
그리고 이중 1명이 올해의 작가로 선정됩니다. 작가 선정은 내년에 이뤄지는데요. 전시와 심사를 통해 정해진 수상자는 다큐멘터리 제작 기회를 얻게 됩니다. 본인 작품 세계를 녹여낸 5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죠. 역대 수상자의 다큐는 이곳에서 무료로 확인 가능합니다.
우선, 올해 어떤 예술세계를 가진 작가들이 선정되었는지 작품과 함께 살펴볼게요.
01 갈라 포라스-김
© 국립현대미술관
갈라 포라스 김은 39살의 한국계 남미 작가입니다. 미술과 문화인류학이 결합된 작품을 선보이는 게 특징이에요. 두 가지 주제를 선택한 계기는 어렸을 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문학과 교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박물관에 자주 가곤 했던 갈라 포라스 김은 자연스럽게 유물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해요. 박물관 속 유물에 대한 관심은 오래도록 이어졌습니다. 성인이 된 후 미술과 문화학을 공부하면서, 유물들의 의미를 고찰하는 작업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는 박물관의 유물들을 수동적 존재로 봤습니다. 기존에 박물관이 가진 유물 분류법에 따라 분류되고, 전시되는 모습에서 이를 발견했죠. 또 박물관의 분류법이 유물의 진짜 의도나 기능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기도 합니다.
(좌)우리를 속박하는 장소로부터의 영원한 탈출 (2022) (우) 세월에 녹이 슬어가는 무게 (2023) © 국립현대미술관
갈라 포라스 김의 작업은 수동적 존재였던 유물을 주인공처럼 만듭니다. 캔버스 안에 정교하게 그려낸 유물의 초상은 제각기 다른 유물이 가진 진짜 의미나 역사를 되짚어보게 하죠.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전시에서 작가는 고인돌을 주제로 한 작업을 선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한 유물이기에, 한국 관객에게도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줄 것으로 기대돼요.
02 전소정
전소정 작가와 그의 작품 <절망하고 탄생하라> (2020) © 국립현대미술관
두 번째 작가는 전소정입니다. 1982년생 여성 작가에요. 전소정 작가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영상, 사운드, 조각, 설치, 퍼포먼스, 심지어 책까지 다양하죠. 그리고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그 안에 주인공이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영화를 보듯이 작품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려줘요.
원래 작가는 소설가를 꿈꿨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죠. 이처럼 전소정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처음 보는 인물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는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전소정, 싱코피 (2023) © 국립현대미술관
소설에서 주인공의 매력을 증폭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주인공을 약자로 설정하는 것입니다. 해리포터가 부잣집 아들이었다면 지금만큼 사랑받지 못했을거란 말처럼, 전소정 작가도 약자를 주인공으로 삼습니다. 대부분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 사회에서 배제된 이들이죠. 이들의 목소리나 이야기, 그들이 담겨있는 풍경을 다양한 매체로 담아냅니다. 특유의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빠르게 관객의 감정을 이입시켜요.
03 이강승
이강승 작가와 그의 작품 <라자로> (2023) © 국립현대미술관
세 번째는 이강승 작가입니다. 이강승 작가는 배제된 소수자의 역사를 조명해요. 그가 정의하는 소수자는, 주류와 비주류 중 비주류의 인물들입니다.
오랜 역사 속 주류는 백인, 남성, 이성애 중심이었어요. 그리고 이강승 작가는 유색인종과 퀴어문화에 주목합니다. 이는 최근 예술의 PC한 흐름과도 비슷해요. 디즈니에서는 흑인 인어공주를 내놓았고, 마블엔 우리나라 배우가 등장합니다. 이런 상황 속, '나도 소수자로서 메리트를 갖고 싶다'라고 말하는 예술인도 나오고 있고요.
이강승, 누가 우리를 돌보는 이들을 보살피게 될까 (2022) © 국립현대미술관
이강승 작가는 이를 역사가 교차되는 순간이라고 보고, 이 순간을 그려내는 작업을 선보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퀴어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해요. 퍼포먼스 영상 작업을 통해 소수자들이 겪은 시선과 고통을 표현하고, 동시에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04 권병준
권병준 작가와 그의 작품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로봇> (2023) © 국립현대미술관
마지막은 권병준 작가입니다. 매우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에요. 싱어송라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해, 이후 네덜란드의 전자악기 연구개발기관에서 엔지니어로 일했습니다. 현재까지도 사운드 관련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고요. 그리고 이 이력을 살려, 음악, 연극, 미술을 아우르는 뉴미디어 퍼포먼스를 기획하기도 합니다.
권병준, 수증기 스크린, 외나무다리, 전열기 조명 (2014) © 국립현대미술관
현재는 로봇과 사운드를 결합한 독특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권병준 작가는 로봇이 이제 우리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봅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어쩌면 로봇은 인간 사회의 새로운 소수자가 아닐까 하는 좀 더 확장된 논의를 이끌어내기도 해요.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우리나라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얼마나 장르적으로, 또 주제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있는지 경험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의 작가상 2023> 전시 정보
전시 일정 | 2023. 10. 20 - 2024. 3. 31
전시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티켓 가격 | 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