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

© Lisson Gallery


국제갤러리에서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아니쉬 카푸어는 1954년생, 인도 출신 예술가예요.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와 명성을 모두 가진 작가고, 생존 작가 중 천억 원대 이상 자산을 가진 몇 안 되는 작가죠.


그의 대표작으로는 시카고 밀레니엄 공원의 랜드마크, <Cloud Gate>가 있습니다. 스테인리스 소재의 콩 같은 모양이 특징인데요. 그 모양새 때문에 실제로 'The Bean'이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리곤 합니다. 유명한 작품은 많아도, 애칭이 있는 작품은 드문데요. 아니쉬 카푸어는 이런 랜드마크 작품을 만든 작가예요. 



반타 블랙 독점 사건

© The Guardian

 

하지만 아니쉬 카푸어 하면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역시, 반타 블랙 독점 사건입니다. 2014년에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블랙'이라는 이름의 '반타 블랙 Vanta Black'이 만들어진 적이 있습니다. 반타 블랙은 미술이나 예술을 위해 제작된 물감은 아니었어요. 군사, 항공 기술에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반타 블랙이 빛을 99.965% 흡수할 뿐만 아니라, 가시광선과 적외선까지 흡수해 내기 때문이죠. 


이런 반타 블랙의 제작 소식을 듣고, 아니쉬 카푸어는 제작에 참여합니다. 개발 연구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고, 덕분에 예술가 중에서는 본인만 반타 블랙을 독점 사용할 수 있는 계약까지 맺었죠. 카푸어는 여기서 더 나아가, 기존에 반타 블랙 안료를 소지한 개인, 기업에게서 안료를 모두 압수하기까지 했습니다. 철저히 독점해버린 것이죠. 


이브 클라인과 IKB 물감 © Widewalls


이런 색깔 독점은 이전에도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전에 이브 클라인은 '인터네셔널 클라인 블루 International Klein Blue'를 만들어 1960년에 특허를 냈어요. 그리고 본인만 그 물감을 사용했죠. 하지만 평생 혼자서만 쓴 건 아닙니다. 후에 소더비 경매로 이 물감을 판매하기도 했고, 2019년에는 90번째 생일을 기념해 누구나 구매할 수 있게 판매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카푸어는 달랐어요. 예술품에 사용할 목적으로는 누구도 구매할 수 없게 독점했습니다. 이처럼 반타 블랙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 카푸어는 이렇게 말해요. "사람들은 예술에서 뭔가를 자꾸 보여주려고 하는데, 나는 그 정반대의 일, 무언가를 어떻게 사라지게 할 것인가에 집중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블랙은 카푸어의 시그니처 컬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카푸어의 작품을 보면, 이 반타블랙을 활용한 작품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어요. 대표적인 건 정면에서 봤을 때와 측면에서 봤을 때 그 모양이 달라지는 작업인데요. 빛을 99.965% 흡수하는 반타블랙의 특성을 적극 활용해, 정면에서 보면 원이나 정사각형의 모습이지만, 측면에서는 세모 등 다른 모양으로 보이는 독특한 작업을 선보입니다. 이 작품은 예술가가 색깔을 독점할 수 있다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함께, 조각 작품을 감상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어요.



Editor's Comment

© Redemption of Vanity


이제 반타 블랙은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블랙이 아닙니다. 이후 MIT에서 더 어두운 블랙, 'Redemption of Vanity'를 내놓았거든요. 그 이름 뜻은 '허영심의 구원'. 색깔을 독점해 자신만의 예술을 선보이려 한 아니쉬 카푸어는 이 블랙을 보고 어떤 생각을 떠올렸을까요?



전시 정보

전시 기간 | 2023년 8월 30일 ~ 10월 22일

전시 장소 | 국제갤러리 (서울 종로구 삼청로 54)

티켓 가격 | 무료

참여 작가 | 아니쉬 카푸어




국제갤러리 홈페이지에서 더 다양한 전시 정보를 살펴보세요.

•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세계를 담아낸 글도 살펴보세요. 반타블랙 독점사건 뿐만 아니라, 그의 시그니처 대형 조각 작품까지 다양합니다.



Bid Piece's Pick

매주 금요일, 까다롭게 선별한 빋피 Pick 전시회를 확인해보세요 :)


The unpleasant and pleasant should inexplicably overlap in 

a sort of beautiful, feverish madness, 

in the end impolding under an overwhelming number of interpretive possibilities.


작품을 감상할 때 아름답고 과열된 광기와 함께 

불쾌한 감정과 유쾌한 감정이 공존한다. 

그러한 감상은 엄청난 해석의 여지를 무한히 확장시킨다.

 - 피터 피슬리 Peter Fischli 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