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로 만초니: 똥 통조림으로 일군 현대미술의 혁신

© Fondazione Piero Manzoni, Milano

© Fondazione Piero Manzoni, Milano


피에로 만초니(Piero Manzoni, 1933-1963)는 1961년, <예술가의 똥>이라는 작품을 내놔요. 자신의 배설물 30g을 통조림에 밀봉해서 예쁜 라벨로 감싸고, 30g의 금 가격으로 작품을 판매했습니다. 


작품은 총 90점을 제작했는데요. 놀랍게도 작품 공개 당시 여러 점이 판매가 됐었고, 오늘날에도 진품인 게 확인만 되면 매우 높은 가격의 작품이 판매됩니다. 일례로 지난 2025년 6월에는 스위스 아트바젤에서 68번째 에디션이 4억 9천만 원에 판매 완료되었죠. 다른 에디션들도 꾸준히 거래 중인데, 대다수가 4억에서 6억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작가의 배설물을 담은 통조림이 왜 이렇게 비싼 걸까’, 그리고 ‘저 안에는 진짜 예술가의 똥이 들어있는 걸까’ 같은 다양한 질문들을 낳았는데요. 그렇다면 이 작품, 정말 예술가의 ‘그것’이 담겨 있는 걸까요? 



예술가의 똥에 얽힌 엇갈린 주장들

아고스티노 보날로미, 난다 비고

아고스티노 보날로미, 난다 비고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어요. 우선 만초니의 협력자 아고스티노 보날로미(Agostino Bonalumi)는 “내용물은 석고뿐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만초니의 여자친구 난다 비고(Nanda Vigo)는 “내가 통조림 만드는 걸 도왔다”라고 하면서, 정말 안에 분변이 든 게 맞다고 주장했어요. 반면에 만초니의 여동생은 “통조림에 오렌지 마멀레이드가 들어 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베르나르 바질과 열린 통조림의 모습

베르나르 바질과 열린 통조림의 모습


그리고 훗날 이 작품을 진짜 열어 본 인물이 등장합니다. 프랑스의 예술가 베르나르 바질(Bernard Bazile)이었죠. 1989년 <피에로 만초니의 열린 상자>라는 제목의 퍼포먼스 아트로 다섯 번째 통조림을 열었는데요. 그 안에는 또 다른 통조림이 들어 있었습니다. 누군가 통조림을 열 것을 예상한 만초니의 계산이었죠. 바질은 그 안에 있는 통조림은 열지 않았어요. 그렇다 보니 작품이 만들어진 지 6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정확히 이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하나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 왜 이렇게 비싸게 팔리는 걸까요? 만초니는 이 작품에 대해 “나는 아이디어를 판다. 통조림 속의 아이디어를”이라고 말했어요. 이건 아이디어가 중시되는 개념 미술의 예술관과 맞닿은 발언인데요. 개념 미술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인물이 바로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입니다. 마르셀 뒤샹은 1917년 <샘>이라는 작품을 내놨습니다. 기성품인 변기에 서명을 해서 예술 작품이라고 선언한 작품인데요. 뒤샹이 이 작품에서 선보인 아이디어는 ‘예술가가 선택하면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라는 논리입니다.

마르셀 뒤샹과 그의 작품 ‘샘’

마르셀 뒤샹과 그의 작품 ‘샘’


뒤샹은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가 어떤 모양의 붓을 쓸지를 선택하고, 또 어떤 색깔의 물감으로 칠할지를 선택하는 것처럼, 예술가인 본인 역시 어떤 재료를 고를지 선택한 것일 뿐이다’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그것이 변기든 자전거든 유리창이든 일상적인 미술 재료가 아닌 것일지라도 상관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서 내놓은 작품이 있어요. 바로 <벨 알렌>인데요. 이 작품은 뒤샹이 일종의 부캐, 로즈 셀라비(Rrose Selavy)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때 선보인 작업입니다.

로즈 셀라비로 분한 마르셀 뒤샹, 벨 알렌 작품

로즈 셀라비로 분한 마르셀 뒤샹, 벨 알렌 작품


로즈 셀라비로 활동할 때는 오늘날의 유산슬이나 퀸가비, 햄부기 같은 부캐들처럼 마르셀 뒤샹도 화장을 하고 치마를 입고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처럼 행동을 하면서 다녔어요. 이 시도를 한 게 100년 전이니까 사실상 부캐의 시조새 격이었던 거죠. 그리고 이 로즈 셀럽이라는 부해로 활동하면서 내놨던 작품 중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벨 알렌입니다.


이 작품은 평범한 향수 공병을 활용한 작업이에요. 원래 있던 라벨을 떼내고 본인이 새로 만든 라벨을 붙였습니다. 로즈 셀라비의 초상 사진을 가장 위에 넣었는데요. 이건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너무나 유명한 초현실주의 사진 작가인 만 레이(Man Ray)가 찍은 겁니다. 그리고 사진 밑으로는 아름다운 숨결이라는 의미의 ‘벨 알렌’이라는 브랜드명을 만들어서 붙였어요. 그리고 그 아래에는 이탤릭체로 ‘오드 뚜알레드’가 아닌 ‘오드 부알레드’라고 적어둡니다. ‘위장수’라는 의미예요. 이것저것 아기자기하게 굉장히 재미난 요소를 많이 넣어둔 작품인데요.

사실 이 작품의 핵심은 이런 디테일이 아니라 그 어떤 것도 진짜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이 작품의 가치를 갖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병 속의 향수는 단 한 방울도 없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 이름처럼 아름다운 숨결을 선사할 수도 없습니다. 위장도 불가하고요. 벨 알레는 결국에 가짜 상표를 붙인 공병. 심하게 말하자면 쓰레기에 불과합니다. 뒤샹은 이 쓰레기 같은 작업을 통해서 사람들의 허영심, 물질 만능주의를 비판하고자 했다고 해요. 피에로 만초니의 작품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1961년, 밀라노 작업실의 피에로 만초니

1961년, 밀라노 작업실의 피에로 만초니


이 작업에 진짜 배설물이 들어있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사람들은 같은 무게의 금값을 주고 작품을 샀습니다. 이를 통해 만초니는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허영심을 비 비판하고자 했는데요. 사실 뒤샹의 작품은 조금 빨리 세상에 등장해서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만, 피에로 만초니의 작업은 이 아이디어를 꺼내놓기 제법 괜찮은 시기에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이 시기에는 미술 시장이 성숙기를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경매에서 고가 작품들이 거래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것이 신문이나 뉴스 라디오를 통해서 보도되면서 미술품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고, 개별 예술가들이 점점 유명해지고, 유명해지다 보니 더 비싸지던 때였어요. 이런 상황 속에 피에로 만초니는 예술가가 생산하는 것 중 가장 쓸모없는 배설물을 통조림 안에 담고 예쁜 라벨로 감싸서 같은 무게의 금값과 동일한 금액으로 책정해 작품을 판매합니다. 이 시도는 점점 비싸져 가는 미술 시장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아내면서 평론가와 관객들에게 지지를 받기도 했는데요.


입 생 로랑의 모습 © Inge Morath | Magnum Photos

입 생 로랑의 모습 © Inge Morath | Magnum Photos


다시 벨 알렌 이야기로 돌아가면, 훗날 패션 디자이너인 입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이 이 <벨 알렌>을 사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2008년에 입 생 로랑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가지고 있던 소장품 컬렉션을 경매에 붙이게 되는데요. 그중에는 <벨 알렌>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최종 낙찰가는 무려 1148만 9968달러, 한화 약 16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어요. 물론 이 금액대에는 컬렉터인 입 생 로랑의 이름 값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이를 계기로 개념 미술 작품들의 금액이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개념 미술 작품 중에서도 <예술가의 똥>은 가격이 높아질 만한 이점을 많이 가지고 있었어요. 90점 한정 제작인데다가 캔마다 고유의 번호가 새겨져 있고, 나머지 작품들이 테이트 모던이나 뉴욕 현대미술관, 구애나임, 퐁피두 센터, 노베토 미술관 같은 유명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어서 진품인 게 확실하면 고가에 거래되게 됐죠. 피에로 만초니는 아이디어도 좋고 타이밍도 잘 맞았던 문대가 좀 있었던 예술가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예술가의 똥>이라는 작품 전후로도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들을 많이 내놨던 인물입니다. 우선 만초니의 초기작으로는 ‘아크롬’ 시리즈가 있어요.

피에로 만초니의 아크롬 작품, 작업실의 만초니피에로 만초니의 아크롬 시리즈 회화 작품

© Fondazione Piero Manzoni, Milano

피에로 만초니의 아크롬 시리즈

Achrome, 1961 / Achrome, 1962 © Fondazione Piero Manzoni, Milano


아크롬 시리즈는 완전한 흰색으로만 구성한 회화 작업입니다 색채를 배제해서 회화 작품의 질감에만 집중하게끔 설계했죠. 이후에는 흰색 솜이나 천 같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면서 그 질감의 형태를 고도화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이때부터 그림 실력을 내세우기보단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예술가구나 하는 면모를 살펴볼 수가 있는데요. 이후에는 더 아이디어가 강조된 작품을 선보입니다. 개념 미술과 퍼포먼스가 결합된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어요.

피에로 만초니의 예술가의 숨피에로 만초니의 <예술가의 숨>

Artist’s breath, 1960 © Fondazione Piero Manzoni, Milano


1959년에는 <예술가의 숨>이라는 작품을 선보입니다. 풍선을 불어서 예술가의 숨결을 보존하는 시도였는데요. 예술가의 무언가를 보존하려고 했다라는 점에서는 예술가의 똥과 조금 비슷한 면도 있긴 합니다마는 똥의 경우에는 통조림에 담겨서 오늘 날까지 잘 보존이 되고 있지만 예술가의 숨은 풍선에다 담았기 때 때문에 풍선에 그 공기들이 다 빠져나가면서 쭈글쭈글한 형태로만 남아 있습니다.


살아있는 조각, 피에로 만초니

© Fondazione Piero Manzoni, Milano


그 이후에는 살아있는 조각을 선보여요. 실제 사람에 서명해서 작품이라고 선언한 작업입니다. 굉장히 퍼포먼스적이고 개념 미술적인 작업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단순히 서명만 하고 끝이 아니라 작품 보증서까지 발급을 해서 정말 작품인 것을 선언하는 작업이었어요. 조금은 비윤리적이고 굉장히 파격적인 작품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받침대 시리즈를 선보여요. 먼저 선보인 건 1961년 작인 <살아있는 조각>입니다.


살아있는 조각 작품

Magic Base – Living sculpture, 1961 © Fondazione Piero Manzoni, Milano

세상의 기반 조각 작품

Socle du monde (Base of the world), 1961 © Fondazione Piero Manzoni, Milano



이 작업을 보면 조각 작품의 받침대 부분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작품이 놓여 있어야 할 윗면에 발자국 2개가 찍혀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여길 밟고 올라가라는 안내 표시인 건데요. 이렇게 올라가는 순간 인간은 살아있는 예술 작품이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계속 발전해서 <세상의 기반>이라는 작업으로 나아가게 돼요. 이 작품을 보면 조각의 받침대 부분이 거꾸로 땅에 붙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받침대에는 3개의 받침대라고 써 있는데, 글자가 거꾸로 되어 있죠. 지구 전체를 예술 작품으로 선언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보여준 겁니다. 어릴 때 다들 한 번쯤 해보는 지구 샌드위치 같은 상상을 작품으로 구현한 시도였는데요. 마찬가지로 인간 심지어는 살아있는 지구까지도 작품화하는 시도였다는 걸 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에 <예술가의 똥>을 내놓으면서 예술가의 가장 순수한 산물이 예술이 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사람을 재료로 해 왔던 피에로만초니의 작품 중에 가장 파격적이고 논란이 많았었던 작품이었죠. 그럼에도 이 시도가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을 모두 다 이끌어내고 무엇보다도 판매에까지 성공하게 되면서 피에로 만초니는 본인의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고도화시켜 나가는 시도를 이어가게 됩니다.

전기로 제어하는 미로를 구상하거나, 대형 풍선을 설치하는 기획을 하거나, 혹은 심리 실험을 위한 공간을 설계하는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했었는데 오늘날에는 이런 비슷한 아이디어가 구체화된 작업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피에로 만초니가 구상하던 전기로 제어하는 미로는 관객 행동에 반응하는 미디어 아트 작품들로 구현됐고요. 대형 풍선은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에서 볼 수 있었죠. 심리 실험, 공간 설계 같은 아이디어는 오늘날 관계 미술 작품들에서도 볼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피에로 만초니

© Fondazione Piero Manzoni, Milano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만초니의 작품으로는 구현된 것을 찾아볼 수가 없어요. 이 작업들을 구상하던 1963년 피에로 만초니가 본인의 밀라노 작업실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당시 만초니는 불과 29살의 나이였어요. 작품 활동을 한 지는 4~5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고, 굉장히 짧은 기간 활동했던 예술가였다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이디어는 미술사에 오래도록 남아 있습니다.

기존의 개념 미술을 보다 더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퍼포먼스를 구상하고 끊임없이 작품을 고도화하는 신작을 내놓으면서 오늘날 예술이 더 철학적이고 실험적일 수 있다 하는 기반을 마련한 작가이기 때문인데요. 


안타깝게도 요절한 탓에 남긴 작품 수가 많지는 않지만, 오늘날에도 후배 예술가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면서 진정한 개념 미술가란 이런 것이 아닌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작가가 피에로 만초니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피에로 만초니의 작품 어떻게 감상하셨나요?






이정우 에디터

Artists

변기가 예술이 되고, 죽은 상어가 수백억 원에 팔리는 현대미술. 이제 미술은 관객 설득을 뒤로한 채 빠르게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그안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경쟁 속, 빋피는 빛나는 예술관을 가진 예술가의 작품을 포착해 관객에게 소개합니다. 지금 바로 빋피의 예술가 브랜딩 큐레이션을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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