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크기의 캔버스에 작가가 느낀 감각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그림은 엄청난 압도감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회화로 떠올랐지만, 카츠의 눈에는 뭘 그린 건지 명확히 알 수 없는 그림처럼 느껴졌어요.
어떤 그림으로 미술계에 이름을 알릴까 고민하던 중, 카츠는 아버지가 10대 때 해준 조언을 떠올립니다. “뭘 그릴지 찾으러 다니지 말고, 뒷마당을 그리라”는 조언이었는데요. 이 말은 정말 뒷마당을 그리라는 뜻이 아닌, 주변에 가까이에 있는 것들부터 그려보라는 의미였어요.
카츠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을 그려냈지만, 추상표현주의에 주목하고 있던 미술계는 카츠의 그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카츠는 에이다에게 깊게 빠져들었어요. 에이다와 결혼한 후 지금까지 60년 넘는 세월 동안, 200점 넘게 에이다의 초상을 그렸죠. 습작까지 포함하면 천 점이 넘을 거라고 하는데요.
60년간 천 점이라고 치면, 일 년에 17점, 한 달에 한 점 이상 아내를 그린 셈입니다. 덕분에 에이다는 가장 미술 작품에 많이 그려진 여인 중 한 명이 되었죠.
알렉스 카츠는 에이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도톰한 입술, 짧은 코, 큰 눈으로 조화된 미인”이라면서 “유럽의 미인이자 미국의 미인”, “미스 아메리카가 될 만한 인물”이라 표현합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정성껏 담아냈어요. 자신의 일상 속, 접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존재였기 때문이죠.
우선 카츠는 ‘예쁘기만 한 그림’이라는 비난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내 작품에 중요한 것은 스타일과 외관이다. 하지만 스타일처럼 덧없고 덧없는 것에 대한 관심은 오늘날 진지한 예술가의 관심사로 여겨지지 않는다”라며, 대신 스타일과 외관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기 위한, 자신의 예술가적인 노력을 어필해요.
가장 대표적인 시도가 카츠 작품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인 15분 예술입니다. 카츠는 일상에서 접한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매우 빠르게 작업해요. 그리고 빛이 변화하는 간격이 15분이라고 보고, 이를 포착하기 위해 15분의 시간 동안 작은 스케치북에 빠르게 대상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그 스케치와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큰 캔버스에 다시 그림을 그리죠.
카츠의 작품을 보면 캔버스 사이즈가 엄청나게 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보다 큰 작품도 많고, 벽화 수준으로 큰 작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예술가 데이비드 살레는 “내 친구는 카츠의 그림이 3만 피트 상공에서 떨어지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큰 사이즈로 그리는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째로는 당시 유행하던 화풍인 추상표현주의와 차별화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추상표현주의 장르가 등장하면서 그림 사이즈가 벽화만큼이나 커지게 되었어요. 웬만한 엘리베이터에 실리지 않는 그림도 많아졌죠.
하지만 추상화가 아닌 구상화에서는 이런 크기의 작품을 보기 쉽지 않았습니다. 카츠는 이것이 본인의 차별화 지점이 될 거라 보고, 전략적으로 큰 사이즈의 그림을 그리기로 해요. 그리고 이 규모감을 더 극적으로 연출할 수 있게,
크롭 된 화면 구성을 사용합니다.
작품 사이즈가 크다 보니, 미술작품이 아닌 영화 스크린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몰입감 극대화되죠. 이런 노력 덕분에 카츠는 스타일과 외관을 좇는 것이 단순히 예쁘기만 한 그림이 아닌, 예술적 명분이 있는 시도라는 걸 증명해 낼 수 있었어요.
알렉스 카츠의 다양한 작품 시리즈들
Alex Katz, Blue Umbrella, 1972 Courtesy Alex Katz Studio / Peter Blum Gallery, New York
그리고 자신만의 예술관 아래, 스타일과 외관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그림들을 계속 선보입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건 아내 에이다를 그린 시리즈인데요. 1972년 작 <Blue Umbrella I>은 2019년 필립스 런던 경매에서 한화 약 59억 원에 낙찰되며 카츠 작품 중 최고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작품은 비 오는 날 우산을 쓴 에이다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빗방울이 눈물처럼 보이기도 해서 오묘한 분위기 자아내는데요. 몽환적인 느낌이 들어 카츠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영화 화면을 보는 듯 크롭 된 구도는 일반적인 비 오는 날의 풍경과 다른 몰입감 있는 화면 구성을 보여주죠.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감의 꽃들, 활기차고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 모두 순간의 아름다움을 빠르게 포착하는 작가, 알렉스 카츠의 그림입니다.
카츠는 1927년생, 올해로 97세인 고령의 예술가에요. 강렬한 눈빛과 날씬한 몸매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는 그는 지금도 매우 크고 트렌디한 색감의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 2022 Alex Katz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많은 거래량과 높은 금액의 작품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활동 초기 카츠의 그림은 많은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지나치게 단순하고, 예쁘기만 한 그림이라는 이유에서 였는데요. 카츠는 이 비난에 정면으로 응수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만들어나갔습니다.
© architecturaldigest
그리고 70년 넘게 예술 경력을 이어가며, 오래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을 지금도 증명하고 있죠.
오늘 소개할 예술가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가장 예술적으로 포착하는 작가, 알렉스 카츠입니다.
알렉스 카츠, 예술가로의 시작
작품 앞의 알렉스 카츠 Photos © Jack Mitchell/Getty Images
카츠는 1927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어요. 집안 분위기는 아주 자유로웠습니다. 카츠에 따르면, 방목형 육아라는 개념이 있기 전부터 완전한 방목형으로 자랐다고 하죠.
어렸을 때 벽에 그린 낙서가 성인이 되어서도 남아있었을 정도로 부모님은 카츠의 모든 행동을 존중하고 지지해 주셨는데요.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인 카츠는 미술대학에 입학해서 예술가의 길을 걷기로 합니다.
그리고 1950년, 스물네 살이 되던 해에 뉴욕에서 작가로 활동 하기 시작해요. 당시 뉴욕 미술계에 압도적인 유행을 선도하던 장르는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를 필두로 한 추상표현주의였습니다.
Photos © Jack Mitchell/Getty Images
커다란 크기의 캔버스에 작가가 느낀 감각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그림은 엄청난 압도감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회화로 떠올랐지만, 카츠의 눈에는 뭘 그린 건지 명확히 알 수 없는 그림처럼 느껴졌어요.
어떤 그림으로 미술계에 이름을 알릴까 고민하던 중, 카츠는 아버지가 10대 때 해준 조언을 떠올립니다. “뭘 그릴지 찾으러 다니지 말고, 뒷마당을 그리라”는 조언이었는데요. 이 말은 정말 뒷마당을 그리라는 뜻이 아닌, 주변에 가까이에 있는 것들부터 그려보라는 의미였어요.
카츠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을 그려냈지만, 추상표현주의에 주목하고 있던 미술계는 카츠의 그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Photos © Jack Mitchell/Getty Images
그러던 중 카츠의 작품 세계에 중요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암 센터에서 생물학 연구원으로 일하던 에이다라는 여성이었죠.
이들은 한 전시 오프닝 행사장에서 처음 만났는데요. 당시 에이다는 다른 남성과 함께 왔지만, 그 남성이 에이다에게 코트를 입혀주지 않자 카츠가 대신 입혀주며 에이다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빌리 홀리데이의 공연을 같이 보러 가자며 데이트를 신청했죠. 이들의 데이트는 성공적이었고, 에이다와 카츠는 이듬해 결혼하게 됩니다.
Alex Katz, The Black Dress, 1960, © 2022 Alex Katz/Licensed by VAGA at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Alex Katz, Upside Down Ada, 1965 © MoMA, gift of Agnes Gund
카츠는 에이다에게 깊게 빠져들었어요. 에이다와 결혼한 후 지금까지 60년 넘는 세월 동안, 200점 넘게 에이다의 초상을 그렸죠. 습작까지 포함하면 천 점이 넘을 거라고 하는데요.
60년간 천 점이라고 치면, 일 년에 17점, 한 달에 한 점 이상 아내를 그린 셈입니다. 덕분에 에이다는 가장 미술 작품에 많이 그려진 여인 중 한 명이 되었죠.
알렉스 카츠는 에이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도톰한 입술, 짧은 코, 큰 눈으로 조화된 미인”이라면서 “유럽의 미인이자 미국의 미인”, “미스 아메리카가 될 만한 인물”이라 표현합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정성껏 담아냈어요. 자신의 일상 속, 접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존재였기 때문이죠.
카츠 작품에 대한 비난 두 가지
(좌) Alex Katz, Ada in Spain, 2018 © 2022 Alex Katz/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우) 뉴요커 잡지 표지, 2016년 6월호
하지만 아내의 사랑에서 시작된 그림은 사람들의 비난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당시 영화나 TV 프로그램, 잡지에 백인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한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었는데요.
카츠의 아내 에이다 역시 백인이었던 탓에, 카츠는 ‘아름답고 부유한 백인의 세계만을 그리는 화가’라거나 그의 그림은 ‘뉴요커 잡지 표지의 세상 같다’는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Alex Katz, The Black Jacket, 1972 © 2022 Alex Katz/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실제로 그림 속 에이다는 늘 여유로운 상황에 있었어요. 선글라스를 쓰고 햇빛을 맞거나, 모자를 쓰고 어딘가를 가고 있거나, 일광욕을 하거나, 아니면 웃고 있는 모습이었죠.
미디어 속 행복한 백인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그려낸 것처럼 보이는데요. 카츠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서 그 비난을 피해 갈 수는 없었습니다.
Photos © Jack Mitchell/Getty Images
여기에 더해, 카츠 그림은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과 여러모로 동떨어져 있었어요. 앞서 카츠가 화가로 커리어를 시작할 당시 유행하던 것은 ‘추상표현주의’라 이야기했는데요.
카츠 그림은 전혀 추상적이지 않습니다. 뭘 그렸는지 명확히 알 수 있는 구상화의 모습이죠. 다만 전통적인 회화 작품과 다르게 형태를 아주 단순하게 그렸습니다.
Alex Katz, Ulla in Black Hat © Alex Katz / Licensed by VAGA at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대상의 세밀한 부분은 생략하고, 채색도 평면적으로 진행해, 마치 색종이를 잘라 만든 그림 같은 느낌을 자아내죠. 그렇다 보니, 추상표현주의의 뒤를 이어 나타난 장르였던 팝아트적인 느낌도 자아내는데요.
그런데 느낌만 팝아트적이었을 뿐, 주제적으로는 팝아트랑 동떨어져 있습니다. 당시 팝아트는 상업주의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는데 목적을 두고 있었어요. 상업주의를 비판하거나 찬양하는 등 예술가의 스탠스가 작품에 담겨있었죠. 하지만 카츠의 작품엔 그런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Alessandro Di Meo/EPA/Shutterstock
게다가 팝아트는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변형하지만, 카츠는 자신이 보고 느낀 대상을 회화적으로 표현합니다. 작품의 주제적으로도, 기법적으로도 팝아트와는 거리가 있었던 거죠.
그렇다 보니 카츠의 그림은 미술사적으로 다소 애매모호한 위치에 놓입니다. 그저 표면적으로 예쁜 인테리어 소품에 불과한 그림처럼 여겨지기도 했고요.
Alex Katz, Coca-Cola Girl 6, 2019 © Alex Katz / Licensed by VAGA at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카츠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폭력적이었을 수 있습니다. 자기 일상과 가까운 존재를 그리며 그린 아내가 백인이었을 뿐이었고, 또 당시 사조의 흐름과 상관없이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을 추구할 자유가 있는 것이니까요.
카츠는 그럼에도 당시 예술의 흐름과 발맞추어 본인 예술의 가치를 이야기하기로 합니다.
카츠가 증명한 작품의 예술성
© Alex Katz / Licensed by VAGA at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우선 카츠는 ‘예쁘기만 한 그림’이라는 비난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내 작품에 중요한 것은 스타일과 외관이다. 하지만 스타일처럼 덧없고 덧없는 것에 대한 관심은 오늘날 진지한 예술가의 관심사로 여겨지지 않는다”라며, 대신 스타일과 외관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기 위한, 자신의 예술가적인 노력을 어필해요.
가장 대표적인 시도가 카츠 작품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인 15분 예술입니다. 카츠는 일상에서 접한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매우 빠르게 작업해요. 그리고 빛이 변화하는 간격이 15분이라고 보고, 이를 포착하기 위해 15분의 시간 동안 작은 스케치북에 빠르게 대상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그 스케치와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큰 캔버스에 다시 그림을 그리죠.
카츠의 지하철 드로잉 © Alex Katz / Licensed by VAGA, New York, NY / DACS, London, Courtesy of Timothy Taylor
스케치가 완성된 후엔 그림에 쓸 물감을 미리 다 섞어 놓고 준비해서, 물감이 마르기 전에 연속적으로 빠르게 채색해요. 붓도 큰 것을 사용해서 빠르게 채색하는데, 대형 캔버스를 사용함에도 모든 면을 다 칠했을 때 다른 부분의 물감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하죠.
본인이 포착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스타일과 외관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한 노력인 건데요. 카츠는 이외에도 순간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기 위한 예술적 시도를 더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형 캔버스와 크롭 된 구도에요.
© Jonás Bel
카츠의 작품을 보면 캔버스 사이즈가 엄청나게 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보다 큰 작품도 많고, 벽화 수준으로 큰 작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예술가 데이비드 살레는 “내 친구는 카츠의 그림이 3만 피트 상공에서 떨어지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큰 사이즈로 그리는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째로는 당시 유행하던 화풍인 추상표현주의와 차별화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추상표현주의 장르가 등장하면서 그림 사이즈가 벽화만큼이나 커지게 되었어요. 웬만한 엘리베이터에 실리지 않는 그림도 많아졌죠.
© VOGUE
하지만 추상화가 아닌 구상화에서는 이런 크기의 작품을 보기 쉽지 않았습니다. 카츠는 이것이 본인의 차별화 지점이 될 거라 보고, 전략적으로 큰 사이즈의 그림을 그리기로 해요. 그리고 이 규모감을 더 극적으로 연출할 수 있게,
크롭 된 화면 구성을 사용합니다.
작품 사이즈가 크다 보니, 미술작품이 아닌 영화 스크린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몰입감 극대화되죠. 이런 노력 덕분에 카츠는 스타일과 외관을 좇는 것이 단순히 예쁘기만 한 그림이 아닌, 예술적 명분이 있는 시도라는 걸 증명해 낼 수 있었어요.
알렉스 카츠의 다양한 작품 시리즈들
Alex Katz, Blue Umbrella, 1972 Courtesy Alex Katz Studio / Peter Blum Gallery, New York
그리고 자신만의 예술관 아래, 스타일과 외관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그림들을 계속 선보입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건 아내 에이다를 그린 시리즈인데요. 1972년 작 <Blue Umbrella I>은 2019년 필립스 런던 경매에서 한화 약 59억 원에 낙찰되며 카츠 작품 중 최고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작품은 비 오는 날 우산을 쓴 에이다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빗방울이 눈물처럼 보이기도 해서 오묘한 분위기 자아내는데요. 몽환적인 느낌이 들어 카츠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영화 화면을 보는 듯 크롭 된 구도는 일반적인 비 오는 날의 풍경과 다른 몰입감 있는 화면 구성을 보여주죠.
Alex Katz, Purple Tulips 1 from the Flowers © The Whisper Gallery
이 외에도 195-60년대 시작한 꽃 시리즈도 시장과 미술관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작품은 화면 전체를 꽃으로 채우는 전면 회화 스타일을 띱니다. 마찬가지로 대형 캔버스에 꽃을 클로즈업해서, 단순한 색채로 채색한 작품인데요.
순간의 아름다움과 스타일을 극대화하기 위해, 강렬한 원색으로 꽃을 채색합니다. 또 자칫 촌스러워질 수 있는 보색대비를 능숙하게 활용하면서 꽃의 색을 생동감 있는 스타일로 구현해냈죠. 마찬가지로 이 시리즈 역시 대단히 큰 사이즈로 작업해 몰입감을 자아냅니다.
Alex Katz, Night: William Dunas Dance (Pamela) Suite, 1983 © Ro Gallery
그리고 1960년대부터는 현대 안무가인 폴 테일러와 협업을 통해 댄서 시리즈를 내놓기 시작하는데요. 작품은 댄서의 신체 일부분을 과감하게 잘라내는 독특한 구도를 보여줘요.
단색의 배경에 강렬한 색으로 채색한 댄서들은 카츠가 강조하던 순간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냅니다.
Alex Katz, Apple Blossoms, 1997 © 2022 Alex Katz/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그리고 1980년대 후반, 50대 때부터는 풍경화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마찬가지로 큰 캔버스에 대상을 크게 꽉 채워서 그린 덕에, 마치 자연에 둘러싸인 느낌을 들게 만드는데요.
일반적인 풍경화는 말 그대로 풍경을 보게 되는데, 카츠의 풍경화는 풍경의 일부를 크게 보게 됩니다. 그래서 제목을 보기 전까지는 이게 어떤 풍경인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상적이기도 한데요.
덕분에 다른 풍경화와는 다른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예쁜 그림만 그리는 작가가 아닌, 스타일과 외관을 중시하는 작가임을 알 수 있는 지점이죠.
© Guggenheim Museum
카츠는 2022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시를 진행합니다. 이건 카츠의 75년 예술 경력을 아우르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카츠에게는 두 번째 대규모 회고전이었는데요.
당시 카츠는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몇몇 화가는 회고전 후에 걸작을 그리게 되는 것 같다"라며 다음 회고전 전까지 또 다른 걸작을 내놓을 것을 암시했어요. 당시 카츠의 나이 95세였습니다.
© Artsy
그리고 98세를 앞둔 지금도 매일 아침 일곱시 반에 일어나 작업실로 향하고, 주말 평일 할 것 없이 매일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수영과 조깅으로 체력을 단련하며 사다리를 타고 대형 캔버스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죠.
앞으로 얼마나 더 그의 작품 세계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창작 열정과 실험 정신은 현대 미술계에 큰 귀감을 안겨주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카츠의 작품 세계 어떻게 접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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