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 미술시장을 혐오한 예술가, 그리고 그 예술가를 숭배하는 미술시장



세상에서 가장 극악한 범죄는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규칙을 따르는 사람들이 저지르고 있다.

-뱅크시

93329b78c33ed.png



뱅크시는 가장 비밀스러운 예술가입니다. 90년대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죠. 주로 늦은 밤 시간대, 빠르게 작품을 그리고 사라지기 때문에 그를 실제로 보기는 힘듭니다. 또 항상 변장을 하고 다니기 때문에 진짜 얼굴은 알려져있지 않죠. 그리고, 현재 뉴욕에서는 지명수배자로 수배 중이기도 합니다.


06419b7cf55f2.png


우리가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습니다. 본인이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1974년생이며, 영국 브리스톨스 출신이라고 해요. 그리고 직접 운영중인 인스타 계정(@banksy)으로도 활발히 활동중이죠. 그의 팔로워는 1,122만 명으로 생존 작가 중에서는 최다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뱅크시의 신작은 매번 화제를 끕니다. 거리에 갑자기 생긴 뱅크시 그래피티를 보면 사람들은 즉시 보호장치를 달고, 주변에서 사진을 찍곤 하죠. 그림이 그려진 건물 가격은 수십억 원씩 오르기도 합니다. 단지 그의 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에요.



905974efb53a5.jpeg


거리의 그래피티 작업 뿐만 아니라 뱅크시는 개인이 소장할 수 있는 작품도 선보이는데요. 이 작품들은 미술관에 전시되거나, 갤러리, 혹은 경매회사에서 경매를 통해 낙찰되기도 합니다. 그 인기도 어마어마해 작품을 구하기도 힘들죠. 낙찰과 동시에 갈려나가 이목을 끈 그의 작업, <Love is in the Bin>은 2018년 첫 경매 당시 16억 5천만 원에 낙찰되었는데, 이후 2021년 소더비 경매에서 253억 5천만 원에 팔렸습니다.


뱅크시의 인기는 단순히 그의 비밀스러움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신비주의는 그의 작업이 만든 결과 중 일부라고 볼 수 있죠. 그렇다면 뱅크시의 어떤 것이 그토록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을까요?



💰  뱅크시, 작품 가치 미리보기

연간 작품 판매량경매 낙찰률작품 평균 가격최고 낙찰 가격
2685.8%37억 9,650만원
296억 5,472만원

*자료출처 Artsy, 최근 36개월 기준 (2022)





뱅크시의 인기 요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독특한 작업 방식, 그리고 유쾌한 디스.



뱅크시의 작업방식



78d7801322a01.jpegd99e951871811.jpeg



1) 스탠실 기법: 종이에 그림을 그린 후, 모양대로 오려서 위에 스프레이를 뿌리면 바로 그림이 나오게 하는 방식입니다. 본인의 작업실에서 스탠실 판을 만들고, 거리로 나가 판에 대고 스프레이를 뿌리면 작품이 완성되죠. 뱅크시의 가장 오래된 작업 방식이자, 최근까지 고수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초기에 이 스탠실 작업은 많은 조롱을 받았습니다. 애초에 그래피티는 불법이기 때문에, 빠르게 작업해야하는 순간 속에서 본인의 그림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데요. 스탠실 기법은 현장에서 그림을 처음부터 그리는 것이 아닌, 미리 만들어둔 종이판에 대고 뿌리면 그만입니다. 정확하고 빠르게 그리는 것이 중요한 그래피티 세계에서, 도구를 활용해 일종의 반칙을 한 셈이죠.


하지만 뱅크시는 스탠실 기법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같은 시간 동안 다른 작가들보다 더 많은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었죠. 덕분에 뱅크시는 영국 거리 곳곳을 자신의 작품으로 수놓을 수 있었습니다.



2) 도둑전시: 루브르나 오르세 등 권위있는 미술관에 가서 직접 그린 그림을 걸고, 도망치듯 나오는 전시 방식입니다. 미술관에 작품을 걸 공간의 작품 분위기를 확인하고 제작에 들어가는데요. 전시관의 액자들이나, 캡션을 미리 확인한 후 그와 비슷하게 제작해, 옆에 걸려있어도 이상한 걸 눈치채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몰래 전시된 뱅크시의 그림들은,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2-3주 씩 발견되지 않기도 했는데요. 뱅크시는 이 작업 과정을 촬영해, 직접 본인의 SNS에 개제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유튜브 어법으로 풀면, '루브르에 직접 그린 작품 몰래 걸고 왔습니다ㅋㅋㅋ' 같은 제목이 붙겠죠.



0fe2a5a555130.jpeg


그렇다면 도둑전시는 왜 한걸까요? 이를 알기 위해선 뱅크시가 평소 미술시장을 비판했던 걸 우선 들어보아야 합니다. 뱅크시는 그간, '미술계에서 성공'은 다른 예술계의 성공과 다르다고 이야기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 고른 책을 읽고, 직접 고른 음악을 듣고, 직접 고른 공연을 봅니다. 이를 통해서 그 예술가들은 인기를 얻거나, 성공하기도 하죠. 하지만 미술의 경우엔, 소수의 사람들이 전시를 기획하고, 홍보하고, 작품을 구입합니다. 작품 감상하는 대중은 소수가 큐레이션한 대로 미술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뱅크시는, 미술관의 관객들이 주체적으로 작품을 감상할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권위있는 미술관으로 가, 사람들이 의아해할 만한 그림을 전시하기 시작했죠. 인상주의 그림을 하나 사서, 들판 위에 쓰레기장을 그리거나, 호수 위의 무너져가는 보트를 그리거나, 하는 식으로요.


뱅크시가 찍은 영상 속엔,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작품을 보는 관객과 화들짝 놀라며 작품을 여러번 보는 관객이 등장합니다. 뱅크시의 걱정만큼 사람들은 곧이 곧대로 작품을 바라보진 않았던 건데요. 미술관은 어떨까요? 미술관 측에서는 몇 시간 만에 발견하고 작품을 떼는 경우도 있었지만, 3주가 되도록 눈치조차 못챈 미술관도 있었습니다. 관객의 말을 듣고 황급히 작품을 없앤 미술관도 있었고요. 뱅크시가 비난한 미술계 흐름을 이끄는 소수의 사람들이, 그 흐름을 따라가는 다수의 대중보다 느린 행보를 보인 셈이죠.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작업이지만, 섣불리 따라했다간 경찰서로 가게될 수 있습니다.


사실 뱅크시의 거의 모든 작업은 불법입니다. 스탠실을 활용한 그래피티도, 도둑전시도, 아트테러도. 모두 불법이죠. 때문에 뱅크시는 익명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렇다면 뱅크시는 왜, 불편한 삶을 감수하며 불법적인 예술활동을 이어가는 걸까요?





뱅크시가 불법을 감수하면서까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저항’입니다. 이는, 기존 미술계의 체제에 대한 저항 뿐만 아니라, 관습, 권력화된 제도, 전쟁의 참상, 소비자 위에 군림하는 자본주의, 상업주의와 결탁한 미술계 등 기득권의 모든 행태를 포함하죠.


그런데 뱅크시는 상업 전시를 진행하기도 하고, 상업성의 끝인 미술경매에 작품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e79ed3d4d4004.png


뱅크시가 막 유명세를 타던 시기인 2000년대 초반에는 꽤 전시를 많이 진행했었습니다. 당시 같이 그래피티를 하던 동료들과 함께 진행을 했고, 동료들 모두 뱅크시의 신분을 지켜주었죠. 인기를 얻은 후에는 뉴욕에서도 전시를 진행했는데. 당시엔 뱅크시가 뉴욕에서 지명수배자였기 때문에 더 비밀리에 준비를 했었다고해요.


경매의 경우에는 뱅크시가 고용한 대리인을 통해 이뤄집니다. 뱅크시가 직접 작성한 보증서와 작품이 경매에 부쳐지는데. 예술의 상업성을 비판했던 인물이 미술시장에 작품을 내놓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어쨌든 전시, 경매라는 것이 예술가에겐 꼭 필요한데요. 뱅크시는 익명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이를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뱅크시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기성체제, 자본주의, 미술시장에 대한 비난을 작품으로 선보인 뱅크시는 본인 작업을 그들의 돈통에 넣었습니다. 불법을 감수하며 저항정신을 표현해왔는데, 저항하던 대상에게 그 결과물을 판 셈이죠.


71bd6e8b2e757.jpeg



이에 뱅크시는 이렇게 맞받아칩니다. 우리에게 피해를 끼치는건 그래피티가 아니라, 도둑전시가 아니라, 바로 ’기업의 광고’다.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자신들의 상품을 강요하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온갖 광고로 도배하는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공공기물 파괴자’들이라는 것이죠. 뱅크시는 이를 ‘브랜달리즘'이라고 표현합니다.


뱅크시에 따르면 브랜달리즘은 특정기업 광고나 로고 등을 공공 시설에 진열해 미관을 헤치는 것을 의미해요. 뱅크시는 그들이 먼저 시작한 싸움에 자신은 그저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일어선 것 뿐이라고. 뱅크시에게 있어 그래피티는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기업을 비롯한 기득권들과 대결할 최선이자, 유일한 무기라고 말합니다.


이를 통해 뱅크시는 본인의 작업을 합법적인 영역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광고는 합법적인 공간에, 합법적인 방법으로 게시되지만 우리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강요되고 있습니다. 반면, 뱅크시의 작품들은 불법적인 공간에 불법적으로 게시되곤 하지만 사람들이 열광하고 보고싶어하죠. 그렇다면 누가 더 공공의 목적에 어긋난 행위를 한걸까요?


이런 고민을 통해 뱅크시의 작업이 예술이 된다고도 볼 수 있고, 뱅크시가 범죄자가 아닌 예술가가 된다고 볼수도 있습니다. 물론, 뱅크시를 좋아할 것인지, 싫어할 것인지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죠.





💰  뱅크시, 작품 가치는?

연간 작품 판매량경매 낙찰률작품 평균 가격최고 낙찰 가격
2685.8%37억 9,650만원296억 5,472만원

*자료출처 Artsy, 최근 36개월 기준 (2022)



이정우 에디터

Artists

변기가 예술이 되고, 죽은 상어가 수백억 원에 팔리는 현대미술. 이제 미술은 관객 설득을 뒤로한 채 빠르게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그안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경쟁 속, 빋피는 빛나는 예술관을 가진 예술가의 작품을 포착해 관객에게 소개합니다. 지금 바로 빋피의 예술가 브랜딩 큐레이션을 살펴보세요.



예술가의 브랜딩 | 이번 주 가장 이목을 끈 게시물 TOP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