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대미술이라 불리는 다양한 작품들, 훗날 박물관에서 ‘유물처럼’ 전시될 수 있을까요? 된다면, 그 시점은 언제가 될까요?
이런 상상에서 출발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든 예술가가 있습니다. 바로, 다니엘 아샴이죠. 아샴은 과감하게도 천 년 후의 세계관을 만들어서 작품을 선보여요. 21세기의 문화적, 기술적 산물이 천년 후인 31세기에 ‘발굴’되는 세계관을 미술작품에 적용한 건데요. 이건 아주 혁신적인 발상입니다. 미술은 대부분 과거나 현실만 다뤄왔거든요.
미술은 과거를 공부하고, 계승하거나, 저항하면서 만들어졌고요. 현실의 모습을 독창적으로 보여주거나, 사회 비판적인 태도로 풍자하곤 했습니다. 미래를 그려보는 시도는 순수예술보다는 디자인이나 일러스트의 영역이었고, 대부분 영화를 통해서 이뤄지곤 했죠.
그렇게 내놓은 것이 영화 <백 투 더 퓨처> 속, 타임머신으로 등장한 자동차를 모델로 한 <침식된 들로리안>입니다. 차의 겉면과 내부 모두 풍화된 듯한 모습으로 연출했죠. 아샴의 세계관처럼 천 년 후 발굴된 듯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아샴은 이렇게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세 가지 시점을 하나의 작품에 적용하면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해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캐릭터 등을 작품으로 만들면서, 문화적 아이콘인 동시에 기술력을 실감할 수 있는 것들을 모티브로 작품을 제작하죠.
아샴이 선보인 가상의 고고학 작품들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대부분 흰색이나 회색의 모노톤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죠. 아샴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그의 인스타그램을 봐도, 대부분 모노톤인 모습인데요.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는 작품의 세계관, ‘천 년 후에 발굴된 현대의 유산’을 강조하기 위함이에요. 만약 아샴의 작품이 천 년 후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다는 명분 하에, 오늘날의 물건들을 더럽히고 부수면서 풍화 작업을 더한다면, 천 년의 세월이 느껴지기는커녕, 현실성은 떨어지고 조악해 보이기만 할 거예요.
그러던 중 2016년, 아샴의 이야기를 접한 한 기업이 아샴에게 색맹을 교정할 수 있는 특수 안경을 제작해 선물합니다. 이 과정이 다큐멘터리로도 나오면서, 아샴이 아들과 함께 자연의 색을 감상하는 모습을 담기도 했는데요. 이건 상당한 호의였지만, 아샴의 세계관을 헤칠 수도 있는 변화였습니다. 언제나 아샴은 작품의 색이 아닌 질감을 강조했기 때문이죠.
영상에서 아샴은 풍성한 색들에 감탄하면서도, ‘색을 더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작품에 더 많은 색을 쓰진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본인 작품의 중심은 색이 아닌 재료에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이후 2020년, 아주 소극적으로 색을 활용한 시도를 보여줍니다.
루브르 박물관과 협업해 제작한 <침식된 청동 밀로의 비너스>죠. 밀로의 비너스는 기원전 2세기 제작된 루브르 박물관의 대표 유물인데요. 아샴과 루브르 박물관이 협업해서 밀로의 비너스를 고스란히 본뜬 작품을 제작합니다. 당연히 원본 작품을 본뜬 건 아니고, 원본의 복사본을 또 복사해서 만든 작품이에요.
19세기 이후부터 루브르 박물관은 소장된 유명 조각 작품의 복제본을 꾸준히 제작하고 관리해왔는데요. 복제된 조각 작품은 시각 장애인을 위한 미술 교육용으로 사용되거나, 수출되곤 합니다. 하지만 아샴과 협업하면서 처음으로 새로운 작품의 제작에 복사본을 활용했다고 해요. 그렇게 21세기형 밀로의 비너스를 제작할 수 있었던 건데요.
‘가상의 고고학’이라는 독특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아샴의 작품은 재료의 물성에 집중하며 작품의 세계관을 탄탄히 해왔습니다. 동시에, 고고학을 이루는 요소들에 집중해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고고학하면 떠오르는 유물을 덮는 흰 천을 이용해, 세계관의 철학적인 면모까지 선보입니다.
2019년 선보인 <Hollow Figure> 이 작품은 흰 천에 싸인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는 텅 비어있죠. 아샴의 세계관 안에서는 오늘날의 인간 역시, 역사 속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피카추 모양의 조각을 제작하는데요. 이 작업을 본 포켓몬 컴퍼니 측은 아샴에게 바로 연락해요. 그리고 포켓몬 IP를 활용해 작품 제작하는 것을 돕겠다고 말하죠. 그렇게 아샴은 피카추뿐만 아니라 다른 포켓몬 캐릭터들도 작품으로 제작하면서, 새로운 라인의 침식된 조각 작업 시리즈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이 작업에 영감받은 티파니는 또 한 번 아샴과 콜라보를 진행해요. 패션계에서 드물었던 3자 콜라보, 다니엘 아샴X포켓몬X티파니 컬렉션을 선보입니다. 제품은 뉴욕과 도쿄 일부 매장에서 독점 판매되었고, 온라인에서는 한정 기간 판매만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엄청난 인기로 빠르게 매진되었어요.
천 년 후인 31세기를 배경으로 한 ‘가상의 고고학’이라는 미술계 전례 없던 세계관을 만들었다는 점
동시대 문화 아이콘을 이용해 누구나 감상이 쉽게 만들었다는 점
풍화된 모습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면서 작품에 위트와 매력을 더했다는 점
색맹이라는 본인의 결함과 상관없이, 세계관을 탄탄히 할 수 있는 재료들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관객의 몰입을 높였다는 점
그 안에서 흰 천을 활용한 조각 작품이나 발굴 현장을 포착하는 설치 작품 등 세계관 확장하는 시도들을 보였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본인 작품의 큰 기획과 작은 기획을 전개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브랜딩을 잘하는 예술가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샴의 세계관이 단순 예술뿐만 아니라, 패션이나 디자인, 건축에서도 사랑받는 이유를 이해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현대미술이라 불리는 다양한 작품들, 훗날 박물관에서 ‘유물처럼’ 전시될 수 있을까요? 된다면, 그 시점은 언제가 될까요?
이런 상상에서 출발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든 예술가가 있습니다. 바로, 다니엘 아샴이죠. 아샴은 과감하게도 천 년 후의 세계관을 만들어서 작품을 선보여요. 21세기의 문화적, 기술적 산물이 천년 후인 31세기에 ‘발굴’되는 세계관을 미술작품에 적용한 건데요. 이건 아주 혁신적인 발상입니다. 미술은 대부분 과거나 현실만 다뤄왔거든요.
미술은 과거를 공부하고, 계승하거나, 저항하면서 만들어졌고요. 현실의 모습을 독창적으로 보여주거나, 사회 비판적인 태도로 풍자하곤 했습니다. 미래를 그려보는 시도는 순수예술보다는 디자인이나 일러스트의 영역이었고, 대부분 영화를 통해서 이뤄지곤 했죠.
© LVMH
하지만 다니엘 아샴은 이 상상력을 미술에 끌고 왔어요. 그리고 그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미술계 뿐만 아니라 패션계, 엔터테인먼트 업계 등 다양한 분야의 러브콜을 이끌어냈죠.
오늘 소개할 작가는 미술에 미래를 가져온 예술가, 다니엘 아샴입니다.
가상의 고고학 Fictional Archaeology, 영감의 시작
© 2017 Daniel Arsham Inc
아샴의 상상력의 시작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아샴은 12살 소년이었는데요. 미국의 역대 허리케인 중 7위에 오른, 허리케인 앤드류가 집을 강타하는 사건을 겪게 됩니다. 아샴의 집은 산산이 부서졌죠.
이 모습을 본 어린 아샴은 무너진 집을 보고 좌절하기보다, 허물어진 건물의 벽 안의 모습에 영감받았다고 해요. 그러면서 인류가 만든 가장 기술집약적인 것들이 자연에 의해 망가진 모습을 작품으로 풀어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죠
© 2017 Daniel Arsham Inc
대신 어떤 사건이나 사고에 의한 게 아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풍화한 모습으로 연출한 작업을 선보이는데요. 초기에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물들을 주로 묘사했습니다.
농구공이나 시계, 전화기, 카메라, 악기, 스니커즈 등, 아샴이 좋아하는 일상적인 사물들이었죠. 아샴이 생각하기에 이들은 모두 동시대의 문화와 기술력을 담은 산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샴은 본인의 예술세계를 더 고도화하기 위해, 좀 더 확실한 문화적 아이콘을 찾기로 해요. 천년 후에 발굴되었을 때, 문화적, 기술적으로 유의미한 유물로 여겨질 수 있는 것으로요.
© 2017 Daniel Arsham Inc / Photograph: Dwurban
그렇게 내놓은 것이 영화 <백 투 더 퓨처> 속, 타임머신으로 등장한 자동차를 모델로 한 <침식된 들로리안>입니다. 차의 겉면과 내부 모두 풍화된 듯한 모습으로 연출했죠. 아샴의 세계관처럼 천 년 후 발굴된 듯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아샴은 이렇게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세 가지 시점을 하나의 작품에 적용하면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해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캐릭터 등을 작품으로 만들면서, 문화적 아이콘인 동시에 기술력을 실감할 수 있는 것들을 모티브로 작품을 제작하죠.
‘색맹’ 예술가의 전략적 재료 선택
© 2017 Daniel Arsham Inc
아샴이 선보인 가상의 고고학 작품들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대부분 흰색이나 회색의 모노톤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죠. 아샴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그의 인스타그램을 봐도, 대부분 모노톤인 모습인데요.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는 작품의 세계관, ‘천 년 후에 발굴된 현대의 유산’을 강조하기 위함이에요. 만약 아샴의 작품이 천 년 후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다는 명분 하에, 오늘날의 물건들을 더럽히고 부수면서 풍화 작업을 더한다면, 천 년의 세월이 느껴지기는커녕, 현실성은 떨어지고 조악해 보이기만 할 거예요.
© Perrotin
그래서 아샴은 실제 사물과는 전혀 상관없는 재료로 제작해서 작품의 초현실적인 세계관을 강조합니다. 아샴이 주로 사용하는 건 모래나 화산재, 석고 같은 지질학적 재료인데요. 그 특유의 질감 때문에 고고학적 느낌이 더 강해집니다.
그런데 사실 이 재료들은 보존을 생각했을 땐 썩 좋은 재료가 아니에요. 쉽게 깨지거나 부서질 수 있는 재료들이죠. 하지만 아샴은 재료의 이런 특성이 오히려 본인 작품의 세계관을 단단하게 만든다고 봤습니다. 아샴은 이렇게 말해요.
재료들은 작품의 세계관을 완성하는 중요한 매개인 건데요. 몇몇 사람들은 아샴이 그럼에도 색을 쓰지 않는 건, 그가 색맹이기 때문이 아닌가 의문을 표하기도 했어요.
아샴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구별할 수 있는 색과 음영의 20%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샴은 본인이 색맹이라는 것이 작업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해요. 그저 작품의 세계관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재료의 질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색을 쓰지 않는다고 언급하죠.
색맹 교정 안경을 쓴 아샴 © Daniel Arsham, Colorblind Artist: In Full Color
그러던 중 2016년, 아샴의 이야기를 접한 한 기업이 아샴에게 색맹을 교정할 수 있는 특수 안경을 제작해 선물합니다. 이 과정이 다큐멘터리로도 나오면서, 아샴이 아들과 함께 자연의 색을 감상하는 모습을 담기도 했는데요. 이건 상당한 호의였지만, 아샴의 세계관을 헤칠 수도 있는 변화였습니다. 언제나 아샴은 작품의 색이 아닌 질감을 강조했기 때문이죠.
영상에서 아샴은 풍성한 색들에 감탄하면서도, ‘색을 더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작품에 더 많은 색을 쓰진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본인 작품의 중심은 색이 아닌 재료에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이후 2020년, 아주 소극적으로 색을 활용한 시도를 보여줍니다.
색맹 예술가에게 색이 더해졌을 때
© Perrotin
루브르 박물관과 협업해 제작한 <침식된 청동 밀로의 비너스>죠. 밀로의 비너스는 기원전 2세기 제작된 루브르 박물관의 대표 유물인데요. 아샴과 루브르 박물관이 협업해서 밀로의 비너스를 고스란히 본뜬 작품을 제작합니다. 당연히 원본 작품을 본뜬 건 아니고, 원본의 복사본을 또 복사해서 만든 작품이에요.
19세기 이후부터 루브르 박물관은 소장된 유명 조각 작품의 복제본을 꾸준히 제작하고 관리해왔는데요. 복제된 조각 작품은 시각 장애인을 위한 미술 교육용으로 사용되거나, 수출되곤 합니다. 하지만 아샴과 협업하면서 처음으로 새로운 작품의 제작에 복사본을 활용했다고 해요. 그렇게 21세기형 밀로의 비너스를 제작할 수 있었던 건데요.
© Perrotin
샴은 이 작업을 진행할 당시, 좀 더 다양한 색을 볼 수 있게 되면서, 푸른빛을 띄는 청동을 새롭게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중요한 건, 색보다도 재료의 특성이었어요.
청동도 이전에 아샴이 활용하던 화산재나 석고와 마찬가지로, 지질학적 특성이 강조되는 재료입니다. 본인 작품의 세계관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색이 있는 재료를 활용하기 시작한 건데요. 아샴은 이 시도에 더해 크리스털 같은 광물들도 재료로 활용하기 시작해요.
© 2017 Daniel Arsham Inc
이 광물들도 마찬가지로 자연에서 온 지질학적 재료이지만, 훨씬 색이 다채롭습니다. 단순히 보기 좋고 예쁜 걸 넘어 광물들은 아샴의 작품 세계관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이전에 활용하던 화산재나 석고 같은 재료는 쉽게 풍화되고 침식될 수 있지만, 광물들은 오래도록 훼손되지 않는 영속성을 지녀요. 이 광물들을 작품의 안쪽, 깨진 부분에 채워 넣으면서 현대의 유산이 풍화는 될지언정, 사라지지 않고 유물로 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더 다양한 색을 볼 수 있게 되면서, 본인의 세계관을 더 탄탄하게 설계한 것이죠.
아샴 작품의 흰 천, 그 철학적 면모
© Perrotin
‘가상의 고고학’이라는 독특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아샴의 작품은 재료의 물성에 집중하며 작품의 세계관을 탄탄히 해왔습니다. 동시에, 고고학을 이루는 요소들에 집중해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고고학하면 떠오르는 유물을 덮는 흰 천을 이용해, 세계관의 철학적인 면모까지 선보입니다.
2019년 선보인 <Hollow Figure> 이 작품은 흰 천에 싸인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는 텅 비어있죠. 아샴의 세계관 안에서는 오늘날의 인간 역시, 역사 속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 Perrotin
아샴은 다른 물건들처럼 풍화되고 침식된 표현으로 묘사하기보다, 천으로 감싸 상상력을 자극해요. 그리고 그 안을 텅 비워버려,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지, 천 년 후 미래에 우리의 기록이 어떻게 남게 될지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을 이끌어내죠.
그렇게 단순 사물이 아닌 인간까지 세계관 안으로 끌어들이며, 아샴은 본인의 예술 세계를 방대하게 확장합니다.
명품 브랜드를 매료한 아샴만의 시간의 미학
© Dior
‘가상의 고고학’ 아샴의 이 아이디어가 가장 잘 통한 건, 단연 패션계였습니다. 패션계는 트렌드가 돌고 도는 분야에요. 미래지향적이고 아방가르드 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하지만, 때로는 과거의 클래식을 예찬하며 돌아가기도 하죠.
그런 면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아샴의 작품은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샴은 루이비통, 디올, 리모와, 포르셰 등 다양한 하이엔드 브랜드와 협업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아샴을 사랑한 브랜드는 단연 티파니였어요.
© Tiffany & Co.
티파니는 3년 연속, 아샴과 콜라보 한 제품을 선보입니다. 2021년과 22년에는 2년 연속, 아샴의 세계관인 가상의 고고학에서 모티브를 따온 주얼리를 선보였어요.
2022년은 아샴이 포켓몬과 첫 협업을 시작한 해이기도 한데요. 당시 루브르와 협업을 통해 고대 조각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선보인 아샴은 좀 더 동시대의 트렌드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시리즈를 제작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 2017 Daniel Arsham Inc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피카추 모양의 조각을 제작하는데요. 이 작업을 본 포켓몬 컴퍼니 측은 아샴에게 바로 연락해요. 그리고 포켓몬 IP를 활용해 작품 제작하는 것을 돕겠다고 말하죠. 그렇게 아샴은 피카추뿐만 아니라 다른 포켓몬 캐릭터들도 작품으로 제작하면서, 새로운 라인의 침식된 조각 작업 시리즈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이 작업에 영감받은 티파니는 또 한 번 아샴과 콜라보를 진행해요. 패션계에서 드물었던 3자 콜라보, 다니엘 아샴X포켓몬X티파니 컬렉션을 선보입니다. 제품은 뉴욕과 도쿄 일부 매장에서 독점 판매되었고, 온라인에서는 한정 기간 판매만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엄청난 인기로 빠르게 매진되었어요.
© Tiffany & Co.
현대의 아이콘을 천 년 후의 유산으로 승화한 아샴의 작업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를 보여주는 명품 브랜드의 니즈와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이후 티파니 같은 고가의 브랜드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브랜드인 이케아와 협업하기도 하는데요. 아샴은 천 작업의 모티브를 따와 천에 싸인 탁상시계를 선보입니다. 이 역시 매우 빠르게 매진되었고, 이후 프리미엄이 붙어 고가에 거래되기도 했어요.
아샴의 세계관은 미술계를 넘어 패션계와 디자인계까지 성공적으로 매료시킬 수 있었죠
색맹 예술가의 기막힌 크리에이티브
© GQ
아샴은 기획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매우 탄탄한 예술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천 년 후인 31세기를 배경으로 한 ‘가상의 고고학’이라는 미술계 전례 없던 세계관을 만들었다는 점
동시대 문화 아이콘을 이용해 누구나 감상이 쉽게 만들었다는 점
풍화된 모습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면서 작품에 위트와 매력을 더했다는 점
색맹이라는 본인의 결함과 상관없이, 세계관을 탄탄히 할 수 있는 재료들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관객의 몰입을 높였다는 점
그 안에서 흰 천을 활용한 조각 작품이나 발굴 현장을 포착하는 설치 작품 등 세계관 확장하는 시도들을 보였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본인 작품의 큰 기획과 작은 기획을 전개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브랜딩을 잘하는 예술가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샴의 세계관이 단순 예술뿐만 아니라, 패션이나 디자인, 건축에서도 사랑받는 이유를 이해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분은 다니엘 아샴의 작품 세계, 어떻게 감상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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